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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168

박상순 「내 봄날은 고독하겠음」 내 봄날은 고독하겠음 박 상 순 의정부에 갔었음. 잘못 알았음. 그곳은 병원인데 봄날인 줄 알았음. 그래도 혹시나 둘러만 볼까, 생각했는데, 아뿔싸 고독의 아버지가 있었음. 나를 불렀음. 환자용 침상 아래 거지 같은 의자에 앉고 말았음. 괜찮지요. 괜찮지. 온 김에 네 집이나 보고 가렴. 바쁜데요. 바빠요, 봐서 뭐해요. 그래도 나 죽으면 알려줄 수 없으니, 여기저기, 여기니, 찾아가보렴. 옥상에 올라가서 밤하늘만 쳐다봤음. 별도 달도 없었음. 곧바로 내려와서 도망쳐 왔음. 도망치다 길 잃었음. 두어 바퀴 더 돌았음. 가로등만 휑하니 내 마음 썰렁했음. 마침내 나 죽으면 알려줄 수 없는 집, 여기저기 맴돌다가 빠져나왔음. 의정부에 다시 갔음. 제대로 갔음. 길바닥에 서 있었음. 내 봄날이 달려왔음. 한때.. 2016. 4. 7.
겨울 엽서 '트로이'에서 온 엽서입니다. 수기(手記)로 된 그 내용은 '비공개'……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단 '대외비' 문서입니다.ㅎㅎ~ Michael Storrings가 그린 저 그림은, 아이들이 많아서 오래 들여다봐도 좋고, 저 숲을 지나 시가지, 눈 내리는 하늘까지 온 세상의 겨울이 참 좋구나 싶고, 원본에는 금가루 은가루가 붙어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는데, 여기에 그 원본을 그대로 붙여두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서 유감스럽고 곤혹스럽습니다. 새삼스럽지만, 다시 수기로 된 엽서나 편지를 부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좋은 겨울입니다. 노루님께서 써주신 글을 읽고, 인터넷에서 칸딘스키의 작품들을 실컷 봤지만 그분의 블로그 《삶의 재미》에 갖다 놓으신 세 작품 중 한.. 2015. 1. 15.
편지쓰기 Ⅰ 밤에 이 편지들을 씁니다. 저녁식사 후에 아내와 함께 TV를 보거나 하다가, 헬스장에 가서 하체(下體)가 굳어버리지 않도록 좀 부스대고 돌아오면 아내가 TV를 끄고, 그러면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이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내가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 '언제까지 이 짓을 하나?' 더러 회의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Ⅱ '친구 맺기'를 하자는 블로거들이 있을 때마다 '이런 좋은 것도 있구나!' 하고 무조건 그러자고 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골골하면서 얼마를 더 살겠나' 싶고 이래저래 부담스러워서 스스로 '친구 맺기'를 하자고 연락을 보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굳이 친구가 되자는 데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싶어서 '얼씨구나!' 했는데, 알.. 2014. 6. 15.
어느 교사와의 대화 선생님............. 가슴이 터질 듯한 답답함 때문에 잡은 책 몇 권을 완독하고 나서, 프로젝트를 계획하려고 했었어요. 그리고 독서 멘토가 필요한데, 제 마음대로 음…. 선생님을 나의 독서 멘토로 정해야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법석 떨다가, 학교에 급한 일 떨어져서 마무리하다보니, 또 흐지부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라는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휴~~ 선생님, 막내 녀석이 올해 여덟 살입니다. 우리 학교 1학년에 데리고 다니죠. 남편 말로는 혈액형이 AB형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여덟 살 남자아이입니다. 어제 할머니 밭에서 캔 감자를 길 가는 사람 붙들고 만 원에 팔았으니까요. 하지만 감자 캐러 가기 직전,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걸려 와서.. 2013. 7. 4.
친구맺기 나에게도 '블로그 친구'가 많습니다. "많다"고 한 건 비교적 그렇다는 건 아니고, 내 관점에서 그렇다는 뜻입니다. 어떤 분의 블로그를 방문해 보면 "친구 신청은 사절한다"고 대놓고 선언해 놓았던데,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나는 누구라도 친구 신청을 해오면 무조건 다 승낙해 주고 있습니다(단 글이 없거나 한두 편 뿐이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블로거와 상업적인 블로그는 사절). 아마 그렇게 하다 보니까 '친구(?)'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 고백할 게 있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해 놓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여남은 명의 친구가 생겨서 얼마 동안 '행복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그 친구들 블로그를 방문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대부분 새로운 글을 싣지 않고 있었습니다. '모두.. 2012. 11. 5.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No.20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No.20"을 러시아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의 연주로 들어봤습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이 곡을 들려줄 수 있으면 멋질 것 같았습니다. 비애, 우수어린 피아노협주곡이지만 듣고 있으면 곧 '그래, 일어서야 해!' 그럴 것 같은 곡....... ♬ 베토벤의 , 차이코프스키의 도 들었습니다. 를 연주할 때는 지휘자의 모습이 볼 만했고,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연주할 때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가 너무도 격렬한 연주를 해서 그의 입에서 곧 "쉭- 쉭-" 하고 힘쓰는 소리가 터져나올 것 같은 느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밤, 나는 그 콘서트홀 1층 C블록 3열 9번 VIP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럴 수준이.. 2012. 3. 20.
이 블로그의 내 정보 : 별명, 자기 소개 제 블로그 이름은 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소개한 글은 라는 제목 아래의 "저에게 오시면 교육적으로 마음이 좀 정리되면 좋겠습니다."라는 희망사항을 적은 것입니다. 나는 그걸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그것이 이 블로그를 소개하는 글이라는 것도 모른 채 무턱대고 그렇게 써 놓았습니다. 언제 그렇게 써 놓았는가 하면 2004년 9월에 내가 교육부에서 교장으로 나가 근무하다가 2007년 8월말, 다른 학교로 떠날 즈음 그 학교의 어느 여 선생님이 내 부탁으로 이 블로그를 만들어 주면서 뭐라고 쓸까를 물었을 때 좀 '성가시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써달라고 부탁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그때는 이 블로그의 제목 외에 나의 별명은 왜 필요한지, 나에 대한 소개는 왜 써야 하는지도 몰랐었습니다. 그래서 내 별.. 2012. 2. 5.
『내 아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내 아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보낸 메일을 열어봤더니 이런 멋지고 재미있는 만화가 들어 있었습니다(2011.06.15).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교육! 멋지지 않습니까? ♣ 얼마 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을 공식이나 외워서 문제를 푸는 데 혈안이 되게 하는 현재의 지도법을 .. 2011. 6. 27.
산으로, 바다로! 산으로, 바다로! -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천마산 안개폭포'라는 제목의 사진입니다. 저는 바로 저 산 아래, 저 안개폭포 아래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저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높은 곳에는 올라갈 수가 없는 병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2011. 5. 24.
K 교사에게 보내는 답장 K 교사에게 보내는 답장 K. 힘들어서 술을 반 병이나 해치웠다고? 아주 한 병을 다 '해치우지' 그랬어요? 1990년대 초 혼자 3년간을 지낸 사당동 그 이층 셋집에서 밤이면 교과서에 넣을 지도를 수작업으로 그린 적이 있어요. 그 숱한 밤에 아껴 두었던 여러 병의 술을 모두 '해치웠었지요'. 컴퓨터가 아니라 로터링펜을 쥐고 제도에 관한 아무런 도구도 없이 지도를 그린다는 건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싫은 고된 작업이죠. 내가 지도를 그리지 않아도 교과서는 나왔겠지만, "아이들에겐 바로 이런 지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 지도들을 구상하고, 수많은 선, 기호를 그려넣고, 색깔을 정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 가슴이 아려오는 걸 느껴요. 누가 그걸 알겠어요? 알아주기나 하겠어요? K의.. 2011. 5. 20.
오바마, 어디 앉아 있나요? 그야말로 '자고나면' 한국교육을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한때 그 대한민국의 교육자였던 저로서는 그 칭찬과 부러움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그 오바마 대통령이 보이는 사진입니다. 빈 라덴을 사살하는 일이니까 심각한 표정들입니다. 저 사진을 본 이튿날 신문에는 무장도 하지 않은 빈 라덴을 죽인 건 비신사적이어서 문제가 된다는 투의 기사도 보였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건 모를 일입니다. 9·11 테러 행위 때는 미국인들이 무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빈 라덴 측에서 테러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었다는 뜻인지, 아니면 빈 라덴의 저택에 들어가보고 "에이, 무장도 하지 않았네." 하고 되돌아 나오거나 "어이, 이것 봐! 얼른 무장을 하든지, 아니면 순순히 이 오랏줄을 받아!" 했어야 한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는 .. 2011. 5. 6.
대체벌 아이디어 체벌에 대한 논란이 좀 사그라든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면이 있겠지요. '교사들이 쏟아낸 대체벌 아이디어' 기사를 봤습니다. 반성문에 친구와 교사의 사인 받기, 학생·부모·교사가 함께 나눔일지 쓰기, 권장도서 읽기, 한자·영어문장 쓰기, 운동벌 하기, 가령 축구 리프팅 10번, 탁구 스매싱 자세 연습 100번, 배구 오버핸드패스 100번 등 # 글쎄요. 저로서는 의문인 종목이 대부분입니다. '운동벌', '학습벌'로 분류되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공부를 더 시키는 꼴이니까요. 제안한 교사들도 '벌을 주는 동시에 학습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는데, 제가 학생이라면 참 따분할 때는 차라리 책을 읽고 싶거나 운동을 하고 싶어지고, 그럴 때는 '슬슬 무슨 잘못이나.. 2011.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