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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성복, 만세! 만세! 만세!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성복, 만세! 만세! 만세!

 

 

 

오는 월요일, '성복샛별잔치'를 열겠다고, 여러 선생님이 일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내일이 벌써 토요일이므로 마음이 급하겠지요. '해오름길'( '해오름길이라니……' 하셨지요? 지난봄, 어느 학모님께 우리 학교 환경 조성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는데, 그분은 학교 이곳저곳과 학교 오는 길에 대하여 아름다운 이름들까지 지어오셨습니다. 언제 그 이름들을 한꺼번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해오름길'만 말씀드리면, 우리 성복 아이들이 학교로 오는 그 오르막길은 희망을 향해 오르는, 그런 성격의 길이므로 당연히 '해오름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저 아래쯤에서 웬 여성 한 분이 - 아주머니인지 할머니인지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좀 멀리 내려와서 보았으므로 절대로 오해는 마십시오 - 우리 아이들이 붙인 포스터를 만지고 계셨습니다. '왜 저러시지?' 싶어 뒤돌아보았더니 매달아놓은 것이 부실하여 땅에 떨어진 포스터 한 장을 다시 매달려고 애를 쓰고 계셨습니다. 자꾸만 떨어지더군요. 저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내내 그분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올해 우리 학교 축제는 몇몇 아이들의 경연장이 아니고 그야말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축제가 되게 하자는 뜻이 실현되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전쯤인가 어린이회 개최로부터 이번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한달 내내 축제가 이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창출되었습니다. 한번 보셨습니까? 아이들은 홍보용 팝업 창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실었고 포스터를 만들어 이곳저곳에 신나게 붙였습니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샛별잔칫날 무엇을 할까요?

특기적성이나 타고난 소질로써 음악, 성악을 보여드려요.

서툴러도 정성은 들어간 연극도 한답니다.

남자애들은 용감무쌍한 태권무도 해요.

재미있는 체험도 할 수 있게 해드려요.

작품도 전시합니다.

우리 성복축제에 꼭 오세요.(5-1 윤도혜·최아름).

 

그 손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이렇게 썼을까요. 혼자 생각하기도 하고, 몇 명이 분단을 만들어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음악실이나 강당, 교실에서 연습도 하고, 때로는 반별로, 혹은 학년별로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얼른 다 열거하지 못하겠군요. 부모님의 손길도 미쳤습니다. 명예교사가 되겠다는 어머님들이지요. 그야말로 성복의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선생님들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미숙한 것을 미안해하거나 쑥스러워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이니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며 '이렇게보다는 저렇게 할 걸 그랬다'는 아이들의 자가평가가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자라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야 나중에 그룹도 경영하게 되고, 다지능 로봇을 구상하여 디자인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다른 매장보다 멋진 매장을 만들어내고, 솔로몬 같은 판단도 하고, 기관장이 되어 가령 님비(NIMBY) 현상에 물들어 가는 지역사회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고…… 드디어 "이 사람은 어느 날 북극에 갖다 놓아도 장사를 잘 하고(혹은 어떤 기막힌 아이디어를 가지고) 돌아올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아이가 서툴면 어떻고, '저걸 작품이라고 내놓았나?' 싶으면 어떻습니까. 혹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가 있으면 또 어떻습니까.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오죽 많은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아마도 아직 교육에 대하여 많이 오해하고 계시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교육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 가르쳐 내세우고 "꼭 그대로만 하라"는 식에 물들면 그 아이들이 장차 무얼 하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훈련받는 학습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것을 부정하면 '모짜르트'가 나오지 않았습니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어떤 책에서 이미 훌륭한 글을 인용하여 설명했으므로 다시 말씀드리면 "늘 같은 소리만 한다"고 웃으시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학습은 계획과 실천, 그 계획 및 실천의 평가로 이어져야 제대로 된 학습입니다. 그래야, 발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년도의 연구학교 공개도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했고(걱정하지는 마십시오. 행사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으로 제대로 실시할 것입니다), 한 시간 한 시간 교과 학습도 이런 식으로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제 생각을 오히려 앞지르고 있는 760명 성복 어린이를 <무조건 !> 사랑합니다. 이들만이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밤, 돌아와 앉은 이 시간에 가슴으로 외칩니다. 성복, 만세!!! 만세!!! 만세!!! 더불어, 마음을 다하여 연구하시고, 가르치시고, 일하시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찬사를 보냅니다. 그들이 성복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인하여 교육자로서의 그 길에 가슴 가득한 보람을 느끼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그러므로, 학부모 여러분께서는 우리 아이들과 담임교사에게 박수를 보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면 저는, 여러분 모두가 어쩐지 재수가 좋아서 꼭 쓰고 싶은 일에만 지출되고 전보다는 아무래도 수입이 점점 늘어나는 하루 하루가 이어지기를, 또 그렇게 되도록 늘 건강하시기를, 그 언덕의 학교 교장실에서 늘 기원하겠습니다.

 

 

 

2005년 11월 12일(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