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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국가 학업성취도평가를 위한 전제 (20090303)

by 답설재 2009. 3. 3.

 

 

 

국가 학업성취도평가를 위한 전제

 

 

 

  「임실 성적조작 전원 직위해제」‘전북도교육청은 임실 성적조작 관련자를 전원 직위해제하는 한편 교장 임명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위해제 대상자는 성적을 원천 조작한 임실교육청의 결제라인에 있던 김 모 학무과장, 임실교육청의 수정보고를 묵살한 도교육청의 성 모 장학사와 상급자인 남 모 장학관, 김 모 초등교육과장 등 4명이다. 도교육청은 또 이들 중 3월1일자로 교장에 임명된 임실교육청 김 학무과장, 도교육청의 성 장학사, 초등교육과 김 과장 등 3명의 교장 임명을 취소해줄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했다.’

 

  최근 어느 신문에 보도된 기사의 일부이다. 결국 이렇게까지 되고서야 국가 학업성취도평가를 둘러싼 언론의 관심은 고개를 숙이게 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더 들여다봐야 ‘이삭줍기’뿐 대서특필할 만한 기사거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능성적 몇 점 이상은 어느 대학 어떤 학과, 또 몇 점 이상은 그 아래 대학 어떤 학과에 지원하라는 입시전문학원의 자료를 그대로 게재하는 게 우리 언론의 특성이다. 그 특성대로 이번에는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의 성적표를 초․중등학교 및 5개 교과로 나누어 한 면 가득 실었다. 그건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도대로라면 당연한 일이다.

 

  언론들은 이튿날부터는 밤늦게까지 가르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사례를 찾아다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렸고 잔칫집 같은 곳도 있었다. 그러나 임실교육청을 시작으로 통계 오류사례가 밝혀지면서 우리 교육계의 신뢰도가 형편없이 무너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평가는 교육의 한 과정으로 실시된다. 설정된 교육목표에 따라 적절한 교육내용을 가르친 다음에는 그 과정과 결과를 평가해보는 것이 ‘교육과정 모형’의 전형이다. 또한 그 평가는 학생에게는 반성과 다짐의 기회가 되고 교사에게는 자신의 수업을 개선할 자료를 제공해주는 활동이 된다. 교육평가의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처리에 대한 비난에 따라 다음에는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이번 사태는 그러한 시책이 마련되기 이전에 겪어야 할 시행착오로는 너무나 가슴 아픈 결과였다.

  그러므로 새로운 방안은 평가의 교육적 의의를 바탕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학교별로 실시되는 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교사가 채점하고 검토한 문제지를 학생이 받아 살펴본 후 다시 학부모들에게 확인기회를 제공하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최선을 다해 답을 하게 되고 교사는 채점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힘을 기울인다. 학생과 교사는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국가 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지켜지는 시스템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미흡했다.

 

  다음으로 각 학교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대해 당연히 학생 개별사례와 함께 전체적 경향도 살펴서 어떤 점에 더 노력해야 할지 수업개선의 방향을 설정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할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국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대해 여론은 ‘무한경쟁’의 관점에서만 그 결과를 분석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전국적으로 밤늦게까지 가르쳐서 성적을 올리자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교육학은 주어진 조건에서 더 잘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그 원리이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도 지난해 연말 우리 국회 초청 연설에서 “밤 10시까지 공부하는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잡아두는 ‘무한경쟁’을 요구할 수는 없다.

 

  임실에서 시작된 기초학력 미달자 집계 오류문제가 끝내 관련자 직위해제로 이어진 사태를 지켜보면서 언론이 띄웠다가 언론이 비난하는 속에 철저히 배제된 교육논리가 안타까웠다. 가령 사교육이 무성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비교분석하고 그 효과를 검증해본 언론은 전혀 없었다. 이제 우리는 학생들은 왜 잠을 자고 놀기도 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분석관점으로 삼아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