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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학교교육과정 평가도구의 타당화 방안 연구의 현장적합성

by 답설재 2009. 8. 29.

  어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학교 교육과정 평가도구의 타당화 및 평가 실행 체제 구안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학교 교육과정 평가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기조강연에 이어 ‘학교 교육과정 평가 도구의 타당화 방안 연구’(주제 1), ‘학교 교육과정 평가 실행 체제 구안’(주제 2)에 대한 주제 발표와 각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원고로 주제 1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토론>

 

 

학교교육과정 평가도구의 타당화 방안 연구의 현장적합성

 

 

 

 

  1. 이 연구의 성격에 대하여

 

  연구자는 제6차 교육과정 이후 단위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하게 한 방침이 추구하는 ‘교육과정 의사결정 분권화’와 제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했던 ‘학교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성 확대’ 정책 및 그에 따른 책무성 제고 방안으로서의 학교교육과정 평가의 성격과 중요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정책을 현 정부의 20대 국정전략 중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 확대’, 100대 국정과제 중 ‘학교의 자율성과 책임감 제고’에 직접적으로 연계시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 교육과정의 이러한 자율성과 책무성 확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학교교육과정 평가체제 구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제7차 교육과정이 개정 고시된 지 10년 만에 매우 늦었지만 드디어 학교교육과정 평가에 관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해마다 연구진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의 이 연구가 3년에 걸쳐 연속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회에 제언을 한다면, 이 일련의 연구가 앞으로도 계속되어 나간다면 국가 교육과정 정책이 정립되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1997년에 발표된 제7차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중 ‘교육과정의 평가와 질 관리’에 관한 내용은, 이른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이 지침의 내용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세 가지 지침 중 시급한 연구주제가 될 것으로 우선적으로 음미해보고 싶은 첫 번째 지침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이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하여 국가수준에서는 주기적으로 학생 학력평가, 학교와 교육기관 평가,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관한 평가를 실시한다.

 

  ⑴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교과별, 학년별 학생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는 교육과정의 적절성 확보와 그 개선에 활용한다.

  ⑵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교육청의 교육과정 지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학교와 관련 교육청에 대한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⑶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지원체제의 적절성과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이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부터 다양한 절차를 거쳐 해당 학교, 학년, 학생에게 적절한지를 조사하여 평가하되, 교육과정 평가 연구는 교육과정의 편제, 시간(단위) 배당, 편성․운영 지침의 적절성과 그 적용 효과에 중점을 둔다.

 

 

  2. 이 연구의 과정과 내용에 대하여

 

  우선 이 연구는 실제적, 과학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2007, 2008년에 이루어진 선행연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 연구결과로 생성된 평가도구의 타당도를 검증 확보하기 위해 선행연구 분석, 전문가 델파이 조사, 설문조사(통계학적 분석 및 검증), 면담조사(초․중․고 9개교), 의견조사를 위한 전문가 협의회를 실제적으로 거친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선행연구에서의 ‘학교교육과정 운영’ 영역의 평가요소(선행연구의 평가지표)인 ‘수업목표의 적절성, 수업내용의 적절성, 수업방법의 적절성, 평가의 적절성, 실행의 실효성, 실행의 만족도, 지원의 적절성, 지원의 실효성, 지원의 만족도’ 등을 ‘교과 교육활동’ ‘재량활동’ ‘특별활동’ 및 ‘지원체제’로 조정한 것도 실제적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3차 연도 연구에 해당하는 이 연구에서 2차 연도까지의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학교 자체 평가와 외부기관 평가를 구분하지 않은 점, 평가도구를 예시적 수준에서 개발한 점 등을 들어 학교 자체 평가와 외부기관 평가 간의 연계 방안과 학교교육과정 평가 실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 연구결과로써 제시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시스템’이란 어떤 것인지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혹은 기관 평가는 강력하게 이루어지면서도 아직까지 본격적인 학교교육과정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학교 자체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평가는 형식적이기는 하나 오랜 세월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교 자체 평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시스템’을 실제적으로 제시해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평가 도구의 활용 관련 연구’의 고찰에 나타난 서류 점검(자료 제시, 문서 제시, 문서 확인), 설문조사, 면담, 관찰법, 자체 보고서 활용, 온라인 평가 등의 방법적인 면은 가볍게 다루고 있어 이 연구 역시 설문조사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설문의 추상적인 면을 많이 보완하기는 했지만, 설문조사는 아무래도 구체적인 방향이나 지침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토론자의 이 의견은 평가도구가 되는 설문의 구인 타당도, 즉 ‘각 설문들이 학교교육과정의 계획,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데 적합한 것이냐, 아니냐?’를 의심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것 없이 설문의 일부를 보고 이야기하겠습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설문입니다.

 

보고서 25쪽 <표 Ⅲ-15> 학교 교육과정 평가 준거 체제의 일부

 

평가

영역

평가 요소

평가 지표

1. 계획 수립 과정

 1-1.전년도 학교 교육과정 계획·운영실태·성과를 충실하게 분석하였는가?

 1-2.지역 사회·학교의 특성 및 학생·학부모·교사의 요구 사항을 충실하게 조사하였는가?

 1-3.학교 교육과정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간의 공식적인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였는가?

 1-4.교사·학생·학부모는 학교 교육과정 계획 수립 과정에 만족하는가?

 

 

  1-1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충실하게 분석했다고 대답하면 우리는 그 대답에서 어떤 정보를 얻게 됩니까, 1-2에서도 충실하게 조사했다고 대답하면, 1-3에서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했다고 하면, 1-4에서 만족한다고 대답했다면 충분한 것이겠습니까. 그 대답이 5단계 평정점수로 나타나면 어떤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까. 이 연구보고서의 부록에는 위와 같은 평가 준거 체제에 따라 보다 구체적인 설문이나 면담자료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평가자가 이처럼 각 평가 요소를 추상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경향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가령, 교사용 설문 중 ‘전년도 학교교육과정 계획․운영․성과를 분석하기 위한 조직(학교교육과정위원회)을 구성하였습니까?’라는 묻고 답하기(①전혀 그렇지 않다 ②그렇지 않다 ③보통이다 ④그렇다 ⑤매우 그렇다)에서, ‘매우 그렇다’에 75%, ‘그렇다’에 25%의 답이 나왔다고 하면 평가자는 그 학교의 학교교육과정위원회 구성․운영 현황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눈에 보이겠습니까. 학생용 설문과 학부모용 설문 중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학생들(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사의 수준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연구로써 ‘학교교육과정 평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그 영향이 커지게 되면 학교교육과정 계획을 위해 형식적으로 단 한 번 의견조사를 한 학교에 비해 일상적으로 연중 수많은 의견조사를 실시하는 학교는 매우 억울하게 될 것입니다. 설문조사는 의식이나 의견을 파악하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그 결과로써 새로운 방향을 찾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뚜렷한 지침을 준다고 확신하기 어려울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동일한 설문에 대해 일반적인 설문조사와 익명성이 잘 보장되는 온라인 평가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직접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오랫동안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해왔습니다. 그것은 매우 간편하고 경제적인 작업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리 체계적이지 못한 설문과 그리 성의롭지 못한 답변으로 늘 그리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작업이 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설문조사 일변도의 경향에 비해 좀 복잡하고 성가시지만 다음과 같은 작업은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보고서 25쪽 <표 Ⅲ-15> 학교 교육과정 평가 준거 체제의 일부 

평가

영역

평가 요소

평가 지표

평가 방법

문서

확인

설문

조사

면담

관찰

보고서

확인

온라인

평가

기타

 

1-1.전년도 학교 교육과정 계획·운영실태·성과를 충실하게 분석하였는가?

 

 

 

 

 

1-2.지역 사회·학교의 특성 및 학생·학부모·교사의 요구 사항을 충실하게 조사하였는가?

 

 

 

 

 

1-3.학교 교육과정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간의 공식적인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였는가?

 

 

 

 

 

1-4.교사·학생·학부모는 학교 교육과정 계획 수립 과정에 만족하는가?

 

 

 

 

                                                          ○표는 그 평가 방법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며, 이 표에서는 무작위로 배치한 것임.

 

 

  다음으로 이 연구에서 제시된 세 가지 평가 도구 중 ‘수업 관찰’에 대해서입니다. 수업을 관찰하면 분명히 그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상황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외부 기관 평가를 할 경우 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게 할 수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교육과정 계획․운영․성과 시스템 평가를 위하여 수업을 관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리 설득력 있는 활동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만약 수업을 평가하는 활동이 학교교육과정 시스템 평가의 주요활동이 되어야 한다면, 그 학교의 학업성취도야말로 더욱 직접적인 평가 요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업은 장기간의 활동을 보기가 어렵고 단 한 차시 수업을 보고 그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상황을 단정하는 것이 가혹할 수 있지만 학업성취도는 단번에 그 학교의 교육과정 성과를 파악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학교교육과정 평가 요소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 대한 검토와 수업 관찰 활동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데 대한 더욱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3. 이 연구의 범위에 대하여

      

학교는 분명히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학교에 대해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곳, 교원을 관리하는 곳, 시설․설비를 관리하는 곳, 급식을 하는 곳, 민원을 처리하는 곳, 심지어 교육청을 통해 시달되는 시책을 구현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학교를 관찰해보면 때로는 교육과정 운영보다 주변적, 지원적인 요소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어 교육과정 운영 성과보다 그러한 요소의 실적이 그 학교의 명예를 높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업성취도를 점검할 때는 학교의 사명은 오로지 지식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드높지만 평소에는 그러한 본질을 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우리나라 교육이 지식주입식 암기교육에 매몰되어 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과장하면 그러한 비판에 대해 과연 누가 심각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도, 우리가 학교의 사명을 뚜렷이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걱정을 한다면, 이 연구에서 제시된 평가 요소만 평가하면 여러 학교들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으로 그 역할을 확립하게 될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상으로는 이 연구에서 제시되는 평가 요소들을 보고 ‘아, 이건 교육과정부장(혹은 연구부장)이 담당하여 평가받으면 되겠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할 교장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연 그 학교의 전 교직원이 총동원되어 자체적으로 교육과정 평가를 실시하거나 외부기관의 교육과정 평가를 받을 학교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렇다면 그 학교의 교육활동 등에서 교육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할 수 있는 평가 요소도 설정되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잘 관찰해보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운영이 사실은 매우 소홀하게 취급되는 학교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며, 그렇다면 “우리는 학교교육과정만 평가하면 그만”이라기보다 학교교육과정의 발전을 위해 꼭 평가․점검되어야 할 부분이 감추어지는 일 없이 평가됨으로써 교육과정에 소홀한 학교를 과학적으로 추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장․교감의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 수준, 당해 학교의 교육과정 저해 요소들은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결론에 제시되어 있는, ‘이 연구는 1,2차 연도에 개발된 국가 교육과정 평가 시스템과 학교교육과정 평가 지표 및 평가 도구에 대한 내용 타당성 검토, 통계학적 분석 및 검증, 현장 적합성 검토 등 체계적인 방식을 통해 학교교육과정 평가 도구를 타당화함으로써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효율적 편성․운영 및 개선을 위한 자료 수집에 적합한 학교교육과정 평가 도구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 연구라는 언급대로라면 ‘학교 교육과정 평가 도구의 타당화 방안 연구’라는 주제는 좀 협소하게 표현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교육과정은 우리가 우리의 미래 세대를 통하여 성취하고자 하는 꿈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난마와 같이 얽힌 우리의 교육문제들을 해결하는 길도, 결국 우리의 교육과정 정책을 바로잡고 우리의 교육과정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노력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구체적으로 우리의 교육목표와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로 요약되는 교육의 과정(過程), 교육과정(敎育課程)에 대한 천착(穿鑿)이며, 특히 교육과정평가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그러한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는 가장 핵심적인 활동입니다. 그렇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일련의 이 연구는 대단히 값진 것이며, 이로써 중단되지 않고 정부의 교육과정 평가정책에 잘 연계, 실현되면서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할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엉뚱하거나 비논리적인 면이 있었다면 토론자가 이 연구에 그리 전문적이지 못하고, 따라서 연구보고서를 검토하는 일에도 능숙하지 못한 것이지 결코 무성의한 것이 아니므로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