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천마산 안개폭포'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나는 바로 저 산 아래, 저 안개폭포 아래에 살고 있다.
나는 결코 저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는 신세가 되었다. 높은 곳에는 올라갈 수가 없는 병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동작동 국립묘지 뒷산(?), 그 언덕을 오르다가 내려왔겠나. 더 젊어지면, 더 건강해지면 다시 가볼 수 있을 것이다.
기온으로는 초여름 같다. 기세 좋은 사람들은 휴가를 기다려 "산으로! 바다로!" "외국으로!"를 외치고,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 그런 말도 나올 것이다.
바다는, 혼자 가는 건 아무래도 좀 어색한 곳이다.
혼자 바닷가에 간다면, 대체로 연속극의 한 장면이 아닐까 느낌이다. 바다는 한여름이 떠오르는 곳이고, 우선 해운대나 광안리, 대천 같은 곳이어서 형편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은 동경심이나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 곳이며, 그러므로 우중충한 집에서 민박을 하며 고생을 하더라도 돈을 좀 들여야 하는 곳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산은, 바다보다는 혼자 가도 얼마든지 좋은 곳 같다. 어쩌면 혼자일수록 좋은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산, 하면 산꼭대기가 떠오르고 등산, 하면 산정(山頂)이 떠오르며, "그 산 허리쯤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내려왔지" 하면 "어디가 아팠는가?" 묻게 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혼자 산을 오르내리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 늘 혼자 오르내리던 H 전 총리의 산신령 같은 모습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러고 보면 산에 대한 거부감도 이래저래 바다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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