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가을엽서 Ⅷ

by 답설재 2009. 9. 29.

 


지난 8월 28일 오후에 가을이 왔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초청된 날입니다. 가고 오는 길의 승용차 안은 매우 더워서 에어컨을 썼는데, 그게 온몸을 흔들어서 며칠간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녁 동네 산책을 나갔더니 모든 게 변해 있었습니다. 전날 저녁까지는 그렇게 야단스럽던 풀벌레 소리가 갑자기 시들해졌고, 초승달도 청승맞았고, 덩달아 나뭇잎들도 조용해졌습니다. ‘아,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해마다 오는데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니 스스로 답답합니다.


주말에는 낮은 산 숲속에서 바람소리와 풀벌레소리를 들었습니다. 지난여름의 풀벌레들은 숨을 쉬면서 울었는데, 이제 숨도 쉬지 않고 울어댔습니다. 생물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가을이 되면 풀벌레들의 숨구멍이 다 막혀버리는 건지, 애절하게, 끊임없이, 그러다가 때로는 한 옥타브쯤 높여서, 치열하게, 사람으로 치면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울어댔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무얼 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눈물겹던 시간도 어쨌든 다 지나가고 그러면 대체로 다 잊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회  (0) 2009.10.06
교원 인사 시비(是非)  (0) 2009.10.02
○○○ 교육감의 사람대접  (0) 2009.09.22
발견, 백남준!  (0) 2009.09.19
외손자 선중이 Ⅱ  (0) 2009.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