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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회

by 답설재 2009. 10. 6.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회


어제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학교를 대상으로도 이것저것 많이 조사했으니까 그 자료들을 폐기하지 말고 잘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지난 9월 15일, 미국의 외교전문지『포린폴리시(FP)』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 도중 ‘거짓말’이라고 외쳤던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의 행동 정도는 눈살을 찌푸릴 수준도 못 된다”면서 우리나라와 타이완, 우크라이나,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무질서 의회 5개국을 선정 보도했다고 한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도?’ 싶었는데, 그런 나라들은 의회에서 총리를 조롱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정도였고, 우크라이나에서는 2006년 친 러시아계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당시 집권세력이 반대파의 총리 선출을 막기 위해 계란을 집어던진 사례 정도였다.『포린폴리시』는 특히 우리나라 국회를 사진과 함께 제일 먼저 소개했다는데,1) 보도 내용 중에서 인용부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2)


“한국 민주주의의 강도 높은 신체접촉이 이뤄지는 스포츠(full-contact sport․격투기나 미식축구 등 신체접촉이 심한 운동)” “절대다수를 차지한 집권 한나라당과 나머지 야당들이 외교정책, 언론자유 등 쟁점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종종 주먹 또는 뭐든 손에 잡히는 물건이 사용되면서 해결된다.”

“한국 국회에서 최초로 세계의 이목을 끈 패싸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놓고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 지지 의원들은 단상을 점거했고, 국회 경위들이 끌어내려 하자 의원들은 주먹을 날리고 집기를 집어던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전투는 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벌어진 전쟁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미국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비준을 마치려고 한나라당은 회의실 문을 잠근 채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했다.” “야당 의원들은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해 문을 부수려 했고, 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가구로 문을 막고 진입을 시도하는 의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렸다.”

“당시 한 의원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이 TV에 방영되기까지 했지만, 이조차 한국 의원들의 ‘피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7월 미디어 사유화를 둘러싼 논쟁은 주먹질 전면전으로 번졌다.”

“의회 싸움질에서 현재 세계 1위는 한국이지만, 통산 성적으로 챔피언은 대만” …….


그럼에도 우리 국회는 아직은 의연한 듯하다. 뼈저리게 후회한다는 내용의 발언이 있어도 언론에 부각되지 못했는지 아직 듣지 못한 것 같고, 그러지 않겠다는 무슨 법을 정하려는 측도 있지만 그 법을 만들려는 이유와 그 법 제정을 막으려는 이유가 서로 상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보다 황당한 기사가「“국회를 무시해?” 폭발한 여야 의원들」이다.3)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2008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결산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장관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반쪽 심사’로 전락하자 여야 의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거기까지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감히 어디라고? 그러나 의원들의 황당한 생각이 드러나는 발언은 바로 이 ‘엄중 경고’이다. “장관들이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자리만 피하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과 태도를 보일 경우 반드시 예산상 불이익을 주겠다.”

‘예산상 불이익을 주겠다’? 그 예산은 장관들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예산을 말하는가, 아니면 국민들을 위한 행정에 쓰이는 예산을 말하는가? 어떤 부처에 주어야 할 예산을 적게 준다면 그럼 그 예산의 집행과 관련된 국책사업이나 국민들의 생활은 어떻게 되는가? 이러한 걱정이 가능하다면, ‘예산상 불이익’이야말로 또 하나의, 어쩌면 자기네들끼리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한 횡포가 아닌가?


정치에는 문외한이므로 멍청한 걱정일지도 모르는 걱정이나 하자. ‘그날 우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잘 참석했어야 하는데……. 그랬어야 우리나라 교육을 위한 예산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 텐데…….’




1) 그 기사에 곁들여진 사진은, 여성의원 5명이 악을 쓰는 표정으로 서로 밀고 당기며 얽힌 장면(조선일보 2009. 9. 24. 논설 김창기,「신사가 드문 한국 정치」참조).


2) 문화일보, 2009. 9. 17, 3면,「의회 싸움질, 한국이 세계 1위」


3) 문화일보, 2009. 9. 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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