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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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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아이들 가끔 도서관에 올라가 책을 읽는 ‘내 아이들’을 둘러보고 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게 그 행복이란 것인가?’ 그런 느낌을 가지기도 합니다.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 내 논에 물 들어가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보기 좋다’는 그 이치일 것입니다. 책 속에 파묻힌 한 아이를 보고 다치바나 다카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일본의 뉴저널리스트입니다.『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우주로부터의 귀환』『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21세기 知의 도전』『임사체험』『뇌를 단련하다』『원숭이학의 현재』『뇌사』『거악 vs 언론』등의 책을 썼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이 문제를 파헤쳐보자’ 마음먹으면 관련 서적을 한아름 사다놓고 순식간에 읽어치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공영역도 아닌 그 ‘문제’에 대해 세상 사람들의 입이 .. 2008. 10. 20.
가을葉書(Ⅴ) : 안병영 전 부총리를 그리워하며 운동장 건너편의 활엽수들이 가을을 보여줍니다.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아침 다르고 오후가 다릅니다. 오늘 아침에는 ‘이제 온 나무가 다 붉어졌구나.’ 했는데, 점심을 먹고는 그 붉음이 더 맑아진 걸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의 저 윗부분이, 붉게 물드는 나무는 좀 칙칙한 붉은색, 노랗게 물드는 나무는 노란색 가루를 뿌린 듯했는데, 그 붉음과 노랑이 차츰 아래로 내려왔고, 드디어 오늘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칙칙하던 그 색이 차츰 깨끗해지는 걸 보면 결국에는 선홍색, 선황색이 될 것입니다. 설악산 같은 곳은 어떻겠습니까. 속초의 안병영 전 부총리가 생각납니다. 그분이 알면 좀 곤란하지만, 지난여름에 볼일이 있어 택시를 맞추어 속초에 갔었습니다. 설악산 기슭을 넘어 오가며 가을에는 저 울창한 숲이 .. 2008. 10. 16.
‘젬병’ ‘핫바지’를 위한 변명 나는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 회원입니다. 이 연구회는 전현직 편수관(編修官)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그러나 학술진흥재단 같은 기관에 등록된 단체는 아닙니다. 내가 보기엔 등록을 하기 싫어서 등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거기에 등록하려면 상당한 자격(요건 : 가령 논문집의 수준)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걸 감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2006년에는 프레스센터에서 제1회 '교과서의 날' 행사를 개최했고, 올해는 3회째인데, 벌써 힘이 빠지고 교육부 지원도 없어 그냥 연구회 사무실(출판사 천재교육의 건물 내)에서 소략한 기념식을 개최한답니다. '교과서의 날', 얼마나 멋집니까! 달력을 보면 무슨 기념일이 그렇게도 많은데 그 '교과서의 날'도 우리는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젬병'입니다. 우리 연구회에서는 편수업무 '.. 2008. 10. 15.
主演의식과 助演의식(Ⅱ) 소설이나 영화, 연극에서는 주인공이 한 명이거나 두어 명입니다. 대체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고, 재미있게 됩니다(『삼국지』나『수호지』같은 그야말로 ‘대하소설’을 들고,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많다.”고 하면 이 이야기의 취지와 어긋나는 사례가 됩니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이 보조 역할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습니다. 학교의 주인공은 학생이라고 하면, 그것은 공감하시겠습니까? 누가 “교장이 주인공이 아닌가?” 한다면 그는 제정신이 아닐 것입니다. 하기야 교장이 감시․감독․통제의 역할을 담당하면 그가 주인공 행세를 하는 것이고, 그러면 그 학교 교육은 이미 따져보나 마나 실패한 경우가 될 것입니다. 직설적으로, 딱 한 가지 예만 들어볼까요? 교실.. 2008. 10. 13.
主演의식과 助演의식(Ⅰ) 며칠 전 어느 선생님과 주고받은 메일을 ‘주연의식과 조연의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합니다. 그 선생님과 저는 연전(年前)에 주연(교사)과 조연(교장) 관계로 1년 반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교장이 ‘조연’이라면 별로 설득력이 없는 관계 설정입니까? 아이들이나 학부모, 교육행정기관에서 보면.. 2008. 10. 11.
부모로서의 삶과 생각을 자녀에게 지금 알려주십시오 이 글은 지난해 10월 우리 학교 신문에 실었던 글입니다. 올해도 6학년의 졸업기념문집(지난해의 표제『소중하고 특별한 분들』)을 부모님들 이야기를 쓴 글로써 만들기로 했으므로 이 글을 다시 보내드립니다. 부모로서의 삶과 생각을 자녀에게 지금 알려주십시오 -특별히 6학년 학부모님들께- 나의 어머니는 심장병으로 마흔 여덟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7남매를 낳았고, 하교하여 그 얼굴을 보려면 집으로 가기보다는 밭에 나가 콩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더 쉬웠습니다. 1년 365일, 남편과 함께 들일을 나가고 함께 귀가하는데도 남편이 귀가하는 시각에 맞추어 저녁식사를 준비해낸 분입니다. 겨우 한글을 읽기는 했지만 평생 손에 책을 든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내가 집에 없을 때 ‘이게 내 .. 2008. 10. 7.
교육적인 돈, 도덕적인 돈 (경기신문 시론 20081007) 10월초, 학교에는 매우 이례적인 공문이 접수되었다. 교육청에서 시청의 공문을 이첩해서 보낸 문서였다. 최근 멜라민 파동에 따라 국민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멜라민 의심 제품 428개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는 사항과 함께, (주)해태의 ‘미사랑 .. 2008. 10. 7.
‘11세부턴 꾸중, 뇌 똑똑해진다’는 어처구니없는 기사 그 어처구니없는 기사부터 보십시오. 제목이「9세까지는 칭찬․11세부턴 꾸중, ‘뇌’ 똑똑해진다」이고,「연령별로 ‘뇌 활성화’ 차이,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습니다. 여러 신문에 실렸을 것입니다. “9세까지는 칭찬하고 11세부터는 꾸짖어라.” 9세 아동에게는 “잘했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대해주고, 11세 아동에게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대해주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발달심리학자인 에블린크론(Crone)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7일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칭찬과 꾸중에 반응하는 뇌 활성 정도가 연령대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 2008. 10. 5.
가을葉書(Ⅳ) : 코스모스와 어느 양호교사의 사랑 코스모스와 어느 보건교사의 사랑 이맘때쯤엔 코스모스가 지천이었습니다. 고생스런 삶이어서 그런지 그 고향이 저는 싫습니다. 싫은데도 생각이 납니다. 요즘은 밤낮없이 떠오릅니다. 주말 이야기 끝에 코스모스라도 좀 봤느냐고 물었습니다. "에이, 코스모스야 여름방학 전 칠월 중순.. 2008. 10. 3.
가을엽서 (Ⅲ) : 金源吉 詩人에게 가을엽서 (Ⅲ) - 金源吉 詩人에게 가을입니다. 기대하지도 않고 욕심을 내지도 않았는데도, 가을입니다. 하기야 그 변화에 기대를 하는 건, 그야말로 ‘자유’지만 욕심을 내거나 할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다만 다시 한해가 저물고 있다는 것에서 느끼기로는 오히려 좀 천천.. 2008. 9. 30.
‘가시방석’에 앉아 있던 단기방학 참 시답잖은 얘기지만 읽어보십시오. 우리 학교는 추석연휴에 이어 5일간 단기방학을 했습니다. 말이 5일이지 사실은 달랑 5일이 아니고, 추석연휴(9월 13~15일)에 이어 16일(화)부터 20일(토)까지 5일간이 방학이었고, 21일은 일요일이었으므로 다 합치면 9일간이었습니다. 그 기간에 여러분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구리남양주교육청 교육장을 만났을 때 그 심정을 얘기했더니 그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방학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그 기간을 정합니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기는 합니다. 전번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야 어떻게 하든 큰맘 먹고 추석연휴 앞뒤로 하루 정도를 더 쉬게 하려고 했더니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몇 분이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시면.. 2008. 9. 25.
방치․유폐된 듯 지내는 비만 어린이들(경기신문시론20080923) 거의 아무도 보는 이 없는『경기신문』「시론」란에 실린 32번 째의 제 원고입니다. "경기신문에 한 달에 두 번씩 제 시론이 실리고 있습니다." 하면 상대방은 금방 들어놓고도『경기신문』이 아니라 "경기일보요?" 합니다. 그가 기억력이 형편없어서 그렇게 되물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어쨌든 .. 2008.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