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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찰스 부코스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HOW TO BE A GREAT WRITER 황소연 옮김, 민음사 2016 난 내가 죽을 때 누가 우는 거 별로야, 그냥 처분 절차나 밞아, 난 한세상 잘 살았어, 혹여한가락 하는 인간이 있었다고 해도, 나한텐못 당해, 난 예닐곱 명분의 인생을 살았거든, 누구에게도뒤지지 않아.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아, 그러니 추도사는 하지 마, 제발,정 하고 싶으면 그는 경마 도박을 했고대단한 꾼이었다고 해 줘. 속표지의 이 시(「잊어버려 forget it」) 원문을 찾아보았다. "자, 들어봐,"로 시작되고, "다음 차례는 당신이야, 당신이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거든, 그럴 수도 있단 얘기야."로 끝난다. 여러 작품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욕을 ..
2020. 3. 17.
박상순 「그녀의 외로운 엉덩이」
하얀 석판 하나가 트라클의 시를 품고 벽에 붙어 있었다. 「미라벨의 음악Musik im Mirabell」이다. 마지막 연은 다음과 같다. 하얀 이방인 하나가 집으로 들어선다. 개 한 마리가 낡은 복도를 내달린다. 하녀는 등불을 끄고, 귀는 밤에 소나타 음악을 듣는다. (…) 내 앞의 그녀1는 온통 흰색이었다. 따뜻한 흰색, 동그렇게 흰색, 요동치는 바다를 건너온 나의 울트라마린보다 반 뼘쯤 키가 큰 흰색, 그런데…… 더 이상 나는 그녀의 얼굴,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눈빛, 그녀의 손가락 하나도 그리지 못한다. 말로도, 글로도, 그림으로도 옮기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인스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이별했다. 이탈리아에서 알프스를 넘어 찰츠부르크, 인스부르크로 들어갔던 20년도 훨씬 지난 오래전의..
2020.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