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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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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사키 시키부가 피기 시작했다" 무라사키 시키부가 피기 시작했다.꽃은 없고 보라색 열매만 핀다."源氏物語"를 쓴 '紫式部(무라사키 시키부)'와 이름이 같다.  놀라웠다.10권으로 번역된 걸 본 적이 있는 "겐지 이야기(源氏物語)"와 "무라카미 시키부 일기(紫式部日記)"를 쓴, 아마도 아름답기도 했을 그 여방이 저렇게 피어났다는 거잖아?그러자, 신비롭기도 하지. 보라색 열매가 무라카미 시키부처럼 보였다.꽃이 없고 열매만 맺는 것이 무라카미 시키부를 상징하는 것일까?왜 이 이름을 붙여주었을까? 그렇지만 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불친 nadesiko淸님의 블로그("Bluesky in Nara")에서 봤으니까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증거 ☞ https://nadesiko710.tistory.com/13412166  재미있다.무라사키 시키부는 헤.. 2024. 10. 15.
닐 디그래스 타이슨·도널드 골드스미스 《오리진》 닐 디그래스 타이슨·도널드 골드스미스 《오리진》곽영직 옮김, 지호 2005      현대물리학의 두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양자물리학(작은 것을 기술하는 과학)과 일반상대성 이론(큰 규모의 과학)을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140억 년, 그간 있었던 일과 그 변화를 알아보려고 한 학자들의 노력을 설명한 책이다.  우주의 나이가 겨우 몇분의 1초밖에 안 되었을 때 우주의 온도는 1조 도가 넘었다. 우주는 빛으로 가득했고 따라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밝았다. 이때 우주의 주요 관심사는 팽창이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부터 더 많은 공간이 생겨났다. 지난 천 년의 인류 역사를 통해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였던 아이작 뉴턴은 모든 물체 사이에 '원격 작.. 2024. 10. 14.
한승원 작가는 얼마나 좋을까 1939년 10월 13일, 전남 장흥군 출생.생일도 다가오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참석하는 파티를 하겠지.  민음사 TV의 그 순간 ☞ https://youtu.be/Cfot7YfS96w "[뉴스추적] '한강'에 빠진 대한민국" ☞ https://v.daum.net/v/20241012195624473  한강의 수상이 통쾌했던 이유…'노벨상 시즌'의 헛고생을 떠올리다  ☞ https://v.daum.net/v/20241013090301013 2024. 10. 11.
천하 고얀 놈 같으니라고, 네가 내 제자라니... 이런 일이 있나!식당 매니저란 사람은 나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잠시 망설임도 없이 뜨거운 삼계탕 그릇을 녀석 앞에 먼저 놓았다. 눈을 내려깐 채였다. 어느 쪽에 먼저 놓아야 하는지 오며 가며 다 봐 놨다는 뜻이 분명했다.그럼, 좋다. 녀석이라도 그걸 얼른 들어서 내 앞으로 옮겨 놓으려는 시늉이라도 하면 될 일 아닌가! 좀 뜨겁다 해도 그렇다. 내가 오죽 잘 대처하겠는가. "야, 이 사람아! 아무려면 어떤가! 그냥 두게! 어설프게 그러다가 사고 나네!" 어쩌고 하면서 말렸을 일 아닌가. 그런데 이런 천하 고얀 놈을 봤나!이 녀석조차 하던 이야기 끝에 지은 그 미소를 그대로 머금은 채 천연덕스럽게 제 앞에 놓인 그 탕을 그대로 놓아둔 채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고 있었다.허, 참! 이런 게 다 내 제자라는.. 2024. 10. 9.
아잔 브람 《놓아버리기》 아잔 브람 《놓아버리기》혜안 옮김, 궁리 2022      현재의 실상은 장엄하고 경이롭습니다. 모든 과거와 미래를 버릴 때, 이것은 마치 여러분이 생생히 살아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알아차림이 현재에만 유지되는 수행의 1단계입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이미 많은 일을 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깊은 수행을 가로막는 첫 번째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따라서 이 첫 번째 단계를 강하고 확고하게 그리고 잘 확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28)  이것이 내게 가능한가?지금 내가 많이 버리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얼마쯤 더 읽었다.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책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띄어 읽기 같은 건 기초이고 "읽지 .. 2024. 10. 7.
지나온 길 · 가야 할 길 2024. 10. 6.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2019      Ⅰ 홀멘 섬 어부 올라이의 아내 마르타가 아이를 출산하고 있다. 올라이와 산파 안나가 혼신을 다하고 있다. 출산은 모든 것을 거는 일이다. 올라이는 초조하고 불안하고 그래서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너무도 사랑하는 딸 마그다에 이어 이번에는 자신처럼, 대대로 그랬던 것처럼 장차 어부가 될 사내아이(요한네스)가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 아이가 이제 곧 나온다, 마르타, 아이의 어머니는 고통으로 비명을 지른다,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 2024. 10. 4.
아버지, 꽃이 피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누워 있었다. 어머니 산소 앞이었다.거기 한 길쯤 자란 덩굴에 대여섯 송이 탐스러운 꽃이 피어 있는 걸 보고 내가 말했다. "꽃이 피었어요.""그러네."꽃을 살펴보고 아는 척했다. "장미꽃이네요.""응."10월 1일 밤 자정 조금 넘은 시각, 그새 꿈을 꾸었다.어머니가 떠난 지 52년, 아버지도 23년이나 되었다. 며칠 전까지 무더웠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단 하루도 어렵지 않은 날이 없었던 지난여름이 자꾸 떠오른다.그리운 거지? 떠날 때가 가까워져서 그런 걸까? 2024. 10. 4.
너 벌노랑이 맞지? 너 벌노랑이야!맞지?맞지?어디 있었니?드센 녀석과 한 자리에 있네?따로 살면 더 좋을 텐데, 어쩔 수 없었겠지. 2024. 10. 2.
퍼트리샤 브로진스키·제임스 깁슨 《위선과 착각》 퍼트리샤 브로진스키·제임스 깁슨 《위선과 착각》Eat or Be Eaten: The Truth About Our Species ─ The Marriage of Darwin and Machiavelli이채진 옮김, 시아출판사 2004      인간이 짐승보다 나을 것도 없다, 차라리 짐승보다 못하다, 위선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형편없다는 식으로 쓴 책은 드물어서 나로서는 두 번째다.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당신은 원래 들짐승이었다.어느 날 깊은 잠에서 깨어보니 이빨과 발톱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그렇지만 당신은 여전히 벌판에서 살아 나가야만 한다.어떻게 먹고살겠는가?가지고 있던 방어수단을 잃어버린 당신은이제 권모술수를 연마하기 시작하고,머지않아 사기술에 도통한다.이 책은 속임수에 관한 책이다.자신과 세계를.. 2024. 9. 30.
합창이란 묘한 것,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 주말에는 일을 하며 주로 라디오를 듣는다. 라디오 아니면 외로워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을 때가 있다. 자주 그렇다. 에리히 프롬이 어느 책에선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 걸 심각한 태도로 읽었는데도 나는 그런 걸 '읽으나마나'다. (어쩌면 책 읽는 것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책 읽은 것 다 치면 돈으로 쳐도 뭐가 되어도 되었을 것이다.) 오늘 들은 음악 중에선 베르디 오페라의 이중창이었는데 마치 "노래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응?" 하는 것 같았다. 아, 정말이지... 선곡표까지 다 찾아봤다.  Verdi// 중  Solenne in quest'ora //ten/Jose Carreras,  bar/Renato Bruson, cond/Giuseppe Sinopoli,  Philharmo.. 2024. 9. 28.
학교, 아름다운 곳 (2024.9.27) 학교 가는 아침의 아이들은 아름답다. 그 아이들이 있어 아침은 더욱 빛난다. 두엇, 서넛, 바쁠 것 없이 재잘거리면서도 게으름 피우지 않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은 저절로 밝고 따스한 곳으로 바뀐다. 어김없이, 학교로부터 동네 곳곳으로 아침의 음악이 울려 퍼지면 아이들은 그 선율에 맞추어 한 송이씩 꽃이 되고 거리는 그 꽃으로 밝아져서 그 꽃들로써 충분한 아침이 된다. 높은 곳에서 세상일을 결정하는 분들이 오늘은 부디 딴생각 말고 저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야기하고 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들리면 온 학교가 일시에 숙연해진다. 어느 학교에서나 우리의 저 아이들이 공부할 준비를 하고 각자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떠올리면 전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 2024.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