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형 연수를 받고 싶은 교사들
“한 달 동안 연수를 받고 깨달은 것이 있다. 날마다 종일 의자에 앉아 듣기만 했다. 개학하면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참여하는 수업을 전개하겠다.”
지난 겨울방학을 온통 연수로 채운 어느 교사가 한 말이다. 장기간의 연수를 그렇게 표현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연수를 주관한 기관에서 “봐라, 수업을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지친다. 효과도 없다”고 가르치려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을 깨달은 교사는 다행이다. 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원들이 받아야 하는, 혹은 받을 수 있는 연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해마다 자격연수, 직무연수, 일반연수로 분류되는 수많은 연수가 진행된다.
각 교육기관별로 시책에 따른 연수도 진행된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연수대상별, 교과별 연수는 대표적인 예다.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연구회, 동아리별로 이루어지는 연수도 많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한 원격연수도 거의 일반화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원연수의 종류와 양, 연수교재 개발 등을 평가지표로 하는 시․도교육청 평가항목을 설정한다. 따라서 교육청에서는 가능한 한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연수가 수요자(교원)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원들은 수동적 연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관행이 되어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필요와 요구를 조사하거나 희망 혹은 선택 기회를 주기보다는 으레 “이 연수에는 누구를 보내나?” 지명하는 행정에 익숙해져 있다. 교사들은 오히려 희망에 의해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수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
연수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강의식 연수가 가장 편리한 연수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연수계획에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강의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웍샵’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도 강의 일변도의 연수를 진행한다. 그것이 관행이 되어 교원들은 토론형, 활동형, 체험형 연수를 오히려 특별한 연수로 생각하고 있다.
수요자의 입장을 철저하게 반영하는 연수의 예가 미국의 ‘교사코치제도’이다. 코치는 주(州)나 학교에 따라 전임제도 있고, 파트타임으로 학교, 교사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코치’는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거나 수업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교육정책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여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개선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조언, 조력하는 입장에서 교사를 돕는다. 특히 코치는 해당 교사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며 교사와 코치간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대외비로 이루어진다.
핀란드는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OECD 회원국 중 늘 1~2위를 차지한다. 수준별 수업이 일반화돼 있고 학생들은 학교수업만으로도 학력이 높아서 OECD 회원국 중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낮은 ‘교육강국’이다.
핀란드 교사들은 모두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재교육을 통해 실력을 키운다. 교사들은 수준에 따른 다양한 과정의 연수 프로그램을 자신이 선택하며, 토론이나 현장체험 중심의 맞춤형 연수를 받는다. 분야별 전문가의 주제강연을 듣고 소그룹에서 토론을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제 우리도 교육선진국의 사례를 도입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교원연수 정책의 방향을 바꿀 때가 되었다. 교과부와 교육청에서는 수많은 교원들을 일시에 불러 모아 강의를 해주면 교원들은 즉석에서 감동하고, 따라서 우리 교육이 당장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교원들이 필요한 연수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구상하는 일을 돕는 연수, 강의는 주제발표 외에는 이루어지지 않는 활동형, 체험형, 사례연구형 연수로 바꿔야 한다. 교원들은 강의식 연수보다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교과부와 교육청에서는 우선 현장교원의 입장에서 공급자형 연수 관행부터 수요자형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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