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클레어 릴리엔탈Claire Lilienthal School 초등학교에 대하여
미국 아이들은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륙했는데, 이곳 시간으로는 다시 아침에 인천국제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우리 학교 교문에 닿았습니다. "클레어 릴리엔탈의 우리 학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런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그 아이들은 인천공항을 보고 이미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좀 바꾸었지만, 우리 성복동 골짜기에 웬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지 호기심을 가졌고, 그들의 부모에게 저 아파트에도 가보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버스에서 내린 그들이, 마음속에 그렸던 미국인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며 당혹스럽기는 했지만(한국계가 반이고 그 나머지가 유럽계, 라틴계, 아프리카계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요), 준비해온 꽃다발들을 전하며 여러 가지 모습의 인사를 하고 강당으로 친절히 안내했습니다. 며칠 전 교장이 "우리는 20여 년 후면 세계 200여 개국에 흩어져 대한민국 대표로서 사업이나 예술, 체육, 학술, 외교 등 여러 가지 일을 할 것이므로 어떠한 외국인과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영 행사는 매우 느슨하고 우호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서먹서먹한 분위기였습니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 학교와 릴리엔탈 교장의 인사가 진행되자 아무래도 좀 지루했지만, 연방 서로를 바라보며 윙크를 하는 아이들이 많은 걸 보면 아이들은 눈짓만으로도 당장 친해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펜팔을 하고 책을 모아 교환한 일밖에 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앞으로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이윽고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홈스테이를 위한 인원 점검이 이루어지자 양쪽 학교의 교류가 드디어 시작된 것처럼 왁자지껄해지고 더러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서툰 한국어와 영어가 튀어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쪽에서는 대체로 서너 명이 미국인 한 명을 맡고, 그 학교 교장은 우리 교감 댁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우리 교장은 집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교감 댁은 학교 가까이 있고, 가족이 대부분 영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5박6일간 머물기로 했으며, 전체가 함께 하는 공부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민속촌 방문,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교실로 들어가 함께 똑같은 공부를 하는 것 외에는 모두 조별로 자유롭게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마을 우리 학교에서 꿈같은 나날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우리도 이번 기회에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통하여 세상의 다양성을 좀 배우고, 우리와 생김새나 말은 달라도 서로 이해·신뢰하며 우호·협력 관계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함께 하는 생활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무슨 글인가' 하셨지요? 내년 봄(여름쯤?)에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학교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부근의 클레어 릴리엔탈 초중학교(Claire Lilienthal K-8 Alternative School)와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는 미국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영어의 이중 언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릴리엔탈'에는 약 300명이 재학 중이며 한국어를 배우는 약 100명의 반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나머지 반은 유럽계, 라틴계, 아프리카계, 중국계 등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한국어를 어느 정도 듣고 말하고 쓰고 읽을 수 있답니다.
이 자매결연은 작년까지 저와 함께 근무하다가 샌프란시스코 한국교육원장으로 파견근무하고 있는 노희방 연구관께서 주선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추석에 그 학교 추석날 행사와 수업을 참관하고 이 생각을 했답니다. 또 샌프란시스코 시에서는 10월 3일(우리의 개천절)을 '한국의 날'로 정하여 시청 건물에 태극기를 게양했는데 이 학교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참석하여 행사를 빛냈다고 하며, 이 자리에서 한국인은 물론 미국인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의 한 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을 수 있도록 노 원장에게 부탁하여 저에게 연락되었습니다. '릴리엔탈'은 공립학교지만 학부모들의 관심과 성의로 사립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는 우수한 학교라고 합니다.
저는 우선 우리 아이들의 희망을 받아 이 학교 아이들과 펜팔이 이루어지게 하고, 양쪽이 서로 책 등을 교환하면서 우정을 쌓은 다음, 상호 방문 및 홈스테이 등이 이루어지게 하자는 생각이며, 모든 일은 언제나 전교생을 대상으로 그 일에 참여하고 싶은 아이들을 조사하여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이 일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전교생이 다민족 국가의 다민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며칠 후 우선 서영애 선생님께서 담임선생님을 통해 펜팔을 위한 희망을 받을 예정이므로, 이 활동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경험이나 고견도 함께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올 가을은 더욱 고와서인지 참 빨리 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는 겨울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Have a wonderful day!
2005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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