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오후에 가을이 왔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초청된 날입니다. 가고 오는 길의 승용차 안은 매우 더워서 에어컨을 썼는데, 그게 온몸을 흔들어서 며칠간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녁 동네 산책을 나갔더니 모든 게 변해 있었습니다. 전날 저녁까지는 그렇게 야단스럽던 풀벌레 소리가 갑자기 시들해졌고, 초승달도 청승맞았고, 덩달아 나뭇잎들도 조용해졌습니다. ‘아,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해마다 오는데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니 스스로 답답합니다.
주말에는 낮은 산 숲속에서 바람소리와 풀벌레소리를 들었습니다. 지난여름의 풀벌레들은 숨을 쉬면서 울었는데, 이제 숨도 쉬지 않고 울어댔습니다. 생물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가을이 되면 풀벌레들의 숨구멍이 다 막혀버리는 건지, 애절하게, 끊임없이, 그러다가 때로는 한 옥타브쯤 높여서, 치열하게, 사람으로 치면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울어댔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무얼 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눈물겹던 시간도 어쨌든 다 지나가고 그러면 대체로 다 잊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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