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17 알랭 드 보통 《삶의 철학산책》 알랭 드 보통 《삶의 철학산책》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정진욱 옮김, 생각의 나무 2002(2002.4.20 초판 1쇄 인쇄, 4.25 초판 1쇄 발행)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장 인기 없음에 대한 위안 · 소크라테스2장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위안 · 에피쿠로스3장 좌절에 대한 위안 · 세네카4장 부적절한 존재에 대한 위안 · 몽테뉴5장 상심한 마음을 위한 위안 · 쇼펜하우어6장 곤경에 대한 위안 · 니체 2002년 4월 25일에 나온 초판을 구입했지만 '나중에 읽어야지' 했다.그러다가 2년 전 봄, 위의 책과 거의 같은 시기에 구입한《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것은 《파우스트》를 읽다가 재미있는 각주를 발견했기 .. 2025. 4. 10. 그러니까 적어 놔야지! 가령 비닐봉지를 찾으러 가다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구나 싶어서 전등부터 켜면 비닐봉지는 잊는다. 영영 잊기도 하지만 흔히 나중에 어처구니없어하게 된다.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적어 놔야지!"적어 놓는다고? '비닐봉지 하나 가져오기' 이렇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가정연락부처럼?어이없는 충고지만 못 들은 척한다.건망증이 심해지는 현상은 당사자인 나는 '그 참 재미있구나' 싶어도 아내는 싫어한다. 저러다가 치매가 오면 우린 이도저도 끝장이다 싶겠지? 끝장은 오고야 마는 건데... 그럴 때 나는 아내에게 그러겠지? "당신 누구야? 누군데 내게 이래라 저래라야? 정체를 밝혀!"TV에서 치매 이야기 하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저러다가 끝에 건강식품 선전한다! 틀림없다!"고 하면 .. 2025. 4. 9. 사람은 변할 필요가 없으면 변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에서 일할 때 교과서 원고 집필·검토에 참여해 준 여교사 J는 퇴임해서 제주도로 내려갔다. 혼자 지낸다. 아름답고 마음씨 곱고 아는 것도 많은 선생님이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기도 했다. 어려운 일을 부탁하면 함께 일하는 다른 선생님 눈치 같은 건 살피지 않고 판단했고, 짜증을 내거나 우울해한 적도 없었다.그때 나는 그런 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과년한데) 왜 결혼하지 않았는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굳이 결혼하지 않겠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했지 싶다. 한동안 안부를 모른 채 지내다가 최근에 부모님 곁을 떠나 그렇게 혼자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J는 며칠 뒤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블로그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었다. 내게도 블로그가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나는 바로 그 블.. 2025. 4. 8. 에드먼드 버크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에드먼드 버크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김동훈 옮김, 마티 2009 제2부 제1절 숭고에 의해 유발되는 감정에 관하여자연 속에 존재하는 거대하고 숭고한 사물이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감정은 경악(astonishment)이다. 경악은 우리 영혼의 모든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상태를 말하는데, 거기에는 약간의 공포가 수반된다. 이 경우 우리의 마음은 그 대상에 완전히 사로잡혀 다른 어떤 대상도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그 대상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도 없다. 여기에서 숭고의 엄청난 힘이 생겨난다. 숭고는 이성적 추론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앞질러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몰아붙인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숭고의 효과 중에서 .. 2025. 4. 7. 소중한 것은 그대로 있어 주지 않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생로병사'란 말은 많이 듣지만, 무슨 얘기일까, 했다.틱낫한 스님이 쓴 《화》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읽었다. 부처는 누구나 공포의 씨앗을 갖고 있지만 대다수가 그 씨앗을 억눌러서 어두운 곳에 감추어두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 공포의 씨앗을 확인하고 감싸안고 돌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반드시 늙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나는 반드시 질병에 걸린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나는 반드시 죽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모두 그대로 있어 주지 않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나는 아무것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빈손으로 왔으므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 2025. 4. 3. 틱낫한 《화 anger》 틱낫한 《화 anger》최수민 옮김, 명진출판사 2008 • 눈 돌리면 화나는 것 투성이다, • 많이 먹어도 화는 풀리지 않는다, •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 •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 마흔한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술술 읽히긴 해도 어렵다. 짐작하면서도 실천하지는 못했던 일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오늘도 설설 까닭을 설명하기가 난감한 화가 났었다. 지식이란 이런 경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방법이 없진 않다. 이 책을 하루에 한 꼭지씩 계속 읽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기 때문에 헛일이다. 화가 나면 그 감정을 끌어안아야 한단다. 심호흡을 하고, 길을 걷는 건 자각을 위한 것이다.자각의 첫째 기능은 확인을 하는 것이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지금 마음속이 .. 2025. 4. 2. 내가 볼 수 없었던 길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은 저 아파트 앞길이나 뒷길을 오고 간다. 십 년이 넘었지 싶다.그런데 저 계단으로 오르는 길은 오늘 아침 처음으로 봤다.'이럴 수가! 그동안 뭘 바라본 거지?'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왼쪽에 아파트 주민들의 전용 독서실과 피트니스 클럽이 있다.그동안 내 눈엔 그 방들의 표지판만 보였다. 나는 우리 아파트나 내 집에 대해서는 다 파악하고 있는 걸까?정신을 차려서 혹은 다른 눈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나를 스쳐간, 내가 지나쳐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다가가는 길을 면밀히 파악했었다면 그들은 얼마나 놀라워하거나 고마워했을까?더 가까워질 수도 있었겠지?그러나 이제 다 가버렸으므로 정신 차려 살펴볼 수가 없게 되었다.어쩔 수 없는 일이다.지금 내 곁에 남.. 2025. 4. 1. 생각과 느낌, 몸이 따로따로 있다 생각은 느리다. 내가 처한 시간과 공간을 따르지 못할 때도 있다.앞으로 나가려고 하기보다는 뒤쪽을 바라보려고 한다.생각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하고, 그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과 함께하려면 허덕허덕해야 할 것 같다.드문드문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건 편리하고 고마운 일이다.몸은 여기에 있다.자다가 깨면 새삼스럽 '내가 여기 있구나' 한다.얼핏 '거기인가?' 하다가 설풋 둘러보고 '여기구나' 하고는 또 잠이 든다.생각이나 느낌은 엊그제나 잘해봤자 어제에 머무르기 일쑤인데, 몸은 늘 오늘 이 시각(시간)의 여기에 있다.달이 가고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느낌은 자주 생소하다.느낌은 큰일날 일 없는 사소한 것이다. '그 참... 내가 이미 여기에 있네'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생각과 느낌, 몸은.. 2025. 3. 31.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 단순하다. 살피고 잡아먹고 잡아먹힌다. 새끼나 동료를 돌본다.복잡하지 않다. '먹고 노래하고 잡담하는 것'보다는 복잡하다.그 단순함을 지켜보며 하는 생각은 단순하지 않다.하는 짓은 우리와 같지만, 그들이 우리보다 단순하다.사기, 모함, 배신 같은 짓은 하지 않거나 초보적이다. 원시인도 그 수준이었을까?직접 그런 짓을 하거나 당하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은 그런 재미도 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하겠지?그래서 예술과 종교, 도덕, 교육 같은 것들이 있어서 눈치도 보고 스스로 혹은 룰에 따라 자제와 통제도 하며 사는 재미와 보람이 있지 않느냐고 하겠지?억울하고 지긋지긋하고 죽고 싶은 사람이 이상하겠지?그들의 '왕국'에는 예술이나 종교, 교육, 윤리와 도덕, 체면, 도리… 같은 것들이 없다.있나?그들은 그 단순함으로 .. 2025. 3. 30. 폭설을 믿어주기 바란다 오늘 눈이 왔다.많이 왔다.예보로는 아침나절 잠시 0.5cm쯤 내린다고 했다. 0.5cm라니, 혹 내리지 않으면 슬쩍 빠지려는 것이었겠지?그래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잠시가 아니라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2시까지 잠깐씩 두어 번 쉬고 그냥 펑펑 퍼부었다.분명히 그랬다. 그랬는데, 그 눈이 저녁나절에 모조리 다 녹았고 응달이고 어디고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4시쯤 광명 어느 학교 교장인 W가 전화를 해서 이곳엔 눈이 엄청 왔다니까 "정말요?" 하고 곧 딴 얘기로 넘어갔다.까마득한 선배 얘기여서 어쩔 수 없다는 투였다.그 눈을 본 사람도 나밖에 없다.점심때 어디서 사람 소리가 좀 났지만 증거를 삼겠다고 그 사람을 찾아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세상 일이 거의 다 이렇다.오늘의 폭설(暴雪), 이 사진 .. 2025. 3. 29. 600만 학생이 만드는 600만 종 교과서! (2025.3.28)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는 아예 그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국회에서는 이를 학습자료로 규정하는 등 논란이 거듭되었다. 쟁점의 배경은 교과서는 정부 예산으로 보급하는 데 비해 학습자료는 희망하는 경우 학교 자체 예산으로 구입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해는 초등 3·4학년과 중·고 1학년(영어·수학·정보)에서 희망하는 학교만 사용하고 있다. 지난 1월 런던에서는 대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가 열렸는데,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4개 출판사에서도 AI 디지털 교과서를 실연하여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몇 가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꼈다. 우선 국내에서는 왜 그런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인기를 끌어서 교과서의 지위를 고수해야 마땅하다는 건 아니다. 어떤 성격의 것이든.. 2025. 3. 28. 그래,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용기일지도 몰라 "이봐, 답설재, 자네 건강은 어때?""그럭저럭.""그럭저럭?""두어 번 핏줄 막힌 건 뚫었잖아? 이런 걸로는 좋은 세상이지. 다시는 막히지 않도록 매일 아침 죽을 때까지 몇 가지 약을 먹으니까 됐고, 군데군데 괴로운 건 늘 그렇지. 이건 의사한테 가봐야 하겠구나 싶어도 웬만하면 그냥 지내. 귀찮잖아. 버티는 날까진 버텨보자 싶기도 하고......" "돈은?""그럭저럭.""뭐든 그럭저럭이군.""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실이야. 퇴임하고 사무실 나갈 때만 해도 아내에게 일일이 이야기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 있어서 편리했는데, 지금도 일일이 허락받진 않지만 빤히 들여다보는 것 같긴 해. 물가도 많이 올랐잖아. 지난달엔 쓰고 몇만 원 남았는데 이달엔 많이 모자라고, 그런 식이지.""왜 모.. 2025. 3. 27. 이전 1 2 3 4 ··· 2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