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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일촌맺기'와 학교교육과정

by 답설재 2009. 7. 16.

  3월초, 1학년이 입학하는 걸 직접 축하해준 아이들은 4학년입니다. 올해 입학한 그 애들이 3학년을 마치면 언니, 형들이 졸업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나가면 우리 학교 모든 아이들이 다 의형제, 의자매, 의남매로 맺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당장 일러바쳐 보호를 받을 수도 있고, 뭐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가서 떼를 쓸 수도 있으니 참 좋을 것입니다. 누가 압니까. 그러다가 부모들끼리도 만나서 함께 시장도 가고, 생일잔치나 뭐 그런 좋은 일 있을 땐 서로 초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삭막한 세상에서.

  의형제, 의자매, 의남매 맺기를 제안해놓고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걱정하고 있었더니 남학생끼리, 여학생끼리 의형제, 의자매 맺기로 간단히 해결하는 걸 보고 '그건 참 간단해서 좋구나' 했었습니다. 의남매도 생기면 나중에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일촌맺기'라는 이름도 선생님들이 정했습니다. 의형제, 의남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습니까, 이 삭막한 세상에.

  그렇게 해놓고 어떻게 되나 기다리고 있었더니 간헐적으로 만나게 해주고 있답니다. 그 장면들을 조금 보여드립니다.

  

 '아이 쑥스러워라!~ 그래도 언닌 늘 반갑고 포근해.'

 

 

"봐, 봐. 요렇게 하면 되는데, 하겠니?"(줄넘기 지도)

 

 "이리 가까이 서 봐."(아휴~ 가르치는 건 참 힘들구나.)

  

 

"옳지, 옳지! 그렇게 뛰면 되는거야. 옳지, 옳지!"

 

"너무 멀지? 가까이 놓아줄까?"

 

'얘들이 이 놀이를 알려나?'(달팽이놀이)

 

"너 이것도 잘 먹을 수 있겠지?"

 

'수박은 큰 거 주면 좋은데…….'

 

"언니, 있잖아. 난 수박부터 먹을래."

 

'수박 먹는 건 안 가르쳐줘도 다 아는데…….'

 

'쳐다보지 마세요. 언니가 맛있게 해준대요.'

 

'얘가 제 동생이에요. 점심 다 먹었으니 집에 보내야지요.'

 

 『인지와 교육과정 COGNITION AND CURRICULUM RECONSIDERED』을 쓴 Elliot W. Eisner는 그의 저서 한국어판 머리말에서 '지식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지식'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개념화해야만 하는가?'1) 등이 널리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이라고 전제하고, "만일 의미가 문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만약 학교의 사명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다양한 형태의 이해를 촉진하는 것이라면, 학생들이 '다중문해력'을 가지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과정은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2)

그는 또 "만일 정신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우리의 앎의 방식이 협소하지 않고 넓을 경우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 훨씬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3) (박승배 옮김, 교육과학사, 2005, 초판2쇄).


1) What counts as knowledge, what it means to understand, how the concept of knowing should be conceptualized.

 

2) If meaning is not limited to what can be said literally and if the school's mission, at least in part, is to promote diverse forms of understanding, then a curriculum that affords students the opportunity to become "multi-literate" is especially important.

 

3) Deciding what to teach is a decision that is better informed if our conception of mind and our ways of knowing are broad, rather than n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