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신문 보기

하이힐 폭행 Ⅱ -장학사가 뭐기에-

by 답설재 2010. 2. 21.

작년 12월 3일 새벽 4시30분 서울 중계동 대로변에서 서울 동부교육청 여성 장학사 고모(49)씨가 근처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나온 서울시교육청 본청 장학사 임모(50)씨의 머리를 하이힐로 내리찍었다. 경찰서로 연행된 고씨는 술집에서부터 다투던 화가 덜 풀린 기분에 "내가 임 장학사에게 2000만원을 주고 장학사 시험을 통과했고 다른 장학사도 1000만원을 줬다"고 폭로했다(이하 생략).

 

생각납니까? 지난 1월 28일 이 블로그에서도 인용했던 그 기사,「하이힐 폭행」그 기사 후일담이라고 해야 할 기사가 이 기사 「장학사가 뭐기에…」(문화일보, 2010. 2. 19, 6면)입니다. 「'14억 통장' 前서울교육청 국장 체포」「비리수사 확대 주목」이 부제입니다.

 

이걸 교육에 관한 기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 연루된, 아니 이런 사건의 당사자들이 어떻게 교육자 혹은 교장, 교사, 장학사, 장학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습니까? 도저히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부를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그들이 잘난 체했던 건 아닙니까?

 

위의 기사를 옮기고 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붙였었습니다.

 

우리 교육계는 -직접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이나 서울동부교육청에서는- 어떤 논평을 낼 수 있을까요?

* "사실과 다르다."

* "극히 일부(혹은 극소수)가 일으킨 일일 뿐이다."

* "발본색원(拔本塞源), 환골탈태(換骨奪胎) 같은 용어를 동원하여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발표한다."

어떻게 논평하고 해명하는 것이 현명한지, 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시골 학교 교장이나 하고 교직계를 떠나게 된 것이겠지만, 훌륭한 분들은 이런 경우를 어떻게 설명하고 해명하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이렇게 쓴 다음날인가 그날 오후에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부교육감(선거부정으로 물러난 교육감 직무대리)까지 나서서 신문기사에서 '교파라치'라고 부르게 된 비리 신고자에게는 1억원을 주겠다는 발표를 했고, 이후 잠잠한 것 같더니 이번에는 「장학사가 뭐기에…」가 된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 인사 담당 요직을 지낸 강남 지역 고교 교장 2명이 지난 16일과 17일 잇따라 체포되면서 말로만 무성했던 '장학사 매직(賣職)' 등 인사비리가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계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두 교장은 소위 '같은 라인'으로 분류돼 온 인사들이어서, 이들의 '윗선'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지 주목된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이성윤 부장검사)는 2009년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지낸 강남지역 A고교 교장 김모(60)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또 서울시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 등으로 근무하면서 근무평정과 관련해 부하 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상급자에게 돈을 건넨 혐의(뇌물수수 등)로 B고교 교장 장모(59)씨를 구속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2007~2009년 서울시교육청 인사 담당 장학관으로 재직하면서 이미 구속된 장학가 임모(50)씨가 "장학사 시험의 면접 및 실사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현직 교사들로부터 26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알고 이 중 2000만원을 당시 교육정책국장 김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9년 자신의 사무실에 공직자재산신고에서 누락된 14억여원이 든 통장을 보관하다 적발된 인물로, 당시 돈의 출처를 놓고 의혹을 받아 왔다. 검찰은 김씨가 초·중등 교원 및 교육전문직 인사를 총괄하는 교육정책국장을 맡았던 데다 장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정황으로 미뤄 인사 관련 뇌물을 상납받아 '윗선'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하 생략)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장학관, 국장" 등으로 불러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선생님" "교장선생님"으로 불렀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은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 까짓거 속은셈 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부르게 했다는 사실은 정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확실하다는 '보장'이 없으면 학생들에게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보류하게 하는 것이 옳겠다는 것입니다. 그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엄격한 조사, 검증을 거쳐 이루어져야 할 그 '보장'은 누가 해야 합니까? 교육감?(저 기사에서 '윗선'은 누구입니까?) 교육부장관? 검찰총장?…….

농담 좀 하겠습니다. 혹 '파란편지'를 쓰는 교장을 생각하시는 분은 없습니까? 나는 싫습니다! 무조건 싫습니다! 이런 세상이라면, 이제는 교육계를 쳐다보기도 싫기 때문입니다. 41년을 지켜본 교육계인데도 변함없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을 읽은 독자의 수가 엄청납니다. 혹 오해하실 만한 내용은 없습니까? 있으면 언제라도 댓글 달아주십시오. 그런 게 있다면 밝혀야 합니다. 나는 서울에서 교감 6개월만 했습니다. 다시 교육부에 들어갔다가 경기도로 나왔습니다. 지금은 정년퇴직을 했지만 경기도는 더 좋은 세상인 줄 알았습니다. 교육부에 다시 들어갈 때는 바로 장학관으로 들어갔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과장을 시켜주어 일은 참 원없이 해봤지만 서울이나 경기도에서는 이래저래 가슴에 쌓인 한이 많은 사람이기도 합니다(2010년 6월 18일에 덧붙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