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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214

'무너지는 학교'의 교장선생님께(2011.7.13) 교장선생님.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고들 합니다. 대답을 듣기조차 조심스럽고 두렵지만, 그게 정말인가요? 교실이 무너지다니요? 그럼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면, 그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우리 국민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리가 꼭 이룩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과제가 있다면 그건 결국 ‘교육’을 통해서라야 성취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까짓 거 교육이야 제대로 하든 말든 돈만 많으면 그 과제들을 잘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닐까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함께 유지·계승해 나가야 할 우리만의 가치관이 있다면 그건 무엇으로 가능한 것일까.. 2011. 7. 13.
독서까지 국가가 관리해야 하나 (2011.6.8) 독서까지 국가가 관리해야 하나 한국의 사교육은 괴기만화와 영화에서 쇠붙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무시무시한 ‘용가리’가 생각나게 한다. 어떻게든 사교육을 좀 줄여보려고 도입한 EBS 수능강의에 대한 과외까지 생기고, 논술을 강조하면 논술과외, 면접이 이슈가 되면 면.. 2011. 6. 8.
독도, 우리 땅이지만 전략이 필요하다 (2011.5.11) 독도, 우리 땅이지만 전략이 필요하다 3·11 대지진이 순식간에 일본 열도를 곤경으로 몰아붙였을 때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성금을 모으고 동정과 성원을 보냈다. 그러나 사태 수습에 정신이 없어야 마땅할 그 일본 정부가, 독도는 본래 일본 영토라고 한 교과서 검정 결과를 예.. 2011. 5. 12.
이 국민들의 뜨거운 피를 위한 교육 (2011.3.30) “넌 왜 동네 어른들께 인사를 안 하니?” “……” “난 정말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어” 정색을 한 아빠가 어린 딸을 세워놓고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 대견한 그 모습에 ‘가정교육, 예절교육이 실종됐다지만 잘만 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될 텐데……’ 그런 생각까지 해봤다. 극한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킨다는 일본의 국민성이 세계를 놀라게 한 이달 중순 어느 날이었다. 우리가 일본의 대지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선 인간의 과학기술과 그것으로 이룩한 문명은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거의 장난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배도 건물도 자동차도, 인간이 애써 만들어놓은 온갖 것들이 바닷물에 뒤엉켜 밀려오는 현장의 공포가 ‘생중계’된 것도 충격이었지만, 더 끔찍한 것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파손이었.. 2011. 3. 30.
한국의 고교생 어머니들이 살아남는 길 (2011.3.9) 한국의 고교생 어머니들이 살아남는 길 드디어 어머니들이 ‘입시전쟁’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소극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수만 명이 모여 보다 적극적·직접적 전선(戰線)을 구축하고 “우리가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입시혁.. 2011. 3. 9.
왜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나 (2011.2.25) 학원의 선행학습은 교실수업을 무력화한다. 이미 배운 것이라면 여간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이 도무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도 대체로 사교육 때문이다. 교문에서 기다렸다가 숨 돌릴 겨를 없이 학원으로 데려가거나 파파라치가 단속할 때까지 학원에 있어야 한다면 무슨 수로 소질과 적성에 따른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사교육은 인성교육이나 창의성 교육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겠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결국 일방적인 강의를 들으며 외우고 또 외우고 문제풀이를 거듭하는 ‘훈련’에 매몰되고 만다. 사교육의 과도한 팽창에 따른 폐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우리 교육을 칭찬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 2011. 2. 28.
애매모호하게 돼 버린 시간배당기준 (2011.2.11) 애매모호하게 돼 버린 시간배당기준 전국 3673개 고등학교의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신입생이 3년간 계속 체육수업을 받는 학교는 겨우 1178개교(32%)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 때문이다. 비단 체육교육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준에 소홀할 때 초.. 2011. 2. 11.
참 비교육적인 “내빈 여러분”(2011.1.20) 수백 명의 교사·교장들이 운집한 대형 연수회장,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 곧 교육감 혹은 고위직이 입장한다는 안내방송이 반복된다. 분위기를 정돈하고 정중한 예를 갖추어 달라는 뜻이다. 교직생활을 웬만큼만 한 교원이라면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드디어 그 교육감이 부하직원들을 거느리고 호기롭게 나타나 단상으로 올라가면 연수회장의 앞좌석까지 가득 차게 되고, 그때까지의 지루했던 기다림의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국민의례와 교육감 인사가 일사불란하게 이어진다. 때마다 그렇다고 했으므로 바쁘지 않을 때가 있을 것 같지 않고 그 날도 여러 가지 일로 너무나 분주한 가운데 특별히 시간을 마련했다는 그 교육감이, 교육의 지향점과 자신의 교육관을 역설하고 단상을 내려오면, 입장할 때 뒤따르던 그 인사들이 .. 2011. 1. 20.
그럼 학력은 누가 책임지나 (2011.1.6) 그럼 학력은 누가 책임지나 학생들은 등교하는 대로 청소·독서·자습 등 아침활동을 하고 4교시 후 점심식사를 한다.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대체로 4교시, 다른 날은 5~7교시 후에 하교를 하거나 방과후학교 등의 활동에 참여한다. 학생들의 학교생활 시간은 이렇게 대부분 교과학습에 할.. 2011. 1. 6.
대한민국 학생들을 위한 선물 (2010.12.24) 대한민국 학생들을 위한 가장 좋은 선물 우리나라 학생들이 2009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읽기·수학 1위, 과학 3위를 차지했다. 등위도 등위지만 2006년 성적에 비해서도 월등히 향상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유력 신문 르 몽드는 우리 교육에 대해 ‘.. 2010. 12. 24.
대한민국 학생들을 슬프게 하는 것 (2010.12.10) 대한민국 학생들을 슬프게 하는 것 선생님, 보셨어요? (신문만 보느냐고 하실까봐 걱정이지만요.) 미국 명문 사립고 필립스 엑시터(Phillips Exeter) 토머스 하산 교장 인터뷰 기사 말이에요. “수학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봐야 하는데, 교과서가 있으면 틀에 얽매일 수 있다. 교과서.. 2010. 12. 10.
학교는 왜 있는가? (2010.11.26) 학교는 왜 있는가? “수능을 앞둔 교실에는 교과서는 보이지 않고 온통 EBS 교재뿐이었다” 하필 ‘교과서를 더 잘 만들어보자’는 워크숍에 참석한 어느 고등학교 선생님의 한탄이었다. 학교는 왜 있어야 하고 교과서는 왜 필요한지, 교육의 근본에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능 문제, EBS 교재에서 70% 이상 연계 출제’ 시책이 실현됨에 따라 학원들이 EBS 교재를 집중분석해 가르칠 수 있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 발견으로 ‘조용히 웃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그날이었다. 그 선생님은 덧붙였다.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 혁신학교, 사교육 없는 학교, 학력향상 중점학교와 같은 각종 자율학교는 국가 교육과정의 시간배당기준을 그대로 지키지 않고 입시 준비에 유리하도록 조정 운영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 2010.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