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시·도에서 처음으로 주민직선 교육감이 동시에 나왔다. 여덟 번이나 기표한 동시지방선거였으므로 ‘뽑은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뽑힌 것’이 아닐까 싶은 지역도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조차 후보 간 지지율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곳도 있었는가 하면, 어떤 시민들은 “교육감도 우리가 뽑는지 몰랐다” “후보들 면면을 잘 모른다” “별 관심이 없다”고 했고, 실제로 “아무나 찍었다” “인상 보고 찍었다”고도 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등록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신문들은 ‘이걸 지방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기사를 많이 썼다. ‘서로 음해·비방… 앞 번호 뽑기만 기대’ ‘교육감 후보들 점집 들락날락하는 이유는?’ ‘1번 뽑자 “와!”, 다른 후보들은 쓴웃음’ ‘추첨 결과 따라 지지율 요동’ ‘보수·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 일부 후보 “완주할 것”’ ‘○○지역 교육감, 로또선거 대표 사례’ ‘후보 1번 효과, 이렇게 클 줄이야’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실패, 이전투구’….…
선거운동 막바지에도 경향은 변하지 않았다. 정책 알리기는 온데간데없이 이념문제만 부각시키기도 했고, 지역주민들이 후보 간에 찬성과 반대가 극렬하게 대립되는 특정 정책이 어느 후보의 것인지 최소한 그것이라도 인식하고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이 같은 잡음 속에서도 새 교육감들이 선출되었다. 이제 무엇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교육감 당선자들이 과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것인가’이다. 우선 이번 교육감 선거에는 ‘주민의 선택’이라는 교육자치제의 취지가 잘 반영되었는가, 그것부터 생각하고 보다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마땅할 지역들이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어떤 정책에 얼마만큼의 호응을 받았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동시지방선거가 아니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지지율을 감안하여 교육자로서의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교육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소불위’로 표현되는 그 권한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는 특히 중요하다. 교육감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며 교원인사, 예산집행, 교육과정 운영, 학교와 학원 관리·감독·평가·지도 등 지방교육에 관한 한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그의 권한 아래 두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일들을 의무로는 받아들이지 않고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것을 통념으로 여기고 있다. 교육감은 바로 그것을 스스로 무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존경은커녕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되고, 차기 후보가 “우리 아이들을 또다시 제2의 ○○○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외치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 권한 아래 있던 교사나 학생들로부터 적어도 이런 인물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치욕적인 낙인을 찍히는 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감 당선자들은 곧 구체적인 실행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그 공약은 지역에 따라 다르고 교육철학에 따라 다를 것은 당연하다. 다만 공통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지금까지 과연 어떤 교육감이 교육계의 리더로서 존경을 받았는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모두 절실한 시책을 내걸었고, 그 시책의 실현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교육행정보다는 교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평가의 결과로써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력이란 무엇인가”를 본질적으로 재검토하고, 그 학력을 향상시키는 일이 핵심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이제는 각 학교가 조용히 수업의 수준 향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한 학력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교실에서의 주연(主演)은 학생이고 교사는 조연(助演)”이라는 관점에 동의하게 되고, 그것이 진정성을 지닌 논리라면 “교육감은 각 학교별로 교육을 실천하는 교장·교사들을 지원하는 조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 언론으로부터 ‘로또 교육감’라는 말을 들었더라도 참다운 시책과 지원으로 칭송 받는 교육감이 되면 그만이다. 다만 학교를 방해하거나 망신을 당하는 교육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 선거가 끝나니까 신문들은 '진보쪽 교육감' '보수쪽 교육감'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논조에 철학도 없는 신문들…… 우선 휘갈겨 쓰고보는 신문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나라가 가는 길, 이 나라 교육이 가야할 길을 걱정하는 언론이라면 그렇게 시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신문사 편집진에도 교육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나이들어 그만두라고 해서 이렇게 아무런 힘도 없이 들어앉아 있는 나는 또 생각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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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생각을 하면 외국어고등학교를 가면, 가령 외국어 계열 대학교를 가라는 것은 참 한심한 억지 주장입니다. 의사도 외국어를 잘 하면 좋고, 저 거리의 상인도 외국어를 잘 하면 좋을 것은 당연합니다. 대학입시 과열 문제로 이런저런 주장을 정책에 반영하다 보면 나중에는 꼴이 우습게 되는 게 교육입니다. 교육감 선거 이야기를 하다가 별 이야기를 다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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