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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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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

by 답설재 2010. 4. 12.

 

 

 

이 얼굴 Ⅲ(어느 교육자)1

  

 

 

 

  신문에서, 수갑을 차고 영장실질심사라는 걸 받으러 가는 전 서울특별시교육감 사진을 봤습니다. 그는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밤중에 하이힐로 머리를 내려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국장, 장학관, 교장들이라는 것들은 도대체 …….'

  '현장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 나의 이 모습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결백하다는 쪽으로 밝혀질 수 있을까?'

  …….

  …….

 

 

  지켜보는 것만 해도 괴롭습니다.

  저이도 우리와 같은 교육자이므로 - 존경하는 사람이 많았던, 혹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던, 그래서 교육감이었으므로 -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

  "교육계의 리더로서, 수도 서울의 교육감으로서, 내 명예가 이렇게 회복되지 않았느냐!"

  큰소리치는 것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2007년 가을, 저로서는, 교육부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다시 들어가봤자 서울 출신 아니면 서러움 겪는다는 말을 듣고 경기도로 나와, 이곳 경기도에서도 신통한 꼴 겪지 못하고 말았지만, 평생을 바친 교육계가 무너지는 걸 바라보는 마음 편하지 않습니다.

 

  좌우간 저런 입장에 처한 분이, 모든 것은 다 쓸데없는 소문이었을 뿐으로 밝혀져 그 명예를 회복한 그런 사례가 있기는 있었습니까? 말하자면 세상 일은 그렇기도 합니까?

 

 

  이런 기사도 보였습니다.2

 

  이 대통령은 최근 교육비리 문제와 관련 "사회제도상 교육감이 선거로 (뽑히게) 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학부모와 학교 관계에서 그런 것을 비리로 생각하지 않고 통상적인 일로 인식하는 게 더 큰 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다 보니 모든 선생이 전부 비리를 저지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훌륭한 선생님들도 많은데 소수의 비리 선생님 때문에 전체 선생님들이 모두 잘못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회제도상 교육감이 선거로 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도 수백, 수천 번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지금이나 그때나 저에게는 내놓을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다만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을 뿐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교육감 선거 때문에 그런 비리가 일어난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교육감은 스스로에게, 혹은 측근들에게나 청렴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옳은 것을, 아무런 잘못도 없고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교원들을 향해 "청렴해야 한다" "아이들 교육에나 전념해야 한다"고 소리친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지금 이 대통령은 바로 그걸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교육부에서 부교육감 하라고 보냈더니 "차라리 내가 교육감 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막돼먹은 소리 한 번 하겠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저런 유(類)의 '인간들'을 교육감이라고 존경하고 조심하며 살아온 세월이 이처럼 한스럽습니다.

 

  제 퇴임인사 다시 한번 보여드립니다.

 

 

  마지막 인사

 

  이제 저는 떠납니다.

  아이들은 아름답고, 교육은 그 끝이 없어

  늘 도전의식을 가졌습니다.

  다만, 교육계는 환멸을 느끼게 하였고

  상주에서 대구로, 교육부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교육부를 거쳐 경기도로

  끝까지 찾아다녀보았으나

  마음껏 일할 수 있었던 세월은 짧은 채 가버리고

  이제 몸과 마음이 시들었습니다.

  한때 저를 바라보고 계셨으므로 감사드립니다.

 

                                                              2010년 2월 27일

                                                                             

 

 

 

 

  1. 조선일보, 2010년 3월 27일 토요일 A8. [본문으로]
  2. 조선일보, 2010년 4월 7일 수요일 A10,「MB '좋은 교사에 인센티브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