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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163

학업성취도평가, 이것이 문제다 (2010.7.29) ‘일제고사’라는 이름으로 지역별 공동출제·일제실시의 시험을 치르던 1970년대까지의 학교교육에는 심오한 교육이론이 별 필요가 없었고 교원양성대학의 교육학 강의는 학점이수를 위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좋은 점수가 뛰어난 지도법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매일 오후 전력을 다해 필경(筆耕)한 모의시험지를 이튿날 0교시에 나누어주는 순간 누에가 뽕잎 먹듯 온 교실에 연필소리만 들리게 하면 그만이었으므로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교재연구나 생활지도를 위한 훈화의 필요성조차 의심스러웠다. 실험·관찰·조작·견학·조사·토의·토론 등 활동적인 수업을 잘 전개해보고 싶어도 교장실에 붙은 그래프의 높이가 낮아지면 할 말이 없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고르기·단답형 문항으로 된 그런 시험을 잘 치루게 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2010. 7. 29.
서남표 총장을 지켜보는 이유 (2010.7.16) 서남표 총장을 지켜보는 이유 지난 6월 중순 KAIST 서남표 총장이 연임에 도전하면서 그 대학 총장 선출은 난항을 겪었다. 그가 추진해온 개혁과 프로젝트에 대해 한쪽에선 ‘개혁의 아이콘’, 다른 쪽에선 ‘내용 없는 독선’ 등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2006년 7월에 취임한 그는, 이전엔 탈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교수 정년심사에서 4년간 심사대상자 148명 중 35명(24%)을 탈락시켰고,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100% 영어 강의를 의무화했다. KAIST의 모든 학생이 수업료를 내지 않는 무상교육제도를 고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당장 등록금을 내게 했고, 주로 특목고(과학고) 졸업생을 뽑던 입학전형도 바꿔 신입생의 16~18%인 150명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선발했다. 이러한.. 2010. 7. 16.
어느 학부모의 편지 교장선생님~~ 조금 전 전화 드렸던 ○○ 엄마입니다. 3년 만에 들어보는 따뜻하고 인자하신 음성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간의 저의 무심함에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떠나실 때는 저희를 두고 떠나신다는 서운함이 있었습니다. 지금 전 선생님께서 성복학교에 계실 때 주셨던 '파란편지'를 꺼내 선생님 mail 주소를 확인하고, 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읽다 눈물이 쏟아져서 컴퓨터 자판기를 쳐내려가기가 힘이 듭니다. 이토록 우리 아이들을, 아니 이 사회를, 이 세상을 사랑하신 선생님과 결코 짧지 않은 2년 6개월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다시 한 번 뼛속 깊이 깨닫습니다. …(후략)… 아침에 잠이 깨며 용인 수지 성복의 이 학부모를 생각해내고, 흡사 한 무리의 별들 속.. 2010. 7. 13.
학교는 아직‘낙원’으로 남았나 (20100618) 학교는 아직 ‘낙원’으로 남았나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 수많은 아이들이 벨소리에 맞춰 교실로 들어가고 쏟아져 나오는 학교, 책을 읽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학교…… 학교의 아름답고 아늑한 모습을 설명하자면 끝이 없다. 그럼에도 학교는 지역공동체의 시설이므로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는 한 주민들도 사용하게 하자는 것이 학교시설 개방의 취지이고, 이에 따라 교육청에서는 학교시설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을 권장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공시설이 부족한 지역사회 실정을 감안해 가령 소규모의 아름다운 숲을 가꾸거나 운동시설을 갖추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시설 개방을 확대하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 2010. 6. 18.
교육감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 전국 16시·도에서 처음으로 주민직선 교육감이 동시에 나왔다. 여덟 번이나 기표한 동시지방선거였으므로 ‘뽑은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뽑힌 것’이 아닐까 싶은 지역도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조차 후보 간 지지율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곳도 있었는가 하면, 어떤 시민들은 “교육감도 우리가 뽑는지 몰랐다” “후보들 면면을 잘 모른다” “별 관심이 없다”고 했고, 실제로 “아무나 찍었다” “인상 보고 찍었다”고도 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등록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신문들은 ‘이걸 지방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기사를 많이 썼다. ‘서로 음해·비방… 앞 번호 뽑기만 기대’ ‘교육감 후보들 점집 들락날락하는 이유는?’ ‘1번 뽑자 “와!”, 다른 후보들은 쓴웃음.. 2010. 6. 4.
우리 교육에 독도를 위한 지침이 있나 독도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한·일 관계에 대해 우리 교육계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해묵은 이 과제에 대해 교육적으로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일까. 사실은 교육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간의 첫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언론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한) “역사 직시할 용기 있다”(일)는 표현을 내세워 보도했다. 이어 10월초에 서울에서 열린 두 번째 회담에 대해서도 “과거와 싸우면 미래가 훼손된다”며 ‘新한·일시대 신호탄’이라고 표현했다. 또 과거사에 ‘전향적’인 입장인 하토야마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아시아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혀왔다면서, 1995년 8월 1.. 2010. 5. 6.
「학교 종교교육 바꾸라는 대법 판결」 어느 신문의 사설입니다. 종교가 없던 강의석(24·서울대 법대) 씨는 고교평준화에 따른 강제 배정으로 기독교 학교인 대광고에 입학했다. 강 씨는 매일 아침 찬송과 기도를 하고, 매주 수요 예배에 참석해야 했다.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는 종교 수업에도 들어가야 했다. 대체 수업은 없었다. 매년 3박 4일 동안 기도와 성경 읽기를 하는 생활관 교육도 받았다. 2004년 강 씨는 학내 종교 자유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다 퇴학당했고 이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어제 강 씨의 손을 들어 줬다. 학교가 특정 종교 교육을 하더라도 학생이 대체 과목을 듣거나 종교 수업 참여를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등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2010. 5. 3.
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 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1 신문에서, 수갑을 차고 영장실질심사라는 걸 받으러 가는 전 서울특별시교육감 사진을 봤습니다. 그는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밤중에 하이힐로 머리를 내려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국장, 장학관, 교장들이라는 것들은 도대체 …….' '현장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 나의 이 모습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결백하다는 쪽으로 밝혀질 수 있을까?' ……. ……. 지켜보는 것만 해도 괴롭습니다. 저이도 우리와 같은 교육자이므로 - 존경하는 사람이 많았던,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던, 그래서 교육감이었으므로 -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 "교육계의 리더로서, 수도 서울의 교육감으로서, 내 명예가 이렇게 회복되지 않았느냐!" 큰소리치는 것 좀 봤으면 좋겠습.. 2010. 4. 12.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2005년 봄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아침나라)는 책을 냈습니다.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 책이지만, 제목을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 사장의 주장이 강해서 부득이 그렇게 붙이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팔리지 않을 책이었다면 책 이름이라도 제 마음대로 붙여볼 걸 싶기도 합니다.그 책에 실린 글입니다. 좀 긴 듯해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싣겠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와 오랫동안 글만 읽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긴 그게 제 블로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 (Ⅰ)  요즘 누드 열풍이 한창이다. …(중략)…. 여자들의 몸매의 서양화와 용감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여자들의 몸매가 서양화해 서양 여자들의 벗.. 2010. 3. 18.
한 졸업생의 편지 아이들의 편지는 가볍게 여겼습니다. 담임교사가 편지쓰기 공부를 시킬 때 '교장에게 써볼까?' 생각한 아이들 몇 명이 쓴, 그래서 대부분 핵심도 없는 그저 그런 인사편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엔 자신이 결혼할 때 주례를 봐 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도 잊을까요, 이 아이도? 일부러 잊은 척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세상에는 이런 꾀죄죄한 사람이 아닌 '멋있는' 혹은 '고명한' 인물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이 아이가 결혼할 때 내게 주례를 봐달라고 했지? 언제 연락이 오려나?'어느 좋은 날, 이 아이가 결혼할 줄도 모르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세월만 갈지도 모릅니다. 헛물만 켜며 늙어가겠지요. 하하하~ 이 편지에는 그것 말고 내가 명심해야 할 사항도 들어 있었습니.. 2010. 2. 24.
<파란편지> 900일 오늘은 2010년 2월 12일, 어제는 이 블로그를 개설한 지 9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헤아려 본 건 아니고, DAUM 회사에서 그렇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내게는 이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다 고맙지만 DAUM에서 보내준 '내 블로그 그 특별한 순간들'에 보이는 분들에게는 '한턱' 내고 싶습니다. "오십시오! 내겠습니다." 900일이니까 2년 반이지요. 재미도 없는 글을 싣고 있지만 이 블로그를 찾는 분이 이만큼은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를 치고 싶기도 합니다. 2010년 2월 13일! 이제 퇴임할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 41년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나는 이제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외치듯 교육과 인연을 아주 끊고 사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될 것 같.. 2010. 2. 13.
판사와 교사의 말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번엔 교사가 막말, 학생을 '벌레'에 비유」 부제는 이렇습니다. 「인권위, 자체인권교육 권고」1 짐작이 됩니까, '이번엔'이라고 표현한 이유? 30대 판사가 60대 노인에게 "버릇없다"고 꾸중했다는 기사의 후속 기사 취급이었습니다. # 장면 12 판사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 때 : 2009년 4월 23일 ▶ 곳 :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법정 ▶ 상황 : 아파트 입주와 관련된 민사소송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측 변호사가 차례대로 변론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이때 원고 윤모(당시 68세)씨는 변호사 대신 직접 판사에게 의견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씨 "판사님." 판사(39세) "조용히 하세요.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오고 있어." 다른 신문은 판사의 발언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2010.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