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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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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왈츠」Chostakovitch, Valse No.2 Ⅰ 돌아가야 할 시간, 무료하겠지만 이제 그만 만나야 하는데…… “춤 한번만…….” 하던 그(그녀)가 생각날 것 같지 않습니까? 혹은 이미 “사랑한다”고 말해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그녀)가 돌연 별로 충분하지 않은 인격의 어떤 남성(여성)과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시간의 주체할 수 없었던 당혹감, 질투심 같은 것이 떠오를 것 같지 않습니까? 혼자 자동차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한숨도 쉬고 어려운 일 귀찮은 일 잠시 즐거웠거나 기뻤던 일 두고두고 쑥스럽거나 부끄러웠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고 들리는 대로 뉴스나 토크쇼 음악도 듣습니다. 신문에서 제목이라도 봤던 일들을 언제나 자세히 별일 아닌 것들까지 합쳐서 꼭 “큰일 났다!”는 투로 전해주는 뉴스를 들으면.. 2008. 8. 4.
교과서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 1980년대에 몇 년간 교육부 편수업무를 돕던 나는, 1993년 6월에 편수국 교육연구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편수국은 국장아래에 편수관리를 맡은 서기관실, 교육과정담당관실, 인문과학편수관실, 사회과학편수관실, 자연과학편수관실로 나뉘어, ‘편수관’으로 불리는 6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지금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나는 몇 달간 교육과정담당관실에서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육과정 일을 하다가 곧 사회과학편수관실로 옮겨 초등학교 사회과 편수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는 지금은 되돌아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여서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사회과 편수관으로서의 자부심, 책무성은 가히 하늘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그렇게 생활하던 19.. 2008. 7. 30.
범행에 무방비상태인「교문」(경기신문시론20080729) 범행에 무방비 상태인 「교문」 입학서류는 행정실에서 접수한다. 업무처리를 독려하거나 지시사항 전달회의를 주로 하는 교무실이 없다. 행정실에서는 ‘학부모편람(Parent Handbook)’을 내준다. 각종 규칙과 벌칙은 물론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자료다. 학생들은 그 규칙들을 꼭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교장은 당장 학부모를 부른다. 교장은 권위적이지 않다. 훈시나 인사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36가지 교칙에 따른 벌칙 적용에는 단호하다. 두 학생이 싸우면 대질신문 후 사건보고서 작성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사안에 따라 경고장 혹은 사건경위서 발부와 학부모 면담, 제적․퇴교 조치가 이루어진다. 사건경위서가 발부되면 예를 들어 일정기간 학생의 쉬는 시간을 박탈해 .. 2008. 7. 29.
‘이메일 막는 회의’와 댓글을 보고 싶은 욕구 제 이메일 박스에는 ‘학리(鶴里)’ 선생께서 더러 오고 있습니다. 그분 메일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Moonlight'이라는 제목으로 아름다운 달 사진들과 함께「월광 소나타」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만 보려면 Esc 키를 누르면 된다’는 멘트 아래 적힌 사연은 “이곳에 .. 2008. 7. 24.
독도(3) - 교과서의 글「독도 의용 수비대」 신문에서 다음 기사를 봤습니다.「초등 교과서에 2011년에야 ‘독도’ 실린다-6학년 사회 교과서에」(조선일보,2008.7.18,10면). 읽어보셨으면 건너뛰십시오. 2011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독도에 관한 내용이 실린다. / 1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초 고시된 2007년 교육과정 개편안에 따라 최근 발행된 교육과정 해설서 중 초등 6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에 독도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 훼손 시도의 부당성을 깨닫게 한다’는 내용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설명하는 부분에 포함된다.교육과정 해설서는 새로 개정된 교육과정의 목표와 방향, 내용 등을 일선 학교 교사와 교과서 집필자들에게 자세히 알리기 위한 일종의 지침서이기.. 2008. 7. 21.
독도(2) - 교과서와 독도 독도에 관한 시론(2008.7.17.경기신문)을 쓰면서 12년 전, 교육부 편수국(교육과정, 교과서, 한국역사왜곡문제 등에 관한 업무를 하던 기구)에 근무하면서 독도에 관한 글을 쓴 기억이 새로워서 그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요즘은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 발행하고 있지만, 그때는 사단법인 한국2종교과서협회에서 발행하던『교과서연구』라는 저널 제25호(1996.7.25.)에 실은 글입니다. 좀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그때의 정서나 제 수준이 그와 같았으므로 그대로 소개합니다. 교과서와 독도 □ 1996년 2월 1996년 2월에 들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이케다 일본 외상의 망언에 따라 한국과 일본 간에 극한 감정 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던 독도 영유권 문제가 요즘에는 또 조용해졌다. 그때는 온 신문에 꼭 .. 2008. 7. 18.
어이없는 독도문제(경기신문시론080717) 어이없는 독도문제 일본정부는 ‘우리 독도(獨島)’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學習指導要領) 해설을 공표했다. 당초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가 내년부터 당장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이 학습지도요령(국가교육과정기준) 해설은,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과 도카이 기사부로 문부과학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우리나라(일본)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 2008. 7. 17.
멘토링 (Ⅲ) N 교사는 재능과 관심의 영역이 넓습니다. 함께 지낸지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조금밖에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그분에게 그 영역을 좁히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어쩌면 그 능력은 똑같은데 관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의 생활모습이나 진로, 재산, 인간관계 등 모든 운명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그 범위를 극도로 좁혀서 ‘박사(博士)’라는 단어를 이루는 글자의 의미와는 영 달리 그 좁은 분야를 깊이 연구한 사람이 바로 ‘박사학위’를 받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또 ‘인생’이란 이 길을 잘못 걸어가면 일류 사기꾼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N 교사는 ‘이 사람이 내게 심술을 부리나?’ ‘훼방을 놓고 싶은가?’ 아니면 ‘내 능력을 깔보는 건가.. 2008. 7. 14.
어디가 대한민국입니까? 누가 대한민국입니까? 덥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그 무더위를 참느라고 용을 썼습니다. 그럴 때는 “우리나라는 사철이 있어 참 좋다”는 말에 공감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집니다. 옛날 그 좋던 여름날을 그리워하면서 ‘내년엔 이렇진 않겠지. 그렇지 않으면 아내가 뭐라 하든지 집에도 꼭 에어컨을 달아야지.’ 그런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는 선풍기도 돌리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너무 더울 때는 사위가 갖다 준 에어컨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만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무더위가 올해는 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밤이 깊어도 바람 한 점 불어주지 않으니 지난해보다 외려 더 혹독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평년기온? 좋아할 것 없다. 인간들이 보다 편안한 생활, 보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 2008. 7. 11.
축전 (Ⅱ) 지난해 가을에 ‘전근 축하 전보와 편지’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요즘도 더러 읽히고 있는 걸로 보아 ‘축전’은 블로그 독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소재인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난 3월에 고려대학교 최광식 교수를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신라사를 전공한 사학자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재단 설립·운영의 담당관이었던 나는 그와 자주 만나야 했습니다. 그는 매우 소탈하고 선이 굵은 학자입니다. 동북공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여러 곳에서 강의나 회의 요청이 늘어나자 더욱 바빠져서 잠잘 시간이 부족하다며 승용차를 두고 주로 택시를 타고 다니며 잠깐씩이라도 눈을 붙인다고 했습니.. 2008. 7. 2.
비만(肥滿)에 관하여 ■ 비장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비만관리형 걷기 모습 비만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 얘기를 우리 학교 홈페이지의「학교장 칼럼」에 써보려고 했는데, 워낙 조심스러워서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이 블로그에만 쓰기로 했고, 이렇게 결정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난번에는 보건소에서 고학년을 대상으로 체지방검사를 해주겠다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당장 승낙하고 제가 나서서 비디오 인터뷰까지 해주는 등으로 온갖 친절을 베풀다가, 검사가 거의 끝날 때쯤 “비만인 아이 하나를 골라 인터뷰 좀 하자”고 해서 제 표정을 싹 바꾸었습니다. “안 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냉정하게 자르고 나니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누구를 촌놈쯤으로.. 2008. 6. 27.
퇴근길에 만난 졸업생들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중학교 남학생 예닐곱 명이 길바닥에서 무언가를 찾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굵직굵직하게 생긴 아이들이 인물도 좋아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앞으로 실력을 쌓아 각자 ‘한가락’ 할 수 있는 인물들로 성장해갈 것입니다. 그들 옆으로 조심스레 지나갔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은 일부러 도로 한가운데를 때를 지어 지나가며 차가 다가가도 모른 채한다며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잘하는 일은 아니고 일종의 만용(蠻勇)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때 그런 짓 해보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습니까. 사실은 그런 행동을 비난하는 자기네도 학창시절에 일쑤 그런 짓을 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짓을 해보았고, 게다가 괜한 교모(校帽)와 가방을 찢고 희한한 색칠도 .. 2008.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