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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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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한 요구사항들 이 글은 2003년 6월 14일 저녁, 교육인적자원부에 근무하던 때 쓴 글입니다. 아마 토요일이었을 것입니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사무실에 남아서 이 글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 편,『편수의 뒤안길』제5집(대한교과서주식회사, 2004.1), 23~37쪽). 지금 읽어보니 글의 내용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곳도 있고 생각이 좀 변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저녁의 기억을 한 장의 낙엽 같은 추억 하나쯤으로 생각하며 그냥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역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11일에「이런 기사」라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이 글이 생각나 여기에 옮깁니다. 교육과정‧교과서에 대한 이른바「국가‧사회적 요구사항」이라는 것에 대하여 1. “교육부에서 가장 까다로운 .. 2008. 9. 12.
이런 기사 지난 9월 5일 C일보에서 본 기사입니다. 난처한 점이 있어서 숨겨놓은 □□, ○○이라고 표시한 부분에 어떤 말을 넣어야 할지 생각해보십시오. 중․고 교사 절반 “○○교육 불충분” 국내 중․고등학교 □□과 교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불충분하다.. 2008. 9. 11.
교육평가, 기본원리에 충실한 정책인가(경기신문시론20080909)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정보 투명화로 공교육을 지원하고, 각 학교 학부모와 국민들의 관심사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국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는 오는 2010년부터 전면 공시되며, 그 이전이라도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은 올 12월부터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시방안을 보면, ‘보통 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 구분하여 전년대비 향상도와 함께 발표하고,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학생지원시설, 경력별․연령별․교과별 교원현황, 교원연수 참여, 동아리 활동, 특색교육계획, 학교도서관 현황, 방과후학교 현황, 학생․학부모 상담실적, 직원현황도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평가활동을 제도화하려는 정부의 시책추진은 이에 그.. 2008. 9. 9.
참여하고 싶게 해주는 교육-방학과제물전시회장에서 어제 오전에 본 여러 문서 중에는 제8회「산림문화작품 공모전」이라는 공문서도 있었습니다. 산림청과 산림조합중앙회 주최로 열리는 행사로,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학생은 그림이나 글짓기 작품, 일반인은 사진이나 시, 수필을 오는 16일까지 산림조합중앙회로 내면, 학생부의 경우 대상 각 1명에게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 금상 각 1명, 은상 각 5명에게는 산림청장상, 동상 각 10명에게는 산림조합중앙회장상이나 경향신문사장상, 장려 180명, 가작 250명, 입선 100명에게도 산림조합중앙회장상을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학교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문서가 자주 옵니다. 올해도 곧 오겠지만 가령 불조심 포스터와 표어, 글짓기 작품을 내라는 공문서도 그런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각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 2008. 9. 4.
「Monaco」, 삶이 그렇게 흐른다면… 삶이, 그렇게 흐른다면, 누가 힘들어하겠습니까. 지나가버린 세월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들판에 홀로 남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스스로 위로합니다. 1972년, 초겨울 눈 내리는 날, 48세에 세상을 떠난 우리 어머니, 너무 일찍 이승을 떠났으므로 저승에서 마저 늙었을 그 어머니…… 일곱 살 때부터 '죽도록' 농사일만 하다가 늙어서는 세상의 온갖 병을 다 앓다가 간 우리 아버지…… 그분들의 속을 썩인 일들도 이제는 거의 가슴 아프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다른 말씀 않고 “그래, 괜찮다, 괜찮다.” 하실 것 같습니다. 나에게 시집 오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럴 듯한 거짓 약속조차 없이 결국 신산(辛酸)한 세월만으로.. 2008. 9. 2.
두어 명 전학 보내버린 교장 「총 차고 수업하는 교사들」이라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조선일보,2008.8.30.16면). 손에는 책을 들고 주머니에는 총을 찬 채 수업하는 교사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 주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사들에게 총기 휴대를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총기 사용법과 위기 대처법 등을 교육받은 교사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이사회에 신고만 하면 학교에서 총을 갖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중략)… 데이비드 서웨트 헤럴드 교육위원회 대의원은 “교실에 CCTV와 전화기를 설치해도 무작위 총기난사는 막을 수 없었다”며 “이런 경우, 학생들은 독 안에 든 쥐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문경호요원이 아닌 교사들이 총을 갖고 다니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2008. 9. 1.
「교육부 편수 팀을 교체하라」는 칼럼 지난 8월 19일 C일보에는「교육부 편수 팀을 교체하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C일보를 보아왔습니다. 이 반론은 C일보에 대한 비판은 아니며, 단지 그 칼럼 내용이 못마땅했다는 뜻입니다. 인용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편에서 바라볼 때 ‘건국=분단고착의 계기’라고 보는 젊은이들은 잘못된 역사교육에 반쯤 최면당해 있는 상태다. 반면에 ‘노노데모’ 학생들은 거기서 스스로 체험을 통해 깨어난 상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편 기성세대가 할 일은 자명하다. 일부 젊은이들의 ‘자학사관’을 해독시킬 ‘긍지(矜持)의 사관’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반(反), 비(非)대한민국 역사교과서를 대체할 친(親)대한민국 검인정교과서를 널리 보급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논의를 할 의사가 ‘전혀’ .. 2008. 8. 29.
어느 독자 누가 이 블로그에 다녀가시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댓글’이나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도 더러 있지만 흔한 일도 아닙니다. ‘관리’란을 보면 ‘어제’에 한해 어느 시간대에 몇 명이 다녀갔고, 등록자에 한해서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몇 사람이 다녀갔으며, 어떤 글을 몇 명이 읽었고,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카페’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시각각 다녀가는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블로그가 뭔지 카페가 뭔지도 몰랐고, 지금도 그 특성을 잘 모릅니다. 오늘 처음으로 독자 한 분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와 딱 6개월을 함께 근무했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그분에게서 배운 점도 많지만, 그분에게는 교육의 방향 같은 것만 얘기해 주어야지 하나하나 다 .. 2008. 8. 28.
우리 교육의 기준, 누가 정하나(경기신문시론20080826) 지난 7월 중순, 일본 문부과학상과 관방장관은 함께 “우리나라(일본)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침이 포함된 새 ‘학습지도요령해설’을 발표했다.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장담, 혹은 “독도문제만 나오면 벌떼같이 요란 떨다 갑자기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어느 신문의 비판기사 그대로 우리는 또 조용해졌다. 한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정부 지명위원회(BGN)가 돌연 독도를 ‘주권미지정지역’으로 바꾸어 표기했다가 방한을 앞둔 부시가 한국의 섬으로 환원하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부시효과’라고나 할까, 우리는.. 2008. 8. 26.
가을엽서⑴ 아무래도 가을인가 봅니다. 이 저녁에는 또랑또랑하고 낭랑하게 들려오는 풀벌레소리가 내 이명(耳鳴)을 잊게 했습니다. 이명은 지난해 여름 그 한의사가 이제는 친구처럼 대하며 지내라고 한 가짜 친구입니다. 입추(立秋)가 지나도 등등하던 더위의 기세가 뒤따라온 말복(末伏) 때문이었는지 하루식전에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럴려면 그렇게 등등하지나 말 일이죠. 새벽이나 이런 밤에는 벌써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그곳은 어떻습니까? 그곳도 여름이 가고 스산하고 까닭 없이 쓸쓸합니까? 며칠 전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현관을 들어서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가을이네.' 별 생각 없이 그렇게밖에 하지 않았는데, 하마터면 눈시울이 젖을 뻔했습니다. 알래스카의 그 추위 속에서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는 것을 본 호시노 미치오.. 2008. 8. 25.
웃으며 활을 쏘던 리처드 존슨-베이징 올림픽 관전 단상⑶ "리처드 존슨은 올해 52세랍니다. 그는 지난 8월 13일, 양궁 남자 개인 32강전에서 우리의 임동현(22, 한국체대) 선수와 겨루어 115:106으로 패배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딱 두 줄이군요. 이것이 신문에서 찾아 읽은 그 선수에 대한 정보의 전부입니다. 그날도 중국의 그 양궁 시합장에는 비가 내렸지요? 중계방송 해설자가 그 '아저씨'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고 한 것 같습니다. 마음씨가 썩 좋아 보였고, 아무래도 그 '아저씨'의 아랫배가 좀 나온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내 아랫배와 한번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시합은 시합이어서 처음에는 나도 좀 긴장했는데, 그는 도저히 우리의 임동현 선수의 맞수는 아니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신중한 태도로 쏘기는 했지만 차츰 점수 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2008. 8. 22.
메달이 없어서 더 빛나는 이배영 메달이 없어서 더 빛나는 이배영 -2008 베이징 올림픽 관전 단상⑵- ‘실격패’한 이배영 선수가 유명해졌습니다. 그가 바벨 들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날, 그러니까 남자 역도 경기가 벌어진 지난 8월 12일 이후 일주일 동안 점점 더 유명해졌으므로 앞으로 얼마나 더 유명해질는지 모르겠습니다. 8월 13일만해도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신문도 그저 무덤덤하게 “역도 이배영, 경기 중 부상으로 실격패” 정도의 제목을 붙였고, 그것도 저 뒤의 25면에 2단 정도로 실었습니다. 다만 용상 3차 시기까지 실패했을 때 바벨을 움켜잡고 기막혀하는 사진이 기사 옆에 실렸을 뿐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그가 하도 안타까워하며 쓰러져 있으니까 ‘기사가 되겠구나!’ 하고 찍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겨우 25면에 짤막.. 2008.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