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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파란편지"

by 답설재 2007. 8. 29.

 

 

아이들 편에 보내는 "파란편지"를 학교 홈페이지에도 실어 달라는 어머니들이 있었습니다. 편지를 아이들 편에 보내는 건 홈페이지 탑재가 조심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성복 교육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싶었습니다.

 

낯 간지러운 일이지만 몇몇 분의 감상을 여기에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지휘 감독자가 아닌 교장을 보고 있다

 파란편지를 읽고 또 읽는다

 편지를 읽으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학교를 사립학교처럼 선택하여 아이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학교의 모습에 가슴 뿌듯하다

 학교의 변화를 보고 있다

 파란편지의 내용이 내 마음과 같다

 조금씩 교장의 생각을 알아가고 있다

 파란편지 내용이 동화 같다

 다음 편지를 기다리게 된다

 아이 아빠도 이 편지의 팬이다

 학교와 교장을 응원하겠다

 내 아이가 나의 소유물이 아닌 걸 알았다

 편지를 읽으면 다른 일로 우울했던 마음이 환해진다

 파란편지의 내용을 항상 기억하겠다

 편지를 읽으면서 우리 교육에서 느림의 미학을 생각한다

 편지를 읽으며 그동안 잘난 척한 자신을 되돌아본다

 독수리 타법으로라도 파란편지에 답장을 쓰고 싶었다

 늘 건강하여 꼭꼭 편지를 보내주기 바란다

 이 학교 교장으로서 어려운 일 있어도 학부모들이 변할 때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편지를 읽으면서 교장의 생각이 우리와 같다는 게 놀랍다

 어느 편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소름이 끼쳤다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님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그 칭찬과 격려 속에 수많은, 끝이 없는, 표현할 길 없는, 엄격한... 단서들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006년 3월 30일

 

 

 

<후기>

 

이 블로그의 이름은 "파란편지"입니다. 2005년 10월, 그러니까 용인의 성복초등학교 교장으로 간 이듬해 가을,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학부모들에게 그 학교 교장으로서의 생각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아이들에 대한 나의 진정성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게 이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몇 차례 편지를 보내자 '읽어본 학부모들'이 잘 봤다는 인사를 했고 이 편지를 기다린다고도 했습니다. 신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읽어본 학부모들'이라고 한 것은, 학부모들 중에는 학교에서 보내는 각종 연락에 대해 거의 무관심한 경우가 많고, 그런 분들은 웬만한 것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버린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내 편지를 더 많은 학부모들이 읽게 하는 전략을 마련했는데 그게 바로 '파란 종이'에 인쇄해서 보내는 방법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흰색 종이에 프린트해서 나눠주니까 파란색 종이가 눈에 띄면 읽어보겠지, 생각한 것입니다. 담임교사들에게 부탁해서 "얘들아, 이건 교장이 보내는 거니까 엄마 아빠더러 꼭 읽어보시라고 해라. 알았지? 읽어본 표시로 사인을 받아 와라. 검사하겠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유치했겠지요.

 

그렇게 파란 종이에 복사해 보낸 내 편지에 대한 반응이 더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변화가 일어나긴 했습니다. 교장실 앞을 지나다가 열려진 창문 너머로 몇몇 '엄마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파란편지, 이번에는 언제 보내나요?"

그들 중에는 더러 농담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오빠! 뭐 해요?"

"우리가 팬클럽 만들 거예요!"

그렇게 하여 내 편지는 "파란편지"가 되었고, 2007년 8월 말에 그 학교를 떠나게 된 나는 그 파란편지를 그만 써야 하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워서 이 블로그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