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교육에 미래가 달렸다’는 논의는 심각하다. 이공계 편들기가 아니다. 다른 교과교육도 다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살림이 직접적으로 과학기술에 힘입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다.
지난 가을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당시의 화제는,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새로 설정해야 할 지표에 집중되었다. KAIST 총장은 “연구의 목적을 노벨상 수상에 둔 사람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과 열정을 갖고, 근본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지식을 추구하며 그들의 일생을 헌신한 사람들이 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성장하여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도록 해야” 하며, “어른들로부터 ‘이것 해라, 저것 해라’ 강요를 받아 선택하게 되면 훗날에는 작은 고난에도 좌절하고 삶에 불만을 갖게 되어” 노벨상은 고사하고 성공적인 일생을 산다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노벨상 받는 날, 잠시만 기다리자’는 그의 견해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하면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 우리의 초․중등학교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소회임을 감출 수 없다. 그것은, 대학입시 특히 수능고사의 비중을 높이는 대학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단 1점이라도 더 따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면, 더구나 우리 교육의 초점은 오직 대학입시에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므로 그 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학생이 늘어날수록 노벨상 수상이 가까워져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노벨상과 대학입시 혹은 수능고사의 관계는 그리 밀접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초․중등 수학․과학 교육은 오로지 입시와 관련될 뿐 실제적 효용성은 따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다름없게 된다. 또 수학․과학 분야의 연구는 성인이 되어서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여 KAIST 총장의 견해는 어처구니없는 논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오바마는 걸핏하면 “한국교육을 보라”고 하지만, 미국은 전 세계 과학기술혁신을 주도해온 그 위상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판단으로 2007년 국가경쟁력강화법을 통해 과학기술교육을 위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특히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선진국치고 우리처럼 수학․과학 교과서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암기시키는데 치중하는 나라는 없다. 국제학업성취도 비교평가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핀란드는 수학시간에도 4~5명의 그룹별 토론을 벌이고, 우리나라 현장이 그렇게 반대해온 수준별 수업을 일반화하고 있으며, 일본도 2008년에 수학․과학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고 실험학습이나 현장답사로 심층학습을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다.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2007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에서는 각각 2위, 4위를 기록했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2006 국제학력평가(PISA)에서도 읽기 1위, 수학 3위, 과학 11위의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다.
문제는 학생들의 흥미도와 그 원인이다. TIMSS의 경우 수학․과학 공부가 즐겁다는 학생이 각각 43/50위, 29/30위였고, 그 원인은 성적이 주로 공부시간 총량에 연계되어 학생들로서는 공부가 지긋지긋하게 싫다는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수업방법을 바꿔야 노벨상을 받을 날이 가까워질 수 있다. 과학시간이래야 설명으로만 일관하는 수업, 실험을 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매뉴얼’을 확인하는 식의 구경하는 학습에 지나지 않다면 학생들이 참여하고 흥미를 느끼는 수업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사교육비나 대입제도에 대한 천착 이상으로 수학․과학 학습의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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