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대입전형 변경의 종점(終點) (2015.5.4)

by 답설재 2015. 5. 3.

 

 

 

 

 

 

 

 

 

 

대입전형 변경의 종점(終點)

 

 

  대입전형제도는 '고정적이어야 할 것'이 "자꾸 바뀐다"는 부정적 인식의 대명사가 된 느낌이다. "또 바뀌나?" "자꾸 바뀌니까 혼란스럽고 더 힘들어진다." "하도 복잡하고 자주 바뀌어서 제대로 준비하기조차 어렵다" "제발 그만 바꾸고 그냥 두기라도 하면 좋겠다."…

  심지어 학원가에서는 "○○컨설팅" "○○코치"라는 이름의 안내 강좌를 개설해서 재미를 보고 그런 학원에서는 "정부에서 대입전형을 자주 바꿔주니까 우리로서는 고마울 뿐"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학년마다 다른 입시! 누가 책임져야 하나?" 마침내 이런 비판까지 등장했다. 현재 고등학교 1·2·3학년은 각각 다른 수능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다. 고2 수능에는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추가되고, 고1 수능에서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미안하고 성급한 분석일지 모르지만, 대입전형은 앞으로 더 바뀌어갈 여지가 있다. 교육부 차관은 "영어부터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수학·국어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수능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변별력 측면에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시각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 부여가 과거 국·영·수 위주의 대학별 본고사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좀 어설픈 의구심을 가지는 측이 있고,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게 되면 자연히 변별력이 약하게 되는 단점이 발생하므로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성을 확대하여 그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수능시험 중심 사고방식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학들이 건학이념이나 학과 특성에 맞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하여 학생들을 다양하게 선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정책적 의지를 내포한 비교적 긍정적인 관점이 될 것이다.

 

  대입전형은 왜 자꾸 바뀔까? 정말로 차라리 그냥 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는 않다. 바꿀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현행 대입전형제도는 아무래도 아직 교육이 지향하는 본질적 방향에 잘 부합하지 못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자격)을 가진 일꾼을 "빨리" "많이" 양성해 내야 했던 시기에는 특히 효율적인 방법이 이른바 '일제고사'였으나 이젠 날이 갈수록 그 방법이 그리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자꾸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일제고사' 방법이 적절하지 않게 되었는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건 수백 가지인데 입학전형은 그보다 단순하다면 그 전형방법은 미흡하고 불만스럽기 마련이다. 더구나 학생들은 천 가지, 만 가지 개성을 지니고 있는데 선발방법은 단순하다면 그 선발제도는 당연히 미흡하고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수많은 학생들을 '전국일제고사'라는 하나의 틀에 넣어서 평가해도 좋았으나 이젠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오히려 수많은 학생들이 모두 개성을 발휘하고 꽃피울 수 있도록 제도가 학생 하나하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세상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새삼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학습욕구를 구체화하여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교재를 찾고, 학습전략을 세우고, 그렇게 하여 실행한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게 하자는 것이다. 만약 대입전형이 이런 중요한 경향을 반영할 수 없다면 대입제도와 현장의 수업방법 중 어느 쪽을 버리고 어느 쪽을 바꾸어야 할까?

 

  어릴 때부터 꿈을 갖게 하는 진로교육이 소중하다면 그 꿈을 살려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꿈이고 뭐고 수능고사 결과를 보고 일생을 좌우할 판단을 하겠다면 그 제도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과제라 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하면 대부분의 다른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고 이 나라 교육이 드디어 정상화된다면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진의 내용은 이 글의 특정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