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감의 사람대접
“◇◇산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성과 평가에서 1000점 만점에 766.4점으로 7개 광역시 가운데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교육 여건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9개 도(道) 지역까지 합쳐서도 가장 높은 점수였다. 더구나 ◇◇교육청은 2005년 이후 4번의 평가에서 내리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시·도 교육청 평가는 1996년 시작됐지만 16개 시·도 교육청 순위와 성적표가 다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교과부는 학력향상, 교육과정 내실화, 교원역량 강화, 소외계층 교육지원 등 12개 영역으로 나눠 평가해왔다.”
「◇◇산의 '4번 연속 교육평가 1위'는 '○○○ 효과'」라는 제목의 사설 첫머리입니다(조선일보, 2009. 9. 7). 어제 한 신문 1면 톱기사는「수능 1~2등급 받은 비율 광주, 부산 연제구가 1위」였습니다(중앙일보, 2009. 9. 21). 우연일까요?
저야 강의하러 가는 일 말고는 다른 지역을 언급할 만한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교육부 관리를 지내다가 학교에 나왔더니 사람들의 ‘사람대접’이 확연하게 눈에 띕니다. ‘백발백중’ 사람을 서글프게 합니다.
◇◇에도 두어 번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는 시내 전 교장을 다 모을 테니까 강의 좀 해달라고 합니다. 그저 몇십 명 모아놓고 ‘오라 가라’ 하지 않습니다. 가보면 대(大) 강당이 교장들로만 가득합니다. 꼭 공항에 사람을 내보내고, 돌아올 때도 공항까지 잘 데려다 줍니다.
더구나 그 강의장에 교육감이 나타납니다.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개선행진곡’이나 ‘영웅행진곡’ '위풍당당행진곡' 쯤을 들려주면 좋을까요?- 그렇게 나타나서 뭐든 다 아는 체하고 "저 강사 이야기는 들어보나마나 뻔하다"는 식으로 일갈(一喝)한 다음, 고위직들을 꽁무니에 '주루룩' 달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식이라면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그 행사를 훼방 놓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강의가 끝난 뒤에 와서 그 중요성을 언급해주었으므로 강사인 저의 말이 위세를 드러내게 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면, 제가 강의한 내용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교장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렇지 않은 곳이 다른 모든 지역입니다. 교육감은커녕 담당 과장이나 장학관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매우 바쁘기 때문입니다. 장학관도 언감생심(焉敢生心)일까요? 교육청은 일년 내내 온통 너무 바빠서 장학사도 잠깐 나와서 겨우 얼굴만 비추고 당장 돌아가거나, 그것도 어떤 행사는 아예 인근 학교 교사를 당번으로 정하여 내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학교교육과정 따위는 아주 우스운, 그보다는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을 각자 많이 담당하고 있어서 밤낮으로 대단히 바쁘고, 저는 저 멀리 떨어진 시골의 일개 초등학교 교장이기 때문입니다.
희한한 것은, ◇◇교육청 사람들은 ○○○이라는 교육감 때문에 다른 지역 교육청들보다 더 바쁜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교육연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에서 교장으로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참 이상하다. 내가 왔는데 어떻게 원장이 영접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제가 교육부에 근무할 때는 그들 쯤이야 제게 아무 볼일이 없으면서도 당연한 듯 나왔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 같은 위인이면 담당 연구사의 영접으로써 충분하고, 공항이나 역에서 그곳까지 오고가는 일은 당연히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걸 곧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예의 사설은 이렇게 끝납니다.
“◇◇발(發) 교육혁신을 이끌고 있는 것은 ○○○ 교육감이다. ○ 교육감은 17년 동안 선박회사를 경영하다가 2000년 교육위원 투표를 통해 ◇◇시교육감으로 선출됐고 2007년 주민 직선(直選)으로 연임한 CEO형 교육감이다. 그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교장 하기에 따라 학교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걸 많이 봤다. 교장 리더십만큼 학교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좋은 교육감을 뽑으면 그 지역, 그 도시의 교육 수준이 그만큼 올라간다.”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는 자세히 알아보면 이렇고 저렇기 때문에 엉터리고 쓸데없는 일이다.”
“○○○이라는 사람도 자세히 알아보면 이렇고 저런 단점이 수두룩한 사람이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잘 하고, 잘 아는 분에게 제가 뭐 할 말이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우리 역사에 존경할만한 인물이 있습니까? 연개소문, 강감찬이 옛날에 태어나서 살다가 갔길 망정이지 최근세나 요즘 태어났다면 그들도 그렇게 온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가 마칠 때가 가까워지니까 못할 말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나저나 ○○○, 그분도 교육감 임기가 다 되어 가는데 마치면 뭘 하려는지 궁금합니다. 하기야 이 일 말고는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제 입장과 제 앞날이 더 난감하긴 하지만.……
<사족> '시·도교육청 평가'라는 것에 관해 한마디만 하면,
○○○ 교육감은 직접 진두지휘하면서도 -평소에도 그렇겠지만- 업무별로 유능한 지휘관에게 재량권을 부여합니다. 그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은 곳의 교육감 중에는 그런 것은 부교육감이 알아서 잘 하라는 교육감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시·도교육청 평가위원을 해본 경험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교육감은 성적이 좋으면 "나 좀 봐라!" 어깨에 힘을 넣을 수 있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뭘 하느라고 성적이 그 모양이냐?"고 다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원 인사 시비(是非) (0) | 2009.10.02 |
---|---|
가을엽서 Ⅷ (0) | 2009.09.29 |
발견, 백남준! (0) | 2009.09.19 |
외손자 선중이 Ⅱ (0) | 2009.09.14 |
‘IT 코리아’와 우리 교육의 미래(斷想) (0) | 2009.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