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독도문제
일본정부는 ‘우리 독도(獨島)’의 영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學習指導要領) 해설을 공표했다. 당초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가 내년부터 당장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이 학습지도요령(국가교육과정기준) 해설은,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과 도카이 기사부로 문부과학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우리나라(일본)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했으며, 이튿날에는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고, 쿠릴열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고유영토지만 러시아연방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기 때문에…”로 기술했다고 한다.
일본정부는 독도문제에 대해 분명하고 암묵적인 매뉴얼을 가진 것이 확실하다. 저들이 이번에는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은, 이미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독도를 마치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듯한, 혹은 저들과 우리 사이의 ‘분쟁지역’이라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들의 매뉴얼에는 이미 “우리나라의 고유영토지만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기 때문에…”로 기술된 차기 발표문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런 절차를 거쳐 독도를 분쟁지역화하자는 것이 저들의 속셈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저들은 곧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자고 할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우리의 기막힌 사연을 시원하게 풀어줄 ‘신문고’도 아니고 강대국, 약소국을 막론하고 단호한 칼을 들어 ‘정의로운 심판’을 내려줄 묘수를 가진 것도 아니다.
일본은 또 그러한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철저히 진행해왔다. 각종 국제회의에서 여러 나라 참석자들에게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지도를 공들여 제작․배포해 왔으며, ‘다케시마의 날’도 제정하고 관련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독도문제로 흥분하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에 유학 온 일본학생은 어쭙잖은 역사적 사실을 들어 ‘독도는 다케시마’라는 독자투고를 우리 신문에 싣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을 “음흉하다” “무례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본국민들이 그들의 정부를 그렇게 평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저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엉터리 발표를 했지만, 그런 수법으로 일본국민을 충분히 교육시켜왔다. 일본학생들은 일제시대를 ‘정의로웠던 시대’로 인식하고 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은 ‘패전국’이 아니라 원자폭탄의 위력 앞에 무력한 ‘피해국’이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역사’로 가르치고 배운다. 학생들은 전범(戰犯)의 위패를 보관한 신사(神社)를 찾고 있으며,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는 목숨을 잃은 영혼 앞에 피해국이어서 받은 설움만을 배우고 있다. 저들은 자신들의 침략과 지배, 만행 등 수많은 과오는 가르치지 않고도 너무나 당당할 뿐이며,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도 그들과의 우호관계 속에서 ‘미안하게 됐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저들의 매뉴얼대로 일시적, 임기응변식 대응이나 일삼는 무력한 국민일 수는 없다. 누가 먼저 독도에 가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심한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독도를 대상으로 이처럼 황당한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해온 전력(前歷)을 거울삼아 보다 장기적이고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응하기 위해 ‘고구려연구재단’을 설립했듯이 차제에 ‘독도연구재단’ 같은 연구기관을 세우고 독도에 관한 역사적, 지리적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독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우리의 학생들이 독도를 잘 알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나가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잘 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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