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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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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앤지어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나탈리 앤지어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햇살과나무꾼옮김, 해나무, 2003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도하는데, 이는 여성은 고기를 먹을 줄 모른다거나 좀 먹긴 해도 좋아하진 않을 걸로 여긴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시절에 즐겨 쓰던 속담 형식이라 해둡시다. '놈'들만 나오는 속담이니까요. 사전에서 '고기'를 찾아보면 이 속담이 나오고 ‘무슨 일이든지 늘 하던 사람이 더 잘한다는 말’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하기야 준비한 사람, 연습한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건(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 건) '진짜로'(과학적으로도) 그렇답니다. 나는 한때 삼겹살을 2인분이나 먹었습니다. 아내의.. 2009. 8. 31.
학교교육과정 평가도구의 타당화 방안 연구의 현장적합성 어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학교 교육과정 평가도구의 타당화 및 평가 실행 체제 구안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학교 교육과정 평가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기조강연에 이어 ‘학교 교육과정 평가 도구의 타당화 방안 연구’(주제 1), ‘학교 교육과정 평가 실행 체제 구안’(주제 2)에 대한 주제 발표와 각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저는 다음과 같은 원고로 주제 1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학교교육과정 평가도구의 타당화 방안 연구의 현장적합성      1. 이 연구의 성격에 대하여 연구자는 제6차 교육과정 이후 단위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하게 한 방침이 추구하는 ‘교육과정 의사결정 분권화’와 제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했던 ‘학교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 2009. 8. 29.
가을 엽서 Ⅶ 란아, 괜찮아. 다 괜찮아. 아니라면, 괜찮아질거야. 그래서 세월이 가는거야. 그렇지 않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2009. 8. 29.
이렇게 맑고 밝은 아이들 <2학기 대표들 임명 : 어제는 올 2학기 전교어린이회장단, 각 반 회장단, 반장단 임명장을 주었습니다. 전교어린이회장단은 방송실에서, 각 반 대표들은 교장실에서였습니다. 도대체, 뭐가 저리 재미있을까요. 도저히 안 되겠지만 저도, 투명한데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재미있고 즐겁고 아름다울 .. 2009. 8. 27.
비(非)자율학교를 위한 변명 (2009. 8. 26) 비(非)자율학교를 위한 변명 우리나라에는 가령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국어 136시간, 도덕 34시간, 사회․국사 170시간, 수학 136시간, 과학 102시간, 기술․가정 102시간, 체육 68시간, 음악 34시간, 미술 34시간, 영어 136시간, 재량활동 204시간, 특별활동 68시간의 시간배당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학교도 있고, 지키지 않아도 좋은 이른바 ‘자율학교’도 있다. 자율학교는 이 기준을 정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허락해준 학교이다. 교육청에서는 그 외의 학교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지 장학지도와 행정감사를 통해 일일이 감독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 학교에서 학년별․교과별로 이 기준을 잘 지켜야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 2009. 8. 27.
무서운 운전기사 창원에 있는 경상남도교육연수원 교감자격연수과정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우선 아침 일찍 택시로 도농역에 가서 전철을 타야 합니다. 왕십리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한 시간 가량 가면 김포공항입니다. 공항에는 좀 일찍 가야 되고, 김해공항에 내리면 창원행 리무진을 탑니다. 창원까지.. 2009. 8. 26.
“큰 인물이 되자”(?) "큰 인물이 되자" 대학 동기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41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주 조금만 잘난 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까 대체로 친밀감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8월말 인사에서 P 교장이 끝내 교육장이 되지 못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40여 년 .. 2009. 8. 23.
잡초(雜草)가 자라는 화분들을 보며 심미안(審美眼)이 부족한 걸까요? 저는 오묘하게 구부린 분재(盆栽)가 싫습니다. 누가 선물로 주면 말은 “참 좋다”고 해놓고는 그걸 그 원형대로 보살피지 않고 제 멋대로 자라게 두거나 긴장감과 해방감 같은 걸 느끼며 조여 맨 철사를 다 풀어줍니다. 그러면 “아, 시원해!”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2009. 8. 21.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Ⅱ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 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이제 나는 자살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어떤 해결책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인가는 이미 느꼈으리라. 이 시점에서는 문제가 거꾸로 되어 있다. 이전에는, 그것은, 인생이란 꼭 어떤 의미를 갖고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와는 반대로, 인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그럴수록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다는 게 분명해진다. 어떤 체험이나 어떤 특수한 운명을 사는 것은, 그것을 남김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고, 의식에 의해 밝혀지는 그러한 부조리를 어떻게 해서든 자기 앞에 간직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러한 운명을 사는 게 아닐 것이다. 그가 살아가는 기반이 되는 대립의.. 2009. 8. 18.
알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1 알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 시지프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모든 신의 왕인 제우스Jeus는 아소포스Asopos 강의 딸인 아에기나Aegina를 유괴해갔다. 아소포스는 자기 딸이 누구에 의해 어디로 끌려갔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비탄에 잠겨 있었다. 그때 마침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시지프스는 코린트Corinth 성에 물을 대준다면 그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난 것에 화가 난 전능한 신 제우스는, 모든 신들을 모아 회의를 열어 시지프스를 처벌하기로 했다. 그의 형벌은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려 가면 바위는 다시 굴러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2009. 8. 1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Ⅲ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김화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문학성’ 혹은 문학의 ‘자기 지시기능’ - 월간『현대문학』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다음 문장에 밑줄을 그어놓았습니다. 글의 분위기가 생각날 수 있도록 앞뒤의 몇 문장을 덧붙여 옮겼습니다(『현대문학』2009년 8월호, 213, 220). “벌써 세 시라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게 흐르는 시간이라니까!” 무엇이 와서 부딪친 것인지, 유리창을 때리는 작은 소리가 한 번, 그 다음에는 이층 창문에서 모래를 뿌리는 듯 다량으로 가볍게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이어 그 쏟아지는 소리가 넓게 퍼지면서 고르게 조절되며 어떤 리듬을 갖추는 듯하더니 음악처럼 낭낭한 소리를 내며 무수하게 불어나 온 세상에 골고루 퍼.. 2009. 8. 11.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Ⅱ 엘사 모란테 지음 『아서의 섬』 천지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소설은 엘사 모란테가 쓴「레모 N.에게 바침」이라는 시(詩)로 시작됩니다. 레모 N.에게 바침 네가 믿는 땅 위의 한 점은 일부가 아니라 곧 전부였다 이 유일한 보석은 잠에 취한 네 질투의 눈길에 결코 빼앗기지 않으리라 네 첫사랑은 결코 훼손되지 않으리라 검은 숄을 두른 집시처럼 비르지니아는 밤에 갇히고 북쪽 하늘에 걸린 별은 영원하리 어떤 계략에도 견뎌낼 것이므로 알렉산드르와 에우리알로스보다 멋진 젊은이들은 소년의 꿈을 간직하므로 아름답다 혹독히 인도되리라 그 작고 푸른 섬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리니 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배운 많은 진리들을 그리고 산산조각난 내 가슴을 림보*를 벗어난다고 해서 천국은 아닐진대 ----------.. 2009.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