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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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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미스터 X 모처럼 직원회식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산 남포동에서 왔을까요? 미스터 X를 만났습니다. 몇 명이 남아서 2차, 3차를 갔을지도 모릅니다. 미스터 X는 볼일이 있어 일찍 갔다고 하니 2차는 가지 않은 게 거의 확실합니다. 직원회식 이야기를 하면 흔히 교장이 2차, 3차에 가는 게 좋은지 어떤지에 대.. 2008. 12. 2.
가을葉書 Ⅵ -이제는 부칠 데도 없는- 창(窓)만 있으면 단풍든 나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며 보류(保留)해오다가 오늘 그걸 포기하기로 했다. “가을…….” 감상에 젖어도 좋을만한 날에 부끄러운 겨울감기에나 걸려서 그 달은커녕 새 달이 다 지나도 그걸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 교장실은 서향집 이층이고, 더구나 IMF 때 지어서 일년이 여.. 2008. 11. 27.
이런 기사 Ⅱ : 몸만들기 그게 로봇 이야기였는지 세포 조작 이야기였는지 잘 모른다. 21세기의 언제쯤, 여성들이 하나같이 예쁜 세상이 되어버리면, 드물게 본래의 얼굴 그대로 '개성(個性)'을 지닌 여성이 있으면 오히려 열광적인 선택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는, 텔레비전에 새로 등장하는 예쁜 .. 2008. 11. 23.
에릭 시걸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 에릭 시걸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 황창수 옮김, 은하, 1990 그런 아이가 불우한 걸까? '불우한 환경의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이 소설이 떠오른다. 어렵잖게 많이 보았다. 보면서, 그런 아이를 기억해두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기억해두는 것은 왠지 옳지 못한 일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소설은 단순하다. 아내가 모르는 아이가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러면 안 되지만 어쩌다가 자신도 모르게 태어난 그 아이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에서 몇 군데를 인용하면 이렇다. "몽뺄리에에 논문을 제출하러 유럽에 간 일이 있었지……." "그래서요……?" 침묵이 흘렀다. "그때 여자관계가 있었어." 그는 그것을 아주 빨리 말했다. 마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반창고를 빨리 떼듯이. 실러.. 2008. 11. 19.
외롭지만 신선한 KAIST의 학생선발 (경기신문 시론 20081118) 올해도 어김없이 D-100일식으로 ‘카운트다운’된 대학수학능력고사였다. 신문에는 당연한 듯 수험생을 위한 작전이나 유의점이 기사화됐고, 족집게 과외문제도 등장했고, 영험하다는 곳을 찾은 부모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실렸다. “수능, 작년보다 어려웠다” 혹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교과서 수준서 출제” “메가스터디 ‘언어․외국어는 작년과 비슷” “상위권 변별력 위해 수리 ‘가’와 외국어 까다롭게 출제” “출제위원장,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문제, 수험생 기대치에 맞추려고 노력” “1교시엔 웃다가 2․3교시엔 울상” “특목고 출신, 상위권대 ‘싹쓸이’할 듯” “수능 자신 없으면 수시 2학기 적극 공략해야” “소신․적정․안정권으로 나눠 포트폴리오 짜야” “상위권 대학은 수리, 중위권은 언어에 가중치”.. 2008. 11. 18.
이홍우 『敎育의 槪念』 이홍우, 『敎育의 槪念』 文音社, 1991, 2002 날개에 소개된 저자 약력은 ‘서울大學校 師範大學 敎育學科, 서울大學校 大學院 敎育學科, 미국 콜럼비아大學(EdD), 서울大學校 師範大學 敎授’뿐이다. 책은 프로필처럼 치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180쪽이다. 앞날개에 소개된 이렇다. 이 책의 전부이다. 敎育의 槪念을 이해한다는 것은 ‘敎育의 定義’를 말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定義를, 그 밑바닥에 깔려서 그것을 받치고 있는 槪念體系와 관련지어 이해한다는 뜻이다. 종래의 敎育學硏究는 결국 敎育의 槪念에 ‘具體性’을 부여하기 위한 學問的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工學的 槪念’, ‘成年式 槪念’, 그리고 ‘社會化槪念’이라고 부른 세 가지 槪念은 敎育이라는 總體的 現.. 2008. 11. 15.
외손자 선중이와 이 동네 홍중이-참 별종인 아이들 #1 제 외손자 선중이가 바로 그 ‘별종(別種)’입니다. 근근이 키워 지난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는데, 그때부터 그 어미는 더 깊은 고난의 골짜기로 들어섰습니다. 그럴 줄 미리 알고 인천 모 여고 일어 선생도 집어치우고 들어앉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어림없는 수작이 되었습니다. 우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아무리 취학 전 아이들이라도 음식점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킬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주제에 교육자랍시고 사람들을 만나면 일본의 가정교육을 예로 들면서 그걸 강조해왔지만 제 손자가 엉망인 걸 확인하자 그만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경솔하게 이야기하다가 내가 천벌을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 2008. 11. 13.
용산역에서 만난 여인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은 여성을 봤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저녁, 익산 전라북도교원연수원을 다녀오는 길의 용산역에서였습니다. 그곳 서경주 선생이 전화로 강의 요청을 해주었습니다. 그분은 명함 대신에 원광대학교에 근무하는 부군의 작품을 영인(影印)한 그림 한 장을 주었습니다. 그 그림의 가을색이 아름다워서 탁자 위에 끼워두었습니다. 만추(晩秋)의 가을꽃과 붉은 열매 저 위 여백에는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김용택,「가을」)로 시작되는 시 한 편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였겠지요. 여정이 정겨웠고, 그 느낌이 돌아오는 역에까지 이어졌습니다. 개찰구를 나오려고 줄을 서 있는데, 길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할아버지~!" 아이는 할아버지가 어서 나오기를 애.. 2008. 11. 11.
「교과서의 날」과 빼빼로데이 10월에는 국경일과 기념일이 많습니다. 1일은 국군의 날, 2일 노인의 날, 3일 개천절, 5일 세계한인의 날, 8일 재향군인의 날, 9일 한글날, 15일 체육의 날, 18일 문화의 날, 21일 경찰의 날, 24일 국제연합일, 28일 교정의 날 및 저축의 날입니다. 그러고 보면 10월에는 기념일이 참 많습니다. 게다가 10월 5일은 ‘교과서의 날’입니다. 쑥스럽지만 교과서의 날은 법정 기념일은 아닙니다.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에서 광복 후 처음 나온 국어 교과서(초등학교 1학년 1학기)『바둑이와 철수』발행일을 그렇게 정했습니다.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는 교육부에서 편수(교육과정․교과서 정책)를 담당했던 사람들의 모임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정부의 공식적인 보조를 받는, 말하자면 공인.. 2008. 11. 10.
한국과 일본의 교육과정심의회 관련 자료 □ 교육과정심의회의 구성(일본) “2005년 2월에, 제3기 중앙교육심의회의 발족과 함께, 당시 中山彬 문부과학성 장관으로부터 21세기에 살아갈 어린이의 교육충실을 도모하기 위하여 교원의 자질, 능력향상과 교육조건의 정비 등과 맞추어 국가교육과정 기준 전체의 재평가에 대하여 검토하도록 요청이 있었다. 그 검토관점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① ‘인간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내용의 개선 충실 ② 학습내용의 정착을 목표로 하는 학습지도요령의 체제 개선 ③ 배우는 의욕을 높이고 이해를 깊게 하는 수업의 실현 등 지도상의 유의점 ④ 지역과 학교의 특색을 살리는 교육의 추진 중앙교육심의회 초중등교육분과회 내의 교육과정부회는 이 검토관점을 기반으로, 2005년 4월부터 24회의 심의를 거쳤고, 부회 밑에 있는 각 교과별.. 2008. 11. 7.
「수업공개」경험 - ‘허난설헌’님께 - 제 독자님 중에 ‘허난설헌’이란 닉네임을 가진 분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받아보는 제 입장에서 보면 너무 겸손한 표현을 해주신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옮깁니다. 너무도 유치 무쌍한 질문인지라 -아직도 이런 걸 질문하나? 싶은- 비공개로 하려고 했으나 혹시 비슷한 의문을 가.. 2008. 11. 7.
우리 학교 불조심 현수막 우리 학교 교문 위의 불조심 강조기간 현수막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불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불은 세상을 망쳐요!" 2학년 허태훈이의 작품입니다. 남양주소방서장께서 보시면 '불조심 현수막의 이단(異端; 전통이나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이 되겠지요? 사실은 지난달 22일에 소방서로부터 '2008년 불조심 강조의 달 방화환경 조성을 위한 협조의뢰' 공문이 왔습니다. 내용은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철을 대비하여 방화환경 조성을 통한 시민의 화재예방 및 안전문화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협조요청하니 안전하고 내실 있는 방화환경 조성 확산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취지로, 불조심 홍보물 설치, 직장방화점검의 날 운영 등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공문은 플래카드(현수막)를 '불조심 강조의 달'로 할 .. 2008.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