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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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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비가 비싼 이유 - 수뢰 전·현직 교장 157명 무더기 적발

by 답설재 2010. 4. 5.

신문기사입니다.1

 

…(전략)…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학교 단체 행사에 특정 관광·숙박 업체를 이용하고 그 대가로 2020 만원을 받은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 교장 김 모(60)씨를 비롯한 현직 교장 48명과 퇴직 교장 5명 등 서울·경기 지역 초·중·고 전·현직 교장 53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다른 104명의 전·현직 교장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략)…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관광회사로부터 버스 1대당 2만~3만원(하루 기준), 숙박업체로부터는 학생 1인당 8000~12000원(2박 3일)을 '사례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도 전직 교장입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순간적인 생각이므로 그렇게만 받아들여 주십시오.

'아, 도대체 이런 망신이 언제, 어디까지 계속되어야 끝이 날까?'

'주제넘은 요청일지 몰라도 철저히 조사해 엄벌에 처하더라도 언론에서는 교육을 위해서라도 좀 숨겨줄 수는 없을까?'

'도대체, 그 교장들은 그렇게 긁어모은 돈으로 무얼 한 것일까? 아내가 돈 좀 더 가져오라고 닥달을 해서 견딜 수가 없었을까? 아니 할 말로 두 집 살림을 하나? 아니면 밝히기 곤란하지만 어디 높은 사람에게 갖다바쳤나? …….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이유일까? 어떤 이유이든 이유가 있었을 것 아닌가?'

'내가 근무한 학교의 교사들, 아이들, 학부모들은? "그렇게 결백한 척하더니 우리 학교 수학여행비가 다른 학교보다 적은 것도 아니었으니 잘 떼어먹고 무사히 퇴임했구나." "대한민국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그만큼 많이 시킨 교장도 없으니 그는 도대체 얼마나 떼어먹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도 각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그야말로 폼으로 두고 있나? 아직도 그 기구가 유명무실하여 뭐든 교장 맘대로 되는 세상인가? 교장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소위 운영위원들은 그런 교장을 그냥두고 지나가는가? 아직도 그런 세상인가?'

  ……  ……

 

생각은 끝이 없습니다.

앞으로 누가 어떻게 하여 이 '전락(轉落)'2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암담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더러 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일에 대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스치기도 합니다.

누가 우리를 변호해 주기나 하겠습니까. 이 막막한 세상에, 끝없는 세상에.

그 암담함은 이 기사 내용이 어느 날 저녁 텔레비전 뉴스의 첫머리에 나올 때 이미 깊었습니다. 그 뉴스 진행자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학생들 수학여행비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치욕스런 기사를 여기에 남깁니다.3

덧붙이면, 수사기관에 요청하고 싶습니다. 불행한(?) 교장들을 막무가내로 몰아치지만 말고,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평생을 고분고분 교육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그런 일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을 그 이유를 파악해서 밝혀주면 고맙겠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고충이 있었다면 그 고충도 밝히는 것이 도리일 것 같습니다.

 

 

 

 

 

  1. 조선일보, 2010년 3월 30일, A1면, '수뢰 전·현직 교장 157명 무더기 적발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본문으로]
  2. DAUM 국어사전은 '전락'에 대해 두 가지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일반적인 내용이고(1. 굴러 떨어짐.2 나쁜 상태나 타락한 상태에 빠짐), 다른 한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학] 프랑스의 소설가 카뮈가 지은 소설. 한 여인의 투신 자살을 목격하고도 지나쳐 버린 것을 자책하는 한 변호사가 인간의 모든 결백과 정의가 가짜라고 생각하면서 그도 또한 악에 빠진 정신적인 범죄자가 되어 자조적인 고백을 한다는 내용으로, 인간의 기만성과 유죄성을 드러내면서 죄인으로서의 연대감을 일으키게 한 작품이다. 1956년에 발표하였다. 이 두번 째 풀이가 의미심장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하기가 난처한 일 아닙니까? 그래도 부끄러운 걸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본문으로]
  3. 위에서 인용한 신문의 3면 기사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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