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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남진우 「헨젤과 그레텔」

by 답설재 2020. 10. 23.

헨젤과 그레텔

 

 

남진우

 

 

숲으로 가는 길엔 늘 과자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지는 덤불들이 숲을 에워싸고 저 높이 야윈 달 뒤에서 간혹 여우가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다시는 못 올 길을 더듬어가면서 소년과 소녀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멀리 숲 한가운데 붉고 노란 빵과 과자로 만들어진 집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밀가루와 설탕 크림과 캐러멜로 이루어진 둥근 오두막 한가운데 늙은 마녀는 물레를 돌리고 돌아가는 물레 따라 훈훈한 모카 시나몬 레몬 향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숨죽이고 바라보던 소년과 소녀는 벽과 문 계단과 유리창 이윽고 찬장과 식탁 욕조와 침대까지 뜯어 먹기 시작했다. 마침내 달빛까지 사라진 숲의 빈터엔 덩그렇게 남아 물레를 돌리는 마녀 한 사람뿐. 소년과 소녀는 트림을 하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어쩌면 저 마녀와 마녀가 돌리는 물레조차 노릇노릇한 과자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소년과 소녀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마녀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하는 순간 마녀가 돌아보았다. 씨익 웃고 있는 마녀의 얼굴은 온통 설탕 가루를 뿌린 듯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얘들아, 이제 불 꺼진 화덕을 다시 덥힐 시간이 다가왔구나. 통통한 달 뒤에서 여우가 살그머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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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1960년 전주 출생. 1981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죽은 자를 위한 기도』『타오르는 책』『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사랑의 어두운 저편』『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김달진 문학상〉〈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 등 수상.

 

 

 

『現代文學』 2020년 9월호 84~85.

 

 

 

 

 

계모가 헨젤과 그레텔을 버린 이유는 가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쫓겨났을 때 헨젤과 그레텔은 숲속에서 길을 잃게 되고 빵과 설탕으로 된 집을 먹다가 그 집 노파의 초대를 받지만 그녀는 마녀입니다. 헨젤과 그레텔을 속여 잡아먹으려고 그런 집을 지어놓은 것이었습니다.

헨젤은 감금되고 그레텔은 하녀가 되었습니다. 마녀는 헨젤은 삶아 먹고 그레텔은 오븐에 구워 먹을 생각입니다.

 

그레텔은 꾀를 내어 마녀가 오븐에 올라가게 해서 잠궈버렸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의 보석을 가지고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계모가 죽은 뒤였습니다.

 

남진우 시인의 시를 읽으면 '이거, 어떻게 되지?' 싶어서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꼭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같습니다.

"얘들아, 이제 불 꺼진 화덕을 다시 덥힐 시간이 다가왔구나"

마녀가 그들을 구워 먹으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통통한 달 뒤에서 여우가 살그머니 내려다보고'......

 

남진우 시인이 괜찮다고, 헨젤과 그레텔이 위기를 모면한다고 「헨젤과 그레텔」 속편을 써주면 좋겠습니다.

이대로 그만두면........ 내가 헨젤이 된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