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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168

‘국제학력평가’에서 드러난 우리 교육의 허점(071228경기신문) 지난 12월 4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06년 국제학력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는, 결코 낮지는 않은 우리 교육의 수준과 함께 이대로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 한계와 그 허점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교과서와 문제집, 필기구에만 의존하는 단순 암기식 교육에 매몰되어 있다. 3년 주기로 실시되는 PISA는, 의무교육을 마친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파악하기 위해 읽기, 수학, 과학 분야로 나누어 평가하는 시험으로, 2000년, 200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되었다. 이번에 그 결과가 발표된 PISA 2006은, OECD 30개 회원국을.. 2007. 12. 28.
남양주양지초등학교 오시는 길 큰길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도에서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를 찾아보고, 서울의 동쪽 포천․철원․화천 방향, 그러니까 여러분께서 이런저런 일로 가보시는 일동이나 광릉수목원, 산정호수로 나가는 47번 국도를 달리다가 진접읍 장현에서 오남이라는 이정표를 보시고 우회전하여 우리 학교를 찾아오시면 참 쉽습니다. 더구나 오남 초입의 왼쪽으로 읍사무소가 있고, 바로 그 뒤에 우리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양주 IC를 자주 드나들고 있으므로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서울외곽순환도로 남양주 IC를 나오거나(우측으로 붙어야 좋고 삼거리에서 끼어들 때 버스를 조심하십시오.) 구리 시가지에서 춘천 가는 46번 국도를 달리면 전철 도농역 앞을 지나게 됩니다. 이어서 구리남양주교육청․남양주제2청사․경찰서 앞이고.. 2007. 10. 29.
재량활동 정상화를 위해(경기신문 071012) 이 글은 '만신창이가 되는 재량활동 교육'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재량활동 정상화를 위해'로 바뀌었습니다. 신문 편집자는 보통은 '쎄게' 돋우는 게 습성인데, 만신창이 어떻고 하니까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으니 이번에도 집필자의 의도는 빗나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고등학교 선택교과에 보건과목이 추가되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하기로 하고, 교과 내용, 수업시간수 등 세부적인 내용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고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10월 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963년에 체육과목에 흡수되면서 폐지된 보건과목이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2, 3학년 학생은 선택과목으로.. 2007. 10. 20.
기상청보다 나으면 좋을 교장의 기상관측능력 10월 9일 우리 학교 운동회 날에는 모처럼 일찍 일어났습니다. 새벽하늘에서 반짝이는 금성(金星)이 아름답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서양에서는 금성을 사랑과 미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비너스’라고 부른답니다. 그 별이 지구와 태양의 사이에 있을 때에는 약 4,000만 km 이내까지 접근하므로 달 다음으로 밝게 빛나는 별입니다. 자주 보셨겠지요. 제법 쌀쌀한 듯한 새벽 공기가 못마땅하기는 했으나 비가 내리는데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개회식을 진행할 때만 해도 한기(寒氣)를 느꼈으나 이내 포근해졌고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은 더위를 느낄 것 같았습니다. 종일 높고 푸른 우리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여서 저 아득한 기억 속의 어린 시절 그 시골 운동회 날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내빈의 자격으로 우리.. 2007. 10. 12.
당연히 실시되어야 하는 전국 학력평가(경기신문070927) 경기신문에서는 이 원고를 '목표중심의 교육행정 절실하다'라는 제목으로 실었습니다. 그건 데스크의 권한이어서 때로는 저널리스트의 번쩍이는 감각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독단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지난 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협의회 간담회에서 내년부터 중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연간 2회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데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점수 공개 등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면 그것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우리 교육계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이로써 그 계획이 유야무야되고 만다면 교육부로서는 학.. 2007. 10. 10.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 2 (박○○ 작) 2007년 9월, 내가 이 학교에 와서 각 반 대표들에게 임명장을 주는 장면을 박○○ 선생님께서 보여주셨습니다. 나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이미 한물간 사람에게 임명장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 그 절차를 받아들여주는 그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다만 내가 먼저 태어나 교장이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맡은 역할대로 치르는 절차라는 것을 잘 이해해 주었으면 했습니다. 2007. 10. 5.
전근 축하 전보와 편지 근무처를 옮기면 전근인데, 사람들은 일단 이를 '영전'으로 표현하며 전근이라든가 좌천이라고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번에 내가 전근 왔을 때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화분을 보내거나 전보나 편지를 보내준 분들이 있었습니다. 직접 방문한 사람을 영접하거나 화분을 받거나 전화를 받는 경우에는 대체로 반갑고 고마운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이지만, 유독 축전이나 편지를 받으면 일단 고마워하면서도 그 짧은 문장이나 문양을 분석하게 되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이미 정해 놓은 문안 중에서 고르고 전보의 값에 따라 고급이나 중급의 문양을 정하는데 뭘 분석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 단순함 속에도 보내는 사람의 정성과 성의가 담겨 있으니 분석 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편지 형식의 축하 서신인.. 2007. 10. 4.
노老 교사의 힘 지난 9월 13일은 부산한 하루였습니다. 그날 오후에는 3학년에서 학부모님들을 초청하여 수업을 공개하는 날이었고, 오후 4시에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 회의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회의는 1년에 세 번 발행하는 저널「교과서연구」편집기획위원회로, 내가 위원장이기 때문에 결석을 하기는 어려워도 내 형편에 맞춰 날짜를 정할 수는 있었는데, 사전에 학교의 주요 업무와 대조하여 일정을 조정하는 데 소홀하여 이미 확정해준 날짜여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개최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내가 그곳에 갔었다는 것을 누가 기억해줄는지 모르지만, 오전에는 한덕종 교감선생님과 이웃 오남중학교 식당 개관식에 가서 우리 오남읍을 중심으로 한 구리․남양주의 여러 기관 인사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점심식사까지 같이하고 학교로 들어왔습니.. 2007. 10. 1.
학교장 칼럼을 시작하며 제가 근무하는 남양주양지초등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교장 칼럼'이라는 이름의 코너를 발견했습니다. '칼럼'이라고 하니까 웬지 좀 고급스럽고, 그러면서도 제가 그 칼럼을 쓰는 사람이니까 괜히 좀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생각해도 그 곳을 빈 난으로 두는 것이 부담이 되어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그 칼럼을 이곳에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장 칼럼」을 시작하면서 제가 이 학교에 온지 4주째입니다. 그동안 홈페이지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았고,「학교장 칼럼」이란 코너도 두 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코너의 주인이고 글을 쓴 적이 없으므로 아무것도 실려 있지 않은 것이 당연한데도 두 번을 들어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2007. 9. 28.
노는 것을 공부처럼, 공부를 노는 것처럼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6 노는 것을 공부처럼, 공부를 노는 것처럼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약산 동대 진달래꽃은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피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나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내가 돌아간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치어다보느냐 만학은 천봉 내려굽어보니 백사지로구나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만경창파 둥둥 뜬 저 배야 저기 잠깐 닻 주거라 말 물어 보자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 2007. 8. 29.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4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우리 학교는 해마다 네 번씩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가시고 분주하기는 해도 선생님들이 출제한 문항을 살펴보면서 그 시험지를 받아든 아이의 입장으로 답을 해봅니다. '난이도가 유지되고 있는가?' '품위 있는 질문인가?' '답하기 좋은가?' 같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야 하므로 딱딱한 일이기는 하지만 출제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문제가 영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슬쩍 정답지를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때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문항이 있으면 "이 문제는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으므로 새로 출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예를 들면.. 2007. 8. 29.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3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오늘은 개학날입니다. 시골에서 보낸 석 달간의 방학은 정말 꿈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어머니는 바렛띠 학교에 나를 데려가 4 학년에 등록시켜 주셨습니다. 난 시골 생각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았습니다. 길마다 아이들이 북적댔습니다. 책가방과 보조 가방, 공책 등을 사려는 부모님들로 두 개의 문방구는 북새통을 이루었고, 학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수위 아저씨와 경찰관 아저씨는 교문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교문 근처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쳤습니다. 3 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빨간 곱슬머리의 선생님은 언제나 명랑하셨습니다..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