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163

지루하고 따분한 대한민국 교실 (20080106) 지루하고 따분한 대한민국 교실 겨울방학을 맞아 장기 교원연수를 받고 있는 어느 교사가 “앞으로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에 힘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하루 종일 듣기만 하고 앉아 있으니까 아이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교육학이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같은 시간에 더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기본적이지만 그만큼 원시적인 방법이 ‘설명하고 듣는 방법’이며, 원시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그만큼 비효율적 방법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가 세계 50개국 중학생 2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rends .. 2009. 1. 6.
적성·진로지도가 무색한 대학입시 (20081223) 적성·진로지도가 무색한 대학입시 대학입학 전형 경향을 보면 우리 교육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이 어떤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력, 창의력 같은 수준 높은 능력들이 현실적으로 초․중등교육에서 강조돼야 하는가? 개성․적성에 따른 진로지도는 필요한 교육일까? 공연한 우려라면, 미국의 주요 대학으로 유학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른 나라 유학생들과 달리 왜 겨우 54% 정도만 졸업하게 되는가? 문제풀이에만 익숙해서 그 대학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중도탈락하고 만다는 분석이 부끄럽지 않은가?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2009학년도 신입생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었다. 모집인원은 16만4천 명이지만 사실은 수십만 명이 대학별 입학전형요강을 살피고 있다. 이 대학 저 대학, 입학원서를 접수시.. 2008. 12. 23.
교육개혁, ‘흐지부지’한 이유 (경기신문 시론 20081209) 교육개혁, ‘흐지부지’한 이유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교육정책을 주시해온 언론들은 현재까지의 상황을 ‘흐지부지’ ‘용두사미’ ‘갈팡질팡’ 같은 민망한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2013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수능 영어 과목을 없애고 토플형 영어능력평가로 대체함으로써 학교의 실용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바꾸겠다던 계획은 보류됐다고 한다. 입시정책을 잘못 바꾸면 사교육시장만 키우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지필고사형 수능 영어시험을 계속 치르게 된 것이다. 학생들의 입시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2012학년도부터 5개 과목으로 축소하기로 한 수능 과목(현재 7~8과목)도, 국․영․수 사교육이 늘어나고 없어지는 과목 교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단 한 과목만 축소하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발표하기로.. 2008. 12. 9.
외롭지만 신선한 KAIST의 학생선발 (경기신문 시론 20081118) 올해도 어김없이 D-100일식으로 ‘카운트다운’된 대학수학능력고사였다. 신문에는 당연한 듯 수험생을 위한 작전이나 유의점이 기사화됐고, 족집게 과외문제도 등장했고, 영험하다는 곳을 찾은 부모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실렸다. “수능, 작년보다 어려웠다” 혹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교과서 수준서 출제” “메가스터디 ‘언어․외국어는 작년과 비슷” “상위권 변별력 위해 수리 ‘가’와 외국어 까다롭게 출제” “출제위원장,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문제, 수험생 기대치에 맞추려고 노력” “1교시엔 웃다가 2․3교시엔 울상” “특목고 출신, 상위권대 ‘싹쓸이’할 듯” “수능 자신 없으면 수시 2학기 적극 공략해야” “소신․적정․안정권으로 나눠 포트폴리오 짜야” “상위권 대학은 수리, 중위권은 언어에 가중치”.. 2008. 11. 18.
청소년 부패인식?「너나 잘 하세요!」(20081104) 학교에서 보기엔 우리 국가․사회의 과거와 현재, 예측되는 미래의 모든 현상이 교육의 자료가 된다. 현장교육이 사회현상을 외면할 경우 고학년이라면 그 외면을 당장 눈치 챌 것은 당연하다. 가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과 포스텍(포항공대) 등의 로봇 기술개발 기사는 과학교육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서비스 로봇기술, 세계 1위 일본 맹추격…간호․순찰․군사용 등 다양화」「관공서 안내 로봇, 내년에 나온다」, 학생들에게 당장 소개해주고 싶은, 얼마나 신선하고 신나는 일인가. 믿고 싶지 않은 일도 있다. 지난 10월 8일 사학재단의 편의와 교직원 인사잡음을 묵인하기로 하고 돈을 받아서 검찰조사를 받은 어느 교육감이 사퇴했다. 이어 10월 13일에는 인사 청탁 대가의 뇌물을 받은 다른 교육감이 또 사퇴했다. 뿐.. 2008. 11. 4.
교육평가, 기본원리에 충실한 정책인가(경기신문시론20080909)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정보 투명화로 공교육을 지원하고, 각 학교 학부모와 국민들의 관심사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국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는 오는 2010년부터 전면 공시되며, 그 이전이라도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은 올 12월부터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시방안을 보면, ‘보통 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 구분하여 전년대비 향상도와 함께 발표하고,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학생지원시설, 경력별․연령별․교과별 교원현황, 교원연수 참여, 동아리 활동, 특색교육계획, 학교도서관 현황, 방과후학교 현황, 학생․학부모 상담실적, 직원현황도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평가활동을 제도화하려는 정부의 시책추진은 이에 그.. 2008. 9. 9.
어느 독자 누가 이 블로그에 다녀가시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댓글’이나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도 더러 있지만 흔한 일도 아닙니다. ‘관리’란을 보면 ‘어제’에 한해 어느 시간대에 몇 명이 다녀갔고, 등록자에 한해서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몇 사람이 다녀갔으며, 어떤 글을 몇 명이 읽었고,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카페’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시각각 다녀가는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블로그가 뭔지 카페가 뭔지도 몰랐고, 지금도 그 특성을 잘 모릅니다. 오늘 처음으로 독자 한 분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와 딱 6개월을 함께 근무했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그분에게서 배운 점도 많지만, 그분에게는 교육의 방향 같은 것만 얘기해 주어야지 하나하나 다 .. 2008. 8. 28.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경기신문시론20080812) 「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 신문지상의 인물소개를 보면 이 사회, 이 나라 지도자들의 학력에는 한번도 그들이 다닌 초등학교는 소개되지 않고 고등학교와 대학, 해외 유명 대학 박사학위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생 동안 삶의 굽이굽이에서 곧잘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 철없이 뛰어놀던 때의 꿈을 꾸고 일어나 미소짓기도 하고, 그런 추억을 되살리며 온갖 힘든 일을 극복해가는 삶을 영위한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는 그가 삶을 이어가는 한 총체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4년간 교육학강의를 듣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처음 학교에 발령받은 교사들은, 그렇게 익히고 연습한 수업방법을 다 팽개치고 결국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그 담임교사의 수업방법부터 답습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2008. 8. 12.
범행에 무방비상태인「교문」(경기신문시론20080729) 범행에 무방비 상태인 「교문」 입학서류는 행정실에서 접수한다. 업무처리를 독려하거나 지시사항 전달회의를 주로 하는 교무실이 없다. 행정실에서는 ‘학부모편람(Parent Handbook)’을 내준다. 각종 규칙과 벌칙은 물론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자료다. 학생들은 그 규칙들을 꼭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교장은 당장 학부모를 부른다. 교장은 권위적이지 않다. 훈시나 인사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36가지 교칙에 따른 벌칙 적용에는 단호하다. 두 학생이 싸우면 대질신문 후 사건보고서 작성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사안에 따라 경고장 혹은 사건경위서 발부와 학부모 면담, 제적․퇴교 조치가 이루어진다. 사건경위서가 발부되면 예를 들어 일정기간 학생의 쉬는 시간을 박탈해 .. 2008. 7. 29.
어이없는 독도문제(경기신문시론080717) 어이없는 독도문제 일본정부는 ‘우리 독도(獨島)’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學習指導要領) 해설을 공표했다. 당초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가 내년부터 당장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이 학습지도요령(국가교육과정기준) 해설은,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과 도카이 기사부로 문부과학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우리나라(일본)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 2008. 7. 17.
축전 (Ⅱ) 지난해 가을에 ‘전근 축하 전보와 편지’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요즘도 더러 읽히고 있는 걸로 보아 ‘축전’은 블로그 독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소재인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난 3월에 고려대학교 최광식 교수를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신라사를 전공한 사학자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재단 설립·운영의 담당관이었던 나는 그와 자주 만나야 했습니다.그는 매우 소탈하고 선이 굵은 학자입니다. 동북공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여러 곳에서 강의나 회의 요청이 늘어나자 더욱 바빠져서 잠잘 시간이 부족하다며 승용차를 두고 주로 택시를 타고 다니며 잠깐씩이라도 눈을 붙인다고 했습니다.. 2008. 7. 2.
비만(肥滿)에 관하여 ■ 비장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비만관리형 걷기 모습 비만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 얘기를 우리 학교 홈페이지의「학교장 칼럼」에 써보려고 했는데, 워낙 조심스러워서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이 블로그에만 쓰기로 했고, 이렇게 결정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난번에는 보건소에서 고학년을 대상으로 체지방검사를 해주겠다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당장 승낙하고 제가 나서서 비디오 인터뷰까지 해주는 등으로 온갖 친절을 베풀다가, 검사가 거의 끝날 때쯤 “비만인 아이 하나를 골라 인터뷰 좀 하자”고 해서 제 표정을 싹 바꾸었습니다. “안 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냉정하게 자르고 나니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누구를 촌놈쯤으로.. 2008.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