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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일본의 행태行態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초등학교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일본의 행태行態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

 

 

 


  먼저 중국 이야기부터 좀 하겠습니다. 저는 역사에 대한 전문성은 없지만, 우리 학교 전관 5층 복도에 중국 지안吉林省集安市의 고구려 고분군 및 그 고분의 찬란한 벽화 사진과 1/15 크기로 축소한 광개토대왕릉비 및 장군총 모형으로 가칭 '고구려역사관'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장차 어떤 일을 하더라도 평생 그 모습이라도 기억해두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동서남북으로 그들의 주변국은 모두 자기네 영토이며, 그 역사도 자기네 역사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원래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한 다민족 국가인데, 그러한 성격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는 셈이지요. 중국 정부는 이 논리로 몇 년 전부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여 중국 동북쪽 주변국(우리나라)의 영토와 민족을 대상으로 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이름의 대형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우리 고유의 찬란한 문화를 창조한 고구려와 발해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정치가들은 엉뚱하게 독도를 자기네 섬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학자들은 우리의 고대사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 심지어 그 역사적 사실을 겪은 사람이 아직 죽지도 않았음에도 - 온갖 사실에 대하여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 바로 그들이 일으킨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을 잊지 말자"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교육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 일본이 또 무례無禮한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부과학성은 내년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시네마 현에 속한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란 내용을 명확히 기재할 것을 각 출판사측에 요구했는데, 작년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때도 이와 같은 파문이 일었었습니다. 일본 교과서들은 또 '창씨개명創氏改名', 일본군의 중국 침략 당시 자행된 '난징 학살' 사실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종군위안부를 예로 들면, '일본군에 의해 종군위안부가 된 여성'이란 표현을 '일본군의 종군위안부가 된 여성'으로 수정하게 하여 흡사 자의적으로 종군위안부가 된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 우리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스럽습니다. 또, 일본의 어떤 정치가가 나서서 독도가 그들의 땅이라는 망언을 했을 때처럼 당장 항의하는 피켓과 일장기, 일본 수상 사진을 들고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노래부르고 화형식을 올리고 그만두게 될는지도 모릅니다(물론, 우리의 특징을 나타내므로 당연히 그런 일도 해야합니다).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고함을 지를 때, 우리나라에 유학 와 있는 대학생이 고증을 붙여 우리나라 신문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독자투고도 합니다. 반면, 우리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당연하지만 막연한 지식으로는 어쩔 수가 없으므로 다짜고짜 유명한 교수가 나서서 글을 써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이 문제가 당장 "맞다, 독도는 대한민국 섬"이라는 결정으로 명쾌하게 끝나겠습니까? 저 중국과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대해 1~2년 내에 어떻게 할 방안이 있겠습니까? 있다면 큰소리만 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큰소리도 내는 한편 조용히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제대로 가르쳐 놓는 것이 그 큰소리보다 더욱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시시때때로 독도가 자기네 섬이라고 주장하여 우리나라가 온통 일어나게 하는 것은, 그렇게 다투다보면 결국은 우리나 저들이나 독도에 대해 같은 입장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는 날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어느 나라의 국력이 더 세어 그 재판이 어느 나라의 승리로 결정되는지 두고보자는 속셈일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교과서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넣으려고 하던 생각이 납니다. 실험본(정식으로 사용하기 전에 실험학교에 적용해보는 교과서)에 그 노래를 넣었더니 노래를 만든 사람의 예명을 본명으로 바꾸라는 주장을 비롯하여 "가사의 독도 위치가 틀렸다", "대마도도 사실은 우리 땅이다",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이 아니다" 등 여러 가지 주장이 등장하여 그 노래를 빼어버리고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이야기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늘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보는 아이들이 되게 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장차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능가하는 지혜와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 되게 합시다. 책에서나 사회현상에서나 무엇을 보면 자세히 알아보기도 하고, 깊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싶다'는 꿈을 키우는 그런 인물이 되게 합시다. 그렇게 가르칩시다.

 

 

2006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