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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교원 인사 시비(是非)

by 답설재 2009. 10. 2.

교원 인사 시비(是非)

- B 선생에게 -

 

 

 

이제 9월 정기인사의 섭섭함을 좀 잊었는가? 얼마 전에 전화했을 때는 40여 년을 선비다운 말만 하던 자네의 노기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아 가슴 저렸네. 하기야 지난여름에 만난 동료들은 한결같이 자네의 교육을 칭송하면서 이번 인사에서 자네는 분명히 교육장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으니 자네의 그 실망감이야 오죽했겠는가.

 

얼마 전에 새로 검찰총장인가가 된 분이 인사청탁(人事請託)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던가, 큰코다치게 하겠다고 했는가에 대한 기사의 제목을 본 적이 있네. 국회 청문회장에서 스스로 "나는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니 그쪽 사람들은 총장의 그런 언급에 대해 모두 '이제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원칙이 실현되겠다'고 기대를 하게 되었을까, '앞으로는 인사청탁이 전혀 불가능하겠구나' 하고 실망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까.

 

우리 교육계는 어떤 곳인가? 그런 소리를 할 필요조차 없는 곳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그런 ‘선언’을 기대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곳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가. 솔직하게 말하라면 나는 어느 쪽으로도 자신이 없네.

"인사청탁을 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하겠다!"

그런 말은 만 40년 전 교사가 되었을 때 바로 들었고, 그 후로도 간간히 들어왔으니 누가 나에게 "왜 자신이 없느냐?"고 할 수는 없을 걸세. 자네는 어떤가? 교사로서 첫발을 디딘 그해 초겨울 읍내 교육청 회의를 다녀온 교장으로부터 그 말을 전해듣고, ‘와, 교육계는 이렇구나! 그야말로 서릿발 같구나!’ 했었네. 서릿발 같은지 아닌지, 정년을 며칠 앞둔 이제와서 오히려 그걸 모르게 되었고, 한 신문기사를 보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네.

혹 내 생각에 기분 나쁜 사람이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게 된 내게보다 그 신문사나(한국교육신문, 2009년 9월 21일, 2면)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알아보면 될 것이네.

 

 

“인사 是非 가려 보겠다”

서울시교위 행정사무감사…집행부와 격돌 예고

 

서울시교육위원회 제229회 임시회가 오늘(21일)부터 본청 및 지역청․사업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 들어감에 따라 시교육청 전문직 인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교육위원들은 “지난달 말 이뤄진 9월1일자 교육전문직 인사는 정실인사의 극치로 집행부 감시기능을 가진 교육위원이 이런 해괴한 인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감사를 앞둔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위원들은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거액을 누락한 혐의로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중인 김모 국장의 동급 전보, 특정인 기용을 위한 일부 교육장의 조기 교체, 공정택 교육감의 외부 측근의 인사개입설 등이 논란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김 국장은 서울교위의장 4촌 매제인 것으로 알려져 발탁 배경에 대한 뒷말이 더하다. 하지만 서울교위의장은 최근 “본인들이 잘나서 된 것인데, (학교로 나가라는) 내 말 듣겠냐”며 자신과 무관한 인사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몇몇 교육위원들은 “의장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국장은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시교육청 최고위 간부와 마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재산신고 누락 등을 거론하며 자숙할 것을 주문하는 윗사람에게 “무슨 근거로 내 앞길을 가로막느냐”며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퍼진 상태다.

김 국장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11억원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은 부채(負債)를 신고하는 규정을 몰라 일어난 것이고, 윗분과 언쟁을 했다는 것은 (내가) 잘 모셔야 하는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부터 계속돼온 특정지역 우대도 말썽이다. 본지는 8월31일자에서 “부임 1년 된 교육장 4명 중 2명만 교체돼 형평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교체된 2명은 강원과 충청 출신인데 반해, 그대로 남은 2명은 호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인사를 담당하는 시교육청 교원정책과장 출신인 조학규 북부교육장은 “재임 1년 된 교육장은 6명(1명은 정년퇴임)이었고, (비호남) 2명은 교체됐으며 3명이 유임됐다”며 “유임 3명 중 엄밀히 따지면 호남은 나뿐”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육장은 그러면서 “이런 기사가 교육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항의했다.

임시회를 앞두고 인사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한학수 위원(성동․광진․동대문)은 “이번 시교육청 인사는 설명을 들을 필요조차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라며 “이제부터라도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제대로 된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진 leenj@kfta.or.kr](mailto:leenj@kfta.or.kr)

 

 

B 선생.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정말로 이럴까? 그렇다면 지휘가 되지 않을 텐데……. 현장 교원들은 교육청에 대해 ‘당신들 일은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바라보고만 있을까. 신문사는 잘 파악하지도 않고 뜬소문으로만 보도한 건 아닐까. 사실이라면 -수도 서울이 이렇다면- 뭐 이런 나라가 있겠는가.

 

사실무근일까. 그렇다면 그 신문사는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이든 아니든, 도대체 왜 이럴까. 왜 이런 잡음이 일어나야 할까.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가 관련되기 때문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이런 식 선거를 그대로 두고 지내야 한다면, 그것이 지방교육자치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면- 이런 식의 잡음이 발생하는 인사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B 선생.

인사 잡음이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나라 어느 분야에서도 다 비슷한 현상일까, 교육계와 검찰계통만일까. 혹 기업이나 경제계도 그런 건 아닐까.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0위권이라는데……, 인사문제로 잡음이 일어도 세계 10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 기업체나 경제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한심하구나, 아직도 저런 세상이라니…….’ 한다면 우리는 정말로 한심한 분야에 몸담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만…….

 

21일부터 서울시교위 행정감사가 시작됐다면, 이제 추석 연휴기간이니 이미 시원하게 규명됐을까. 몇 사람 혼이 나고 면죄부가 주어졌을까, 아니면 어정쩡한 결론이 나서 앞으로는 교육위원 눈치를 봐가며 인사를 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해괴한 인사’라고 감사 때 보자며 벼르던 그 교육위원이 무참한 봉변을 당했을까. 전혀 사실무근이었다면 행정사무감사를 받아서 다 규명될 때까지 서울교육청은 이 기사가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동안, 행정감사로 ‘깨끗한 인사’였다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 얼마나 참았을까.

1년 만에 교체된 그 교육장들은 도대체 뭘 잘못했을까. 굳이 잘못한 건 없다면, 지역교육청은 교육장이 1년 만에 바뀌어도 좋고 무방하다는 걸까.

“이런 기사가 교육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항의는 무슨 뜻일까. 근거 없는 기사? 비리나 파헤치려는 기사? 전혀 사실무근인 기사?

“본인들이 잘나서 된 것인데 학교로 나가라는 내 말 듣겠냐?”는 교위의장의 말은 또 무슨 뜻일까? 잘난 교육자는 교육청에 있고, 잘나지 못한 교육자는 학교로 나가야 한다는, 유치한 뜻은 아니지 않겠나.

어느 위원은 “이제부터라도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너무 늦고 한심한 것 아닐까?

정말로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B 선생.

사람들이 나를 보고 “서울에서 교감을 했는데, 왜 경기도로 나갔나?” “경기도는 서울보다 좋던가?”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이제 곧 정년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관심 없다!” 그렇게 대답해버리면 좋을까?

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은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그것조차 모르겠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런 기사, 저런 언급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은 결과일세.

 

B 선생.

가까이 지내는 지역 고위직으로부터 “10여 년 간 술병과 함께 살았다”는 말도 들어봤고, “땅바닥을 기라면 기면서 살아왔다”는 술회도 들어봤네. 나는 교육자로서 그런 말을 믿을 수가 없네. 내가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네.

 

B 선생.

내일이 추석이네. 자네도 당연히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있겠지. ‘명절을 즐긴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적어도 자네의 신념대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비다운’ 모습은 보여야 하지 않겠나. 다 잊고 훌훌 털고 지내게. 자네는 2년 가까이 남아서 아직 미련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정년을 몇 달 앞두고 보니 ‘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고 다 괜찮은 일이네. 사람 사는 세상인데 그만한 잡음이 없을 리 없고, 다만 내 지난날처럼 자네 또한 교원인사원칙은 그야말로 ‘서릿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을 그 '서릿발' 같은 신념이 흐리멍덩한 내 관점처럼 변하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후배들에게 또 한 40년쯤 기다려보라고 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고 미안할 뿐이네. 자네는 내 이 말을 또 어쭙잖은 감상이라고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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