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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엘사 모란테 『아서의 섬』Ⅱ

by 답설재 2009. 8. 9.

엘사 모란테 지음 『아서의 섬』

천지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소설은 엘사 모란테가 쓴「레모 N.에게 바침」이라는 시(詩)로 시작됩니다.

 

 

            레모 N.에게 바침

 

 

네가 믿는 땅 위의 한 점은

일부가 아니라 곧 전부였다

이 유일한 보석은

잠에 취한 네 질투의 눈길에

결코 빼앗기지 않으리라

네 첫사랑은 결코 훼손되지 않으리라

 

검은 숄을 두른 집시처럼

비르지니아는 밤에 갇히고

북쪽 하늘에 걸린 별은 영원하리

어떤 계략에도 견뎌낼 것이므로

 

알렉산드르와 에우리알로스보다 멋진 젊은이들은

소년의 꿈을 간직하므로 아름답다

혹독히 인도되리라

그 작고 푸른 섬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리니

 

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배운 많은 진리들을

그리고 산산조각난 내 가슴을

 

림보*를 벗어난다고 해서 천국은 아닐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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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전통에 의하면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한 갓난아기들처럼 원죄 이외에 다른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이 죽은 후에 간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천국이나 지옥, 연옥과는 달리 하나님의 축복도 받지 않으면서 고통도 없는 곳이다.

 

 

옮긴이의 해설에는 이 시에 대해 이렇게만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 마지막 시구인 ‘림보를 벗어난다고 해서 천국은 아닐진대’라는 구절은 이 소설의 열쇠가 되는 의미심장한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치다 섬은, 거기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드디어 새어머니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그 섬을 떠난 아서 제라체에게 ‘림보’와 같은 곳이었을까요? 그는 새어머니를 결코 ‘새어머니’로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냥 ‘눈치아타’ ‘N’으로 부르겠다고 결심합니다. 눈치아타, 눈치아타,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