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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교과교실 수업을 하자는 이유 (20090203)

by 답설재 2009. 2. 3.

 

 

 

교과교실 수업을 하자는 이유

 

 

 

  학습지도 원리대로라면 학생은 당연히 개별로 배워야 할 과제를 갖고 그것을 가르쳐줄 -사실은 배우도록 안내해줄- 교사를 찾아가게 해주는 것이 ‘교육행정’이다. 다만 우리는 수많은,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한꺼번에’ 가르치고 배우는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몇 개의 수준으로 나누어 가르치자’는 수준별 지도는, 교육의 공급면에서는 매우 친절한 교육을 베푸는 양하지만 학생들의 개별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절대적인 친절은 아니다. ‘획일적 전체지도보다는 친절한’ 차선의 방안일 뿐이다.

  즉 어느 학생이 “여러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학습에 지장이 많아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항변한다면,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친절한 개별지도를 해주지 못했다”고 해명하겠지만 그 해명이 떳떳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획일적 강의식이나 소집단을 대상으로 한 수준별 지도를 넘어 이제는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육선진국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관점으로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현장을 살펴보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도 철저한 강의식 집단지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올해 2학기부터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상․중․하 등 수준에 따라 개설되는 교과교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2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를 위해 중고생들이 대학생들처럼 특정과목을 선택해 교실을 찾아다니는 ‘교과교실 수업’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교과교실 수업’이 실시되면 학급별로 정해진 교실에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각 교과목별 교사들이 차례로 들어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은 자신의 전용 수업공간, 즉 교과목별․수준별로 개설되는 각 교과교실에 머무르며 가르치게 된다.

  학생들은 대학생처럼 수강신청을 하고 ‘수학교과교실’ ‘과학교과교실’ 등 자신이 선택한 교과목,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실을 찾아 이동하면서 수업을 받게 된다. 학교수업이 교육공급자(교사) 위주에서 교육수요자(학생) 위주로 바뀐다는 의미다.

 

  또 지금까지 국어․영어․수학을 중심으로 한 ‘수준별 이동수업’이 다른 교과목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이란 수학 실력이 앞선 학생은 ‘수학 상급반’에서 수업을 받고 영어 실력이 뒤진 학생은 ‘영어 하급반’에서 공부하는 수업방식이다.

  또 국․영․수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과학 같은 경우에도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자기가 선택한 특정 과목의 교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교과교실 수업’의 의도를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 제도 실시 배경에 대해 “예전같이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을 때는 교과교실 수업이 불가능했지만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대(중학교 34.7명, 고등학교 35.1명)에 이르고, 학교에 여유 공간이 있기 때문에 교과교실 수업을 실시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설명했다지만, 교과교실 수업을 실시할 수 있는 시설․설비, 교사 수 등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학교는 그야말로 ‘꿈’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학생들이 종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형식에서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게 되는 ‘형식’만 바뀌게 된다.

 

  또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수업에 대한 의식이다. 우리는 ‘수업’에 대해 ‘교사들은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 설명을 들어야 하며, 학생은 배운 내용에 대한 질문에 잘 대답하는 활동’이라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그것을 바꿔야 한다. 교육선진국은 이미 어느 나라도 교사는 잘 설명하고 학생은 잘 듣는 것이 수업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60~70명을 모아놓고 “얘들아, 내가 요령껏 설명할 테니까 너희들은 듣고 잘 기억하라”던 옛 수업방법을 고수하면서 그걸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6~7명을 앞에 놓고도 “너희들은 무조건 잘 들어라”는 수업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교과교실 수업’을 도입하는 이유는 이런 수업을 바꾸는 것이어야 희망이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획기적인 교육혁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