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교육부는 초․중등교육을 각 교육청으로 넘기겠다고 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오히려 초․중등교육에 바탕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과학기술부 새해 6대 주요업무 내용을 보면, 첫 번째가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전면적용이고, 대학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창의적이고 인성을 갖춘 인재개발이 두 번째다.
구체적으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내용들을 한꺼번에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핵심적인 과제가 국가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및 관련 정보 공개다. 지난해에는 지역별로 공개한 성적을 올해는 학교별로 공개할 예정으로, 오랫동안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 것이나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삼스러워졌고, 이 공개에서 떳떳하지 못한 학교는 다른 어떤 것도 내세우지 못할 형편이 되었다.
교과부는 교원평가 전면실시를 강조하고 있지만, 교사들로서는 이 평가와 연계하여 추진될 ‘수업 전문성 제고방안’도 당면과제다. 모든 교사가 교장, 동료교사, 학부모 앞에서 수업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 관련 과제 중에는 학교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학교단위 성과급제를 도입해 개인 실적 중심의 차등지급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것도 있다.
‘학교자율화방안’에 따른 교원 20% 범위의 초빙과 함께 추진되는 교과별 시수 20% 범위의 증감운영도,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에 앞서 올해부터 시행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자율형 공․사립고, 마이스터고, 농산어촌 기숙형 고교, 특성화고, 교육과정 혁신학교 등 수많은 자율고가 지정되고 있어 비자율학교의 갈 길이 걱정스럽고, 입학사정관제 또한 우리 교육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반계고 영어․수학 무학년제, 필수과목 졸업요건제, 교과교실제 운영 확대방안도 추진된다.
그 외에도 아직 많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여러 가지 시책들과 관련하여 수능 영어 듣기평가 비율도 바뀔 예정이고, 초등은 주당 영어수업 시수가 1시간씩 연차적으로 늘어난다.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을 위한 야간 돌봄 학교 운영도 확대된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상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각급 학교 교장은 과연 어떤 관점으로 학교를 경영해나가야 할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나갈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언론은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해 “순번이 뒤져도 먼저 교장이 될 수 있다”는 보도를 하고,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교는 매일 밤 11시까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서울, 충북, 경북, 대구에서는 교장평가제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서울의 경우 학교경영, 학력증진, 만족도, 학교장 활동, 청렴도 및 자질 등 평가항목까지 제시했다.
그럼에도 교장들의 관점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CEO형 교장시대가 열렸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그 ‘CEO형 교장’을 교장의 권한 확대로만 해석하는 경향도 있고, 우리 교육의 혁신과제가 대부분 교사들이 실천할 일이라는 안일한 관점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한 신문은 수도권 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94%의 교장이 “교사․학부모들의 평가를 받겠다”고 한 긍정적인 의식과 함께 “열정적 교사 5명만 있으면 학교를 바꿀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관점도 전해주었다. 5명의 교사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올해 우리 교육은 학교로부터 여러 가지 변화를 찾아야 한다. 그러한 변화의 초점은 당연히 잘 가르치는 일이다. 교장의 그 관점이 확고하다면 어떤 변화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교장은 교사들과 함께 가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가 열정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해야 하며, 적어도 그들이 교육대학․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을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교사들과 손을 잡고 우리 교육의 갈 길, 실천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내용면에서는 “우리 교육에 불만이 많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반성도 되새겨야 하고, 방법면에서도 “한국의 교육열을 배우자”고 한 오바마의 관점에 대해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교장의 고민거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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