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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지루하고 따분한 대한민국 교실 (20080106)

by 답설재 2009. 1. 6.

 

 

 

지루하고 따분한 대한민국 교실

 

 

 

  겨울방학을 맞아 장기 교원연수를 받고 있는 어느 교사가 “앞으로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에 힘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하루 종일 듣기만 하고 앉아 있으니까 아이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교육학이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같은 시간에 더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기본적이지만 그만큼 원시적인 방법이 ‘설명하고 듣는 방법’이며, 원시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그만큼 비효율적 방법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가 세계 50개국 중학생 2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TIMSS)' 결과, 우리나라 중2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타이완에 이어 세계 2위, 과학 성취도는 싱가포르, 타이완,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수학의 경우 1995년에는 3위, 1999년과 2003년에는 2위를 기록했고, 과학의 경우에도 1995년 4위, 1999년 5위, 2003년에 3위를 차지했으므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2007년 12월에 OECD가 발표한 ‘2006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읽기는 1위, 수학은 3위, 과학은 11위를 차지하여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실에서도 이미 입증됐었다.

 

  문제는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즐거움 인식지수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성적에 비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즉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 학생의 비율은 33%(43/50위), ‘수학을 배우는 것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필요하다’고 한 학생은 53%(45/50위)로 공부에 대한 흥미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과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과학이 즐겁다’고 한 학생의 비율은 38%(29/30위), ‘과학을 배우는 것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필요하다’고 한 학생은 41%(26/30위)여서 흥미도에서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의 이러한 결과는 학생 시절에는 가능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하여 무조건 많이 가르치고 많이 배우게 하고 보자는 우리나라의 교육 경향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입시 관문만 통과하면’ 혹은 잘해야 ‘대학만 졸업하면 공부는 끝’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지난해 연말 어느 신문은 「전문계고등학교의 반란」이란 제목으로 “일단 입학하고 나면 학생들은 오후 3시께 끝나는 정규 교과과정 외에 밤 10시까지 의무적으로 무려 7시간에 걸쳐 영어문법, 회화, 단어 등에 대한 수업이 진행된다”며 자랑스레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를 소개했다.

  또 그 학교의 어느 교사는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방학 때 학생들이 놀 수 있었던 시간은 4일에 불과했다” “학교만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어서 방학 전에는 항상 학부모간담회를 개최해 양해를 구했더니 이제는 학부모들이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죽지 않을 정도’로 공부하면 좋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국회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한국은 현 교육제도를 잘라내 버려야 한다”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교육으론 미래가 없다” “교육을 개인화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

 

  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제비교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공부를 잘 하려면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는 비율이 프랑스 1.0%, 영국 0.8%, 일본 0.9%에 비해 우리나라는 무려 72.6%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하는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하고, 그 답에 따라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찾는 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이 될 것이다. 아는 것,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는 말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