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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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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 Ⅱ (石工 장공익)

by 답설재 2010. 4. 6.

석공 장공익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장공익(張公益·79)은 석장(石匠)이다. 스물여섯에 제주에서 현무암 깎아 돌하르방을 만들고 제주의 삼라만상을 각인한 지 올해로 53년째다. 고르바초프를 비롯해 제주도를 찾은 국빈들은 모두 그가 만든 돌하르방을 선물받았다.

명장(名匠) 장공익이 말했다. "이제야 먹고살 만해졌지만 젊을 적에 돈도 안 나오는 돌에서 손 못 뗀 거는 나도 모르는 수수께끼라. 돌 앞에 서면 아픈 몸도 낫고 눈만 뜨면 돌에 매달리게 되니…. 내 머리가 돌이 된 거 아닌가 할 때도 많아."

 

 

 

<위 사진의 설명 : 키 155㎝, 5척 단신 장공익은 돌섬에서 태어나 돌을 만지다 여든이 되었다.>조선일보, 2010.3.27,B.6.

 

 

 

그렇게 시작된 기사는 ■ 밤새 밭 갈던 기억, ■ 돌과 인연을 맺었다, ■ 석물원이 생긴 까닭은…, ■ 이제는 제주를 각인한다, ■ "내일 해가 얼른 떴으면"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마지막 부분만 옮겨보겠습니다.

 

"지금도 제일 즐거운 게 돌 앞에 가서 앉는 거야. 작업하든 말든 돌 앞에 서면 제일 즐거워. 허튼 얘기가 아니고 팔십 먹은 사람이 즐겁게 할 일이 뭐 있어. 보람이 있어. 남 해달라는 거 하면 힘이 들 텐데 내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젊을 때보다 더 힘이 나. 손이 이렇게 아프면 남들은 일 못해(그는 한 달 전에 망치를 잘못 쳐서 왼손 집게손가락이 부러졌다). 이상하게, 돈하고는 무관하게 가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현무암은 색도 안 좋고 손이 많이 가고 하니까 밥 먹기가 그렇고 그런 돌이야. 하지만 제주에서 나서 제주 돌로 이렇게 제주를 만드니까 좋아. 만들다 보니까 우리 제주에서 없어서는 아니 될 소중한 자료들이 돼 버렸어. 누군가가 아껴줘야 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사명감? 오래 돌을 다루다 보니까 그런 생각도 들긴 들어."

                                                                                                    글·사진=박종인 기자 seno@chosun.com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이상한 것이, 이 석공의 표정이 돌하르방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 돌하르방이라는 것의 표정이 이제 보니 바로 이 석공의 얼굴이 아니었나 싶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걸 따지고 들기도 뭣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돌하르방은 본래 이런 얼굴"이라고 대답하면 그만일 테니까요. 어쨌든 오늘 이 사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돌하르방과 석공 장 씨의 얼굴은 서로 닮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돌하르방과 석공 장 씨 중에서 자랑스런, 혹은 영광스런 쪽은 어느 쪽일까요? 장 석공이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하면 닮는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 사실을 전에 교육부에서 교과서 편찬을 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삽화가들에게 교과서에 넣을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백발백중 자신을 닮은 그림들을 그려왔습니다. 심지어 강아지나 닭, 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도 자신을 닮게 그리고, 그 그림들의 색깔도 자신을 닮은 색으로 칠해 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