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李仲燮
金春洙
光復洞에서 만난 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金春洙 詩集 『南天』(槿域書齋, 1977), 88~89쪽.
西歸浦에 가면 '이중섭미술관'에 가 보십시오. 西歸浦에만 가면 '이중섭미술관'에 가보십시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는 李仲燮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성악가 김동규는 TBC 방송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이중섭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이중섭은 삶을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끊임없이'라고 했을 때 '아, 이중섭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워서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려는가보다' 했는데,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걸 인상깊게 들었습니다.
우리는 음악가나 시인, 화가를 얼른 일어나 맞이하고, 아무리 잘난 체하는 사람도──정치가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부터 앞자리에 앉히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삶이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는 걸 우리들 자신의 삶으로 체험하며 살아가지만, 그들은 그럴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그걸 작품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존중하는 것 아닐까, 그 방송을 들으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화가, 시인,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이──온 삶으로 표현하며 살아간 이중섭처럼──그렇게 표현하는 걸 가만히 앉아서 읽고 듣고 바라볼 수 있으므, 우리는 그들에게 나름대로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그 외로움 서글픔 그리움에 대한 위로를 받고 있으므로 미안하고 고마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듯 그 아침나절에 김동규는 12분이 넘는 PABLO de SARASATE의 Carmen Fantasy도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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