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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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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책」

by 답설재 2010. 3. 15.

 

 

  저는 주말의 신문에서 책 소개는 충실히 읽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6일, 조선일보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1 한번 보십시오.

 

 

 

「정치인의 책」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간혹 신문지면에 소개할 만한 책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그렇고 그런 애용을 짜깁기해서 낸 것입니다. 가벼운 에세이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하지요.

  일전에 한 정치인을 사석에서 만났더니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소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정치인이 쓴 책이라고 해서 소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성 들여 쓴 책이 '정치인의 책'이라는 낙인이 찍혀 소개되지 않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그런데 정치인이 책을 내고 신문의 서평게 소개되기를 바란다면 두 가지 원칙을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오해는 스스로 피해달라는 것입니다. 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나오는 책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최근 여기저기서 열리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를 보면 책 행사라기보다는 변형된 후원회 행사에 가깝다는 인상입니다.

  또 하나는 신변잡기는 자제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의 저술 수준이 그런 신변잡기는 뛰어넘은 지 오랩니다. 블로그에나 담아두면 될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내어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되겠지요.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오랜 토의를 거쳐 그 분야 사람들도 사보고 싶을 정도의 정책과 비전을 담은 책을 낸다면 정치뿐 아니라 출판 수준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너무 큰 걸 바라는 것인가요?

 

 

  "이미 우리의 저술 수준이 그런 신변잡기는 뛰어넘은 지 오랩니다. 블로그에나 담아두면 될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내어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되겠지요."

  …….

  부끄러운 일이, 저에게도 더러 있었습니다.

 

 

 

 

  

 

 

  1. '정치인의 책', 조선일보, 2010.3.6.,A13, 편집자 레터(이한우 출판팀장).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