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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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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 Ⅳ (이창호)

by 답설재 2010. 4. 14.

'바둑의 황제'로 불리는 이창호 9단의 얼굴입니다.*  '황제'인데도 왜 쓸쓸해 보일까요? 쓸쓸하게 보일 때 찍은 사진입니까? 아니면 보는 사람의 마음 때문입니까?   사진을 그렇게 본 후에 읽어서인지 인터뷰 내용도 쓸쓸하게 읽혔습니다.  기자의 문체가 쓸쓸한 걸까요, 아니면 황제는 다 쓸쓸한 걸까요?

인터뷰 전문(前文)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덧 만 35세의 중년이 됐어도 그에겐 여전히 '꼬마 신동'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종종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는 '여전히 이창호'다. 농심배에서 막판 3연승으로 기적같은 한국 팀 우승을 이끌더니 최근엔 최고 전통의 국수(國手)에 복귀했다. 간혹 지친 듯, 배터리가 소진된 듯하던 모습을 벗어나 다시 의연한 모습으로 되돌아와선 국내 최대주주(3관왕)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영원한 신동 이창호, 그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대국 수가 너무 많아 보인다. 올해 석 달 동안 무려 22판을 둬 240명 국내 프로들 중 단연 1등이던데 그래서 견딜 수 있을까. 지금 몸 상태가 궁금하다."로 시작하여 14가지 묻고답하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두 가지만 옮겨보겠습니다.

 

- 프로기사들이 바둑에 졌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봐 왔다. 이 국수의 경우엔 패배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나?

"나는 사람들 많은 곳을 벗어나 산책을 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서서히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나는 그래도 패배 후 심리적 후유증을 비교적 빨리 극복하는 편이다. 승부사 직업이 체질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이겨도 내용이 나쁘면 후유증을 겪었었는데, 요즘엔 져도 내용이 괜찮으면 빨리 회복한다."

 

-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연말까지 독서 100권 돌파… 하지만 이제 겨우 10권 남짓 읽었으니 희망사항으로만 그칠 것 같다(결혼이나 세계대회 우승이란 대답이 나오리란 기대는 무참히 빗나갔다). 최근엔 '시간을 파는 남자'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는 왜 올해 안에 100권의 책을 읽고 싶다고 했을까요? 아니, 그는 왜 독서를 많이 하고 싶어하는 걸까요?

사실은 이 대답 때문에 여기 <이 얼굴>에 기사 일부를 옮겨놓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제목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결혼한다고 바둑 성적 좋아지나요?… 올해 목표는 독서 100권"」

 

 

 

 

【참고자료】이창호는 누구세계 최연소 타이틀 등 '바둑 기록 제조기'**

 

  1975년생인 이창호 九단은 89년 14세 때 바둑왕전 우승으로 국내 최연소 타이틀을, 17세 때인 92년엔 최연소 세계 타이틀(제3기 동양증권배)을 따냈으며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최다연승(41연승), 연간 최고승률(88.2%·88년), 최다관왕(13관왕·94년) 등 거의 모든 국내 최고기록을 보유 중이다. 프로 진입은 11세 1개월로 스승 조훈현(9세)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가장 최근인 3월 하순에 끝난 제53기 국수전서 그는 홍기표 四단을 3대1로 꺾고 우승, 생애 통산 138회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 중 국제대회는 21회로 세계 최다이고, 국내대회 우승 117회는 조훈현에 이은 2위다. 국수전 우승으로 그는 명인 바둑왕전을 포함해 3관왕에 올라 국내 '최대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이창호는 또 2007년 대만이 주최한 제3회 중환배를 제패하면서 당시 존재하던 모든 국제기전을 1회 이상씩 정복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전주 출신으로 바둑 명문 충암중고를 졸업했다. 이번 주말엔 제23회 후지쓰배에 출전, 또 한 번의 세계 정상을 노크할 예정이다.

 

 

 

* 조선일보, 2010년 4월 5일 월요일 A33면. '朝鮮 인터뷰'「'부활의 노래' 부르는 바둑 황제 이창호」대담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hrlee@chosun.com

** 위의 기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