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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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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스타벅스 회장) 「어려울수록 핵심가치에 집중하라」

by 답설재 2010. 4. 20.

기울어 가던 '커피 제국'…창업자가 돌아와 되살렸다

"어려울수록 핵심가치에 집중하라"*

 

 

 

 

 

 

속칭 '별 다방'으로 불리든 스타벅스,** 한국에만 323개 매장이 있는 이 거대 커피 전문점에 대해 요즘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 끼 밥값 못지않은 돈을 내면서, 그것도 긴 줄을 서면서까지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른바 '스타벅스 경험'이란 것도 커피빈이나 엔제리너스 같은 경쟁사의 도전으로 희석됐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인스턴트 커피 '비아(VIA)'의 일본 출시에 맞춰 도쿄로 가기 전인 지난 11일 잠시 한국에 들렀다. 기자가 "스타벅스가 범용재(commodity)가 된 것 아니냐?" "예전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전 여러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손님들이 가득했고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스타벅스가 최고급 커피를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제품 중심의 회사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고객의 기대를 그 이상으로 충족시키는 스타벅스 파트너(스타벅스에선 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른다)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사람 중심의 회사이기도 합니다. 지난 40년간 스타벅스는 직원 교육에 광고보다 많은 돈을 투자해 왔습니다."

 

 

 

 

 

 

 

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닮은 점이 많다. 경영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가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자 돌아온 것도 그렇다.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었던 그는 스타벅스의 과도한 확장 전략으로 정체성이 흔들리고 실적이 부진해지자 2008년 1월 CEO로 컴백했다. 강한 비전(vision)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가 컴백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도 '다시 커피로(Refocus to Coffee)라는 이름의 사내 캠페인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타벅스를 그야말로 '스타'로 만들어준 고유의 기본 가치를 회복하자는 운동"이었다.  "소비자들에게는 스타벅스 경험을 되찾아주는 데 노력했고, 금융위기로 상처받은 직원들의 자부심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애썼습니다. 위기 속을 항해하면서 저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다시 커피로(Refocus to Coffee)."  "어려울수록 핵심가치에 집중하라."

 

 

오늘날 우리 교육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지금 핵심가치에 집중하고 있습니까?

 

"다시 수업으로."  "어려울수록 수업에 집중하라."    이렇게 바꾸면 말이 되겠습니까?

 

교장·교감의 근무성적평정과는 별도로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로부터 수업을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학사나 교육연구사 같은 전문가들이 수업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으므로 함께 참여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지만(장학사의 업무, 아니 잡무 이야기는 별도로 하기로 하고), 나라에서 결정한 일이니 따라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학년별·교과별 성적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잘 하고,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가르치는 일은, 교사의 본무입니다. 학교를 만든 까닭은 그걸 하기 위해서이니까요.  그러므로 이러한 시책을, 당연히 교육의 핵심가치를 추구하는 노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교사들은 그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교사들이 다른 일 때문에 그 일에 집중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 이제 교사들은 그렇게 하는 것을 환영해야 합니다. 교사들이 수업을 잘 하는 것보다 무슨 사무를 잘 보는 걸 더 좋아한다면 그는 '교사'라기보다 '사무원'으로 불려야 적절할 것입니다. 새로 말하면, 수업이나 성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싫다고 하거나 싫은 기색을 보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즉 교사는 그렇게 하고 싶은데 학교 분위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면, 어디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학교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공개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 시책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그건 교육과학기술부나 적어도 시·도교육청 수준에서 깊이 연구·검토해야 할 일이고, 당장은 '학교의 장'인 교장이 교감과 함께 잘 살펴보고 조건들을 정비해주어야 합니다. 쓸데없는 일, 하지 않아도 좋을 일이 있다면 당장 그런 일을 없애야 합니다. 그런 일을 잘 하라고 교장, 교감을 정해둔 것이지, 수학여행비나 현장학습비, 칠판구입비 같은 것의 집행에서 이상한 짓을 해서 그까짓 '잔돈' 가지고 신문에 나오라고 정해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이 수업 평가를 하게 되었다고 교장, 교감은 '내 몰라라!' 하는 학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많은 학급이 연간 4회나 공개하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다 참관하느냐? 사무는 언제 보느냐?"고 묻겠습니까? "그럼, 그 대신 다른 일은 다 집어치우면 됩니다." 저는 그렇게 답할 것입니다.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잘 모르는 처지가 되어 있습니다.

 

 

 

 

* 조선일보, 2010년 4월 17일, C1, C5.(Weekly BIZ)

** 53개국에 1만6500개의 매장을 가진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2009 회계년도 매출은 98억 달러(약 11조원)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