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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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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표 『내 인생 1막 1장』 1 정년이 되면 무언가 남기고 싶어들 합니다. 그렇지 않을 리 없습니다.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직원들과 식사라도 할까? 다른 사람도 좀 부를까? 더러 꽃다발이나 선물 같은 걸 가지고 오겠지? 장소를 구해서 아예 퇴임식을 할까?……. 문제는, 폐를 끼치고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 부담을 줄이려고 하겠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됩니까? 그래서 조용히 마지막 퇴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에게 넌지시 물어보면 "그러면 됩니까! 교장 선생님이야말로 꼭 퇴임식을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대답합니다. '교장 선생님이야말로?' 남들도 다 그런 말을 들을 게 분명합니다. '이 사람은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말을 하고 있나?' 흘낏 쳐다보고 또 생각합니다. '당사자에겐 심각하지만.. 2009. 2. 19.
수요자형 연수를 받고 싶은 교사들 (20090217) 수요자형 연수를 받고 싶은 교사들 “한 달 동안 연수를 받고 깨달은 것이 있다. 날마다 종일 의자에 앉아 듣기만 했다. 개학하면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참여하는 수업을 전개하겠다.” 지난 겨울방학을 온통 연수로 채운 어느 교사가 한 말이다. 장기간의 연수를 그렇게 표현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연수를 주관한 기관에서 “봐라, 수업을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지친다. 효과도 없다”고 가르치려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을 깨달은 교사는 다행이다. 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원들이 받아야 하는, 혹은 받을 수 있는 연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해마다 자격연수, 직무연수, 일반연수로 분류되는 수많은 연수가 진행된다. 각 교육기관별로 시책에 따른 연수도 진행된다. 국가.. 2009. 2. 17.
젊은 스승에게 큰절 하던 노인 상주군교육청에 파견근무를 할 때였습니다. 교사가 된지 6년째에 문교부 지정 연구학교 근무를 하게 되었고 이듬해에 혼자 시범수업을 해서 유명해졌을 때였습니다. 유명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시범수업 외에도 6학년을 담임하면서 잔디 파와서 심기나 각 교실을 제외한 학교 환경구성을 도맡았고 -옥상 위의 '주체성이 확립된 국민 육성' 같은 간판도 직접 써 붙여야 할 때였습니다-, 학습자료전시회 출품도 하고,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 푸른기장을 2년째 연속으로 받았고, 연구학교보고서도 썼습니다. 경력이 쌓여야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경력이 쌓이면 힘이 빠진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걸 한꺼번에 다 하면서 소주도 많이 마셨습니다. 몸이 많이 쇠약해졌다면서 선친께서 독사를 잡아왔기 때문에 .. 2009. 2. 16.
‘이메일을 막는 회의’와 댓글을 보고 싶은 욕구(수정 원고)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한 함수곤 교수는 제가 교육부 편수국(교육과정, 교과서 업무를 맡아보던 곳)에 들어갔을 때 편수국장이었습니다. 당시 이화여대 교수였던 분이 장관으로 와서 이러저러한 지시를 하자 그 지시가 부당하다며 덜컥 사표를 냈고, 그렇게 좀 쉬다가 일본으로 건너간지 1년 .. 2009. 2. 12.
미스테리한「○○코팅」 잘난 체하기란 참 쉽습니다. 자칫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가령 매월 불우이웃을 돕는 회비를 내고 있는 걸 걸핏하면 내세웠습니다. 지난번에는 신문에 실린 제 글을 보고 “훌륭한 글을 쓰시는 분이니까 장애인을 돕는 우리 단체의 물품을 좀 사 달라.”는 전화를 한 여성에게 ‘그렇지 않아도 회비를 내고 있는데 걸핏하면 도와달라는 전화나 하느냐?’고 짜증을 내면서 아주 혼을 내주고 한 개에 오천 원짜리 비누 한 박스를 샀습니다. ‘그놈 참 기왕 사주려면…….’ 그랬겠지요. 우리 학교에는 매달 70만원씩 학교발전기금을 내는 분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급식비 내기가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라고 했답니다. 학교발전기금은 교장이 징수나 지출에 관여하지 말고 관리 책.. 2009. 2. 10.
조엘 에글로프 『도살장 사람들L’étourdissement』 『현대문학』 2009년 2월호에 소설의 일부가 소개되었다. 번역자(이재룡 숭실대 불문과 교수)가 다음과 같은 주를 붙였다. 『도살장 사람들』은 조엘 에글로프Joël Egloff의 네 번째 소설이다. 『현대문학』은 에글로프의 처녀작 『장의사 강그리옹』과 두 번째 작 『해를 본 사람들』에 이어 『도살장 사람들』을 출간하기에 앞서 일부를 먼저 소개한다. 이 작품은 시골마을의 도살장에서 일하는 남자가 겪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이야기이다. 폐수처리장, 쓰레기하차장, 폐차장에 둘러싸인 마을에 사는 어리숙한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이 작가 특유의 해학적 시각으로 그려진 『도살장 사람들』은 수상작이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인 '엥테르'가 주관하는 은 전국 각지의 독자를 대표하는 25명이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한다. 이제 겨.. 2009. 2. 8.
외손자 선중이 Ⅰ 선중이는 제 외손자입니다. 곧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둘째 딸이 낳았습니다. ‘선중(宣中)’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습니다. ‘가운데에 펼쳐라’, 다른 이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거기에는 제 희망과 기대, 욕심이 들어 있습니다. 제 핸드폰 앨범에는 그 애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조용할 때 들여다보면 사진 크기가 작아서 안타깝고 그 애가 더 그리워집니다. 그 애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며칠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막막한 느낌입니다. 내가 이런데도 그 애는 전화를 하지 않으니 참 무심한 아이입니다. 설에 다녀갔고, 그 얼마 전에 며칠 머물다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전화를 기다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주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우리와 함께 지내고 싶어 하면서도 제 부모와 헤어져 있는.. 2009. 2. 6.
4․19혁명과 편수용어(編修用語) 4․19혁명과 편수용어(編修用語) 지난해 12월, 건국 60주년을 맞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습지도 참고용으로 제작한 현대사 영상물에 ‘4․19혁명’이 ‘데모’로 표기되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인터넷에 탑재된 기사에 따르면, 교과부는 80여 개 영상물이 담긴 『기적의 역사』라.. 2009. 2. 5.
교과교실 수업을 하자는 이유 (20090203) 교과교실 수업을 하자는 이유 학습지도 원리대로라면 학생은 당연히 개별로 배워야 할 과제를 갖고 그것을 가르쳐줄 -사실은 배우도록 안내해줄- 교사를 찾아가게 해주는 것이 ‘교육행정’이다. 다만 우리는 수많은,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한꺼번에’ 가르치고 배우는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몇 개의 수준으로 나누어 가르치자’는 수준별 지도는, 교육의 공급면에서는 매우 친절한 교육을 베푸는 양하지만 학생들의 개별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절대적인 친절은 아니다. ‘획일적 전체지도보다는 친절한’ 차선의 방안일 뿐이다. 즉 어느 학생이 “여러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학습에 지장이 많아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항변한다면,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친절한 개별지도를 해주지 못했다”.. 2009. 2. 3.
언제 국회 현장학습을 가게 되나? Ⅰ 지난해 12월 어느 날, 국회 현장학습에 관한 공문을 봤다. 우리는 현장학습계획을 연초에 확정하기 때문에 ‘가보면 좋기는 하겠지만…….’ 하고 말았다. 현장학습은, 얘기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1990년대 초에 비하면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풍이나 수학여행 말고는 학생.. 2009. 2. 2.
한자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080120) 한자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자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제기되었다. 1998년 국한문(國漢文) 혼용과 한자교육의 부활을 실현하기 위한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가 결성된 이후 한글학회와 대립각을 세우며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주장이다. 한자는 ‘한글전용원칙’에 따라 1970년부터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1975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만 다시 등장했지만, 그것은 한자 혼용이 아니라 괄호 안에 넣는 병용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정규교과시간에는 가르치지 않고 있는 그 한자교육을 다시 시작하자며 대한민국 역대 국무총리의 서명을 받은 한자교육 촉구 건의서가 청와대에 제출된 것이다. 사단법인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이 문서는 ‘대통령께 드리는 역대 전 국무총리의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촉구하.. 2009. 1. 20.
르 클레지오가 본 한국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나라, 우리 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화여대 해외학술원 석좌교수인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8년을 대부분 한국에서 보냈고, 노벨문학상 발표 일주일 전까지도 서울에 있었다. 파리에서 그와 인터뷰한 조선일보 기자가 그 내용을 『현대문학』 2009년 1월호에 실었다(박해현, 「문학의 책무-르 클레지오와의 인터뷰」282~291쪽). 다음은, '한국'과 '한국어', '한글', '서울', 한국 아이들에 대한 관점,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문학이 필요한 이유, 인터넷에 대한 생각,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그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박해현 : 언제 한국에 돌아올 건가. 르 클레지오 : 이화여대 해외학술원 석좌교수.. 2009.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