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조차 짓밟히는 사회
신문지상의 인물소개를 보면 이 사회, 이 나라 지도자들의 학력에는 한번도 그들이 다닌 초등학교는 소개되지 않고 고등학교와 대학, 해외 유명 대학 박사학위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생 동안 삶의 굽이굽이에서 곧잘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 철없이 뛰어놀던 때의 꿈을 꾸고 일어나 미소짓기도 하고, 그런 추억을 되살리며 온갖 힘든 일을 극복해가는 삶을 영위한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는 그가 삶을 이어가는 한 총체적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4년간 교육학강의를 듣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처음 학교에 발령받은 교사들은, 그렇게 익히고 연습한 수업방법을 다 팽개치고 결국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그 담임교사의 수업방법부터 답습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인식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그 뒷바라지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또 학교는 오늘 이 나라 이 사회가 아무리 복잡하고 힘들고 어려워도 학생들이야말로 우리의 ‘내일’이며 ‘희망’이며 ‘우리의 모든 것’이라는 관점으로 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은 소홀하지 않도록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도대체 이 사회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운 일이라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남 마산, 창원 4개 초등학교 3~5학년 어린이들 11명이 지난 달 23일, 한 사설단체에서 실시한 여름방학 서울배낭여행에 참가하여 서울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방명록에 쓰게 됐고, 그 장면이 동영상이 되어 ‘조계사 촛불 수배자 농성단’ 블로그에 탑재되었으며, 이어서 포털 사이트 등에 ‘무서운 초딩들’이란 제목으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대통령에 대해 어떤 욕설을 썼는가가 이 일을 분석하는 관점은 아니지만 “이명박, 왜 그딴 식으로 나라 다스리는 거냐.” “니가 죽으면 통쾌히 웃을 꺼다. 이 ×보다 못한 놈!” “니가 그러면 난 널 살인하겠다.” 등 기가 막히는 내용이다.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대화를 나누고 부채와 사탕 등을 주어 부추겼다는데 대해 농성단측에서는 “스스로 대통령 욕을 하기에 쓰게 했다”고 주장했고, 어린이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유포됐으며, 어린이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고 해당 학교 교장과 학부모들이 대책을 촉구하여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 등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우리는 그 경위와 결과에 대한 경찰의 수사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겠지만, 이 사건도 그 시시비비가 가려진 이후에는 결국 우리 어린이들만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정치적 혹은 종교적, 사회적 의도를 떠나서 도대체 오늘 우리들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기좋은 사회, 훌륭한 국가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제 다 집어치우고 함께 망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온 국민이 우리는 왜 살고 있으며, 이 어린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부터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체험학습을 주선해 인솔한 G사 대표는 학교와 학부모측에 “민․형사상 책임이 있으면 100% 감수하겠다”며 이미 사과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그 어린이들의 가슴과 정서를 그가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책임지겠다고 한 것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 있다. 걸핏하면 ‘무서운 초딩들’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그 ‘초딩들’이 왜 무섭게 되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이 되어 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철없는 어린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관점도 그렇다. 교육적으로는 그렇게 이용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 관점에는 정치가 교육보다 우선한다는 해석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교육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 어린이들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한심한 지적을 하면, 어린이들이 대통령이거나 아니거나 남을 욕하는 장면을 보면 누구나 “그러면 못쓴다!”고 가르쳐주는 사회여야 제대로 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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