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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첫눈이 오시네요, 글쎄」
첫눈이 오시네요, 글쎄 박상순 노래하는 아이를 낳는 이른 아침 나뭇잎, 한낮의 붉은 잎, 저녁 담장, 밤 계단, 어둠의 손잡이, 그런 사람들을 품은 기계를 뜯어냈다. 아침 나뭇잎은 내 피부를 벗겼고, 한낮의 붉은 잎은 제 머리 위에 나를 거꾸로 올려놓았고, 저녁의 담장은 물속에 나를 빠뜨렸고, 밤의 계단은 내 발목을 잡았고, 어둠의 손잡이는 울었다. 쭈그리고 앉아 나는, 물방을, 무지개, 구름 귀신, 달 귀신, 웃음 귀신, 아기 귀신, 뿔뿔이 흩어지며, 물방울, 무지개......를 노래하는 아이들을 낳는 기계를 뜯어냈다. 밑판을 뜯어냈다. 이른 아침 나뭇잎이었던, 한낮의 붉은 잎이었던, 저녁 담장이었던, 밤 계단이었던, 어둠의 손잡이였던 기계. 나 또한, 아침 나뭇잎의 피부를 벗겼고, 내 머리 위에 한낮..
2021.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