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꺼 볼까
우정임
지구를 잠시
꺼 두고 싶어.
맨 먼저
골치 아픈 학교 드르릉 코를 골게
달달 볶던 학원도 잠에 빠지게
밤늦게 불빛 새어나오는 회사빌딩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도
달콤한 꿈을 꿀 수 있게.
우린 그랬지
'피곤해' 말 못하고
쉬고 싶어도, 놀고 싶어도
말 못했지.
공부하기 싫고
머리 복잡할 때
지구를 잠시
꺼두고 싶다.
미래동시모임동인지 《지구를 꺼 볼까》(202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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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임 1955년 태어남. 2009년 《오늘의 동시문학》 등단. 동시부문 신인상 수상. 2012년 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 받아 2013년 동시집 「바람 리모콘」 펴냄. 2014년 경남아동문학상 수상. 2017년 한국동요음악협회 어린이 동요세상 41집 <자장가> 동요 발표.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코로나 때문에라도 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나?
이 피곤한 삶을 어떻게 할 수 없나?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해
잠시 끌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과학자들이 모여 살펴보고 진단서를 끊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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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인지에는 서금복·조영수·김순영·우정임·문성란·하지혜·박순영·조은희·정나래·류병숙·전지영 등의 작품과 평론 등이 아기자기하게 편집되어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내 친구 설목 박두순 시인의 제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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