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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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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그 여인의 영혼을 사로잡은 협주곡- 그리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제9번 Beethoven,ViolinSonatas No.9 Ⅰ ‘크로이쩌’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999년 9월부터 6개월간 서울 Y초등학교 교감으로 지낼 때입니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교육부에서 나왔다고 나에게 ‘교무교감(수석교감)’을 시키고 나보다 5년이나 연장인 여성 K교감을 ‘생활교감’으로 지명했습니다. 예를 들면 70여 명의 교사들이 매주 제출하는 ‘지도안’ 검사는 내 담당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일들이 교육부에서 하던 일에 비해 무겁지도 않고, 지도안을 잘 쓰면 수업이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이러나저러나 큰 착오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송구스런 말씀이긴.. 2008. 8. 14.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경기신문시론20080812)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 신문지상의 인물소개를 보면 이 사회, 이 나라 지도자들의 학력에는 한번도 그들이 다닌 초등학교는 소개되지 않고 고등학교와 대학, 해외 유명 대학 박사학위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생 동안 삶의 굽이굽이에서 곧잘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 철없이 뛰어놀던 때의 꿈을 꾸고 일어나 미소짓기도 하고, 그런 추억을 되살리며 온갖 힘든 일을 극복해가는 삶을 영위한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는 그가 삶을 이어가는 한 총체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4년간 교육학강의를 듣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처음 학교에 발령받은 교사들은, 그렇게 익히고 연습한 수업방법을 다 팽개치고 결국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그 담임교사의 수업방법부터 답습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2008. 8. 12.
화장실에서 만난 아이 - 학부모 여러분께 - 연합뉴스에서 버섯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았습니다(2008.07.29). 이런 사진을 신문에 올리는 걸 보면서 ‘아직은 세상이 괜찮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사진 제목도 참 좋습니다. 설명과 함께 보십시오. “「버섯 숲에 빠지다」: 수원농촌진흥청 농업과학관에서 7월 29일 열린 ‘신비의 버섯 전시회’를 찾은 어린이들이 형형색색의 버섯을 살펴보며 신비로운 버섯의 세계에 빠지고 있다.”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방학하기 며칠 전 화장실에서 만난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나는 비좁고 어두컴컴한 직원용 화장실이 싫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게 되니까 더러 우스개가 될 만한 일이 생깁니다. 좀 난처하므로 둘러서 얘기하면, 화장실은 머리가 허연 ‘우리 나이 63세의 인격(人格)’이 ‘최고로 .. 2008. 8. 7.
쇼스타코비치,「왈츠」Chostakovitch, Valse No.2 Ⅰ 돌아가야 할 시간, 무료하겠지만 이제 그만 만나야 하는데…… “춤 한번만…….” 하던 그(그녀)가 생각날 것 같지 않습니까? 혹은 이미 “사랑한다”고 말해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그녀)가 돌연 별로 충분하지 않은 인격의 어떤 남성(여성)과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시간의 주체할 수 없었던 당혹감, 질투심 같은 것이 떠오를 것 같지 않습니까? 혼자 자동차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한숨도 쉬고 어려운 일 귀찮은 일 잠시 즐거웠거나 기뻤던 일 두고두고 쑥스럽거나 부끄러웠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고 들리는 대로 뉴스나 토크쇼 음악도 듣습니다. 신문에서 제목이라도 봤던 일들을 언제나 자세히 별일 아닌 것들까지 합쳐서 꼭 “큰일 났다!”는 투로 전해주는 뉴스를 들으면.. 2008. 8. 4.
교과서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 1980년대에 몇 년간 교육부 편수업무를 돕던 나는, 1993년 6월에 편수국 교육연구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편수국은 국장아래에 편수관리를 맡은 서기관실, 교육과정담당관실, 인문과학편수관실, 사회과학편수관실, 자연과학편수관실로 나뉘어, ‘편수관’으로 불리는 6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지금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나는 몇 달간 교육과정담당관실에서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육과정 일을 하다가 곧 사회과학편수관실로 옮겨 초등학교 사회과 편수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는 지금은 되돌아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여서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사회과 편수관으로서의 자부심, 책무성은 가히 하늘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그렇게 생활하던 19.. 2008. 7. 30.
범행에 무방비상태인「교문」(경기신문시론20080729) 범행에 무방비 상태인 「교문」 입학서류는 행정실에서 접수한다. 업무처리를 독려하거나 지시사항 전달회의를 주로 하는 교무실이 없다. 행정실에서는 ‘학부모편람(Parent Handbook)’을 내준다. 각종 규칙과 벌칙은 물론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자료다. 학생들은 그 규칙들을 꼭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교장은 당장 학부모를 부른다. 교장은 권위적이지 않다. 훈시나 인사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36가지 교칙에 따른 벌칙 적용에는 단호하다. 두 학생이 싸우면 대질신문 후 사건보고서 작성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사안에 따라 경고장 혹은 사건경위서 발부와 학부모 면담, 제적․퇴교 조치가 이루어진다. 사건경위서가 발부되면 예를 들어 일정기간 학생의 쉬는 시간을 박탈해 .. 2008. 7. 29.
‘이메일 막는 회의’와 댓글을 보고 싶은 욕구 제 이메일 박스에는 ‘학리(鶴里)’ 선생께서 더러 오고 있습니다. 그분 메일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Moonlight'이라는 제목으로 아름다운 달 사진들과 함께「월광 소나타」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만 보려면 Esc 키를 누르면 된다’는 멘트 아래 적힌 사연은 “이곳에 .. 2008. 7. 24.
독도(3) - 교과서의 글「독도 의용 수비대」 신문에서 다음 기사를 봤습니다.「초등 교과서에 2011년에야 ‘독도’ 실린다-6학년 사회 교과서에」(조선일보,2008.7.18,10면). 읽어보셨으면 건너뛰십시오. 2011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독도에 관한 내용이 실린다. / 1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초 고시된 2007년 교육과정 개편안에 따라 최근 발행된 교육과정 해설서 중 초등 6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에 독도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 훼손 시도의 부당성을 깨닫게 한다’는 내용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설명하는 부분에 포함된다.교육과정 해설서는 새로 개정된 교육과정의 목표와 방향, 내용 등을 일선 학교 교사와 교과서 집필자들에게 자세히 알리기 위한 일종의 지침서이기.. 2008. 7. 21.
독도(2) - 교과서와 독도 독도에 관한 시론(2008.7.17.경기신문)을 쓰면서 12년 전, 교육부 편수국(교육과정, 교과서, 한국역사왜곡문제 등에 관한 업무를 하던 기구)에 근무하면서 독도에 관한 글을 쓴 기억이 새로워서 그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요즘은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 발행하고 있지만, 그때는 사단법인 한국2종교과서협회에서 발행하던『교과서연구』라는 저널 제25호(1996.7.25.)에 실은 글입니다. 좀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그때의 정서나 제 수준이 그와 같았으므로 그대로 소개합니다. 교과서와 독도 □ 1996년 2월 1996년 2월에 들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이케다 일본 외상의 망언에 따라 한국과 일본 간에 극한 감정 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던 독도 영유권 문제가 요즘에는 또 조용해졌다. 그때는 온 신문에 꼭 .. 2008. 7. 18.
어이없는 독도문제(경기신문시론080717) 어이없는 독도문제 일본정부는 ‘우리 독도(獨島)’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學習指導要領) 해설을 공표했다. 당초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가 내년부터 당장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이 학습지도요령(국가교육과정기준) 해설은,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과 도카이 기사부로 문부과학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우리나라(일본)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 2008. 7. 17.
멘토링 (Ⅲ) N 교사는 재능과 관심의 영역이 넓습니다. 함께 지낸지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조금밖에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그분에게 그 영역을 좁히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어쩌면 그 능력은 똑같은데 관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의 생활모습이나 진로, 재산, 인간관계 등 모든 운명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그 범위를 극도로 좁혀서 ‘박사(博士)’라는 단어를 이루는 글자의 의미와는 영 달리 그 좁은 분야를 깊이 연구한 사람이 바로 ‘박사학위’를 받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또 ‘인생’이란 이 길을 잘못 걸어가면 일류 사기꾼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N 교사는 ‘이 사람이 내게 심술을 부리나?’ ‘훼방을 놓고 싶은가?’ 아니면 ‘내 능력을 깔보는 건가.. 2008. 7. 14.
어디가 대한민국입니까? 누가 대한민국입니까? 덥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그 무더위를 참느라고 용을 썼습니다. 그럴 때는 “우리나라는 사철이 있어 참 좋다”는 말에 공감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집니다. 옛날 그 좋던 여름날을 그리워하면서 ‘내년엔 이렇진 않겠지. 그렇지 않으면 아내가 뭐라 하든지 집에도 꼭 에어컨을 달아야지.’ 그런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는 선풍기도 돌리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너무 더울 때는 사위가 갖다 준 에어컨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만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무더위가 올해는 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밤이 깊어도 바람 한 점 불어주지 않으니 지난해보다 외려 더 혹독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평년기온? 좋아할 것 없다. 인간들이 보다 편안한 생활, 보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 2008.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