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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교육평가, 기본원리에 충실한 정책인가(경기신문시론20080909)

by 답설재 2008. 9. 9.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정보 투명화로 공교육을 지원하고, 각 학교 학부모와 국민들의 관심사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국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는 오는 2010년부터 전면 공시되며, 그 이전이라도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은 올 12월부터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시방안을 보면, ‘보통 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 구분하여 전년대비 향상도와 함께 발표하고,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학생지원시설, 경력별․연령별․교과별 교원현황, 교원연수 참여, 동아리 활동, 특색교육계획, 학교도서관 현황, 방과후학교 현황, 학생․학부모 상담실적, 직원현황도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평가활동을 제도화하려는 정부의 시책추진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가 각 교사의 수업과 학생지도 등을 평가하는 교원평가 추진은 오래 전부터였고, 서울에서는 학군제(學群制)를 바꾸어 2010학년도부터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고교선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확보는 바로 평가에 달렸다는 것을 새로 발견한 듯하다.

 

정부의 이러한 시책에 대해 교원들의 반응은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다. 다만 전교조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는 일제고사 부활을 우려했고, 교원평가는 ‘교원의 통제와 승진, 퇴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반면 학자들이나 언론은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학업성취도평가 거부는 교육 거부다’ ‘교원평가까지 해야 학교선택제의 효과가 산다’는 등 대체로 긍정적․적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교육에 관한 한 이론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평가’가 어떤 것인지, 평가 전문가들의 견해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왜 학생만 못살게 하느냐?”는 외침을 외면한 채 교육평가란 곧 학력평가(학생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에 익숙한 세월을 보냈다. 그러므로 이제 학생들처럼 평가를 받게 된 교원들은 “왜 우리까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타일러의 고전적 교육과정(敎育課程) 이론모형에 의하면 평가는 단순히 학생의 성적을 판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수정․개선을 위한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능을 한다.

교육은 목표설정은 물론 교육내용과 교육방법, 평가방법에 관한 종합적․체계적 평가가 이루어져 다음 목표설정에 반영되는 순환과정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성과판정에 국한하는 평가는 낮은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당연히 그 성과를 높이는 전략 실현 도구로도 활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논리를 국가 교육과정에는 잘 나타내고 있으면서도 실천에는 소홀하다. 즉 ‘국가에서는 주기적으로 학력평가, 학교와 교육기관 평가, 교육과정에 관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을 문서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는 ‘행정은 학력향상을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교육청은 물론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련 정책과 행정의 적절성과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이 기본원리에 충실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동안의 여러 정책들이 당초에는 강력한 의지로 출발했으나 부작용이나 현장의 비판으로 조정되는 사례도 보아왔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정책까지 시행착오를 겪는 일은 없어야 하므로 평가 원리에 충실한 정책으로 정착되도록 깊이 있는 연구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교육정책은 “경쟁을 시키자”는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완성되지 않고 원리, 원칙에 충실해야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일시적인 충격뿐 혼란과 지리멸렬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일본이 오래 전부터 학력실태 조사연구 결과를 모든 교육정책 수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논리에 의한 것이다.

교과부나 교육청은 ‘우리는 언제나 잘 하고 있다’는 인식을 버리고 학력향상에 관한 정책과 행정의 비중이 적절한지, 오히려 현장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없는지 학교와 함께 스스로를 평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