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92개 초․중․고교에서 시범운영 중인 학교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내년 3월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걸핏하면 크고작은 부조리로 비방을 받는 부끄러운 사례를 보면 당연히 이 제도를 환영해야 하지만,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은 것 또한 우리 교육계의 현실이다.
이 제도는 2003년에 도입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연동하여 실시되며, 사업별 예산제도와 발생주의․복식부기를 기반으로 한 투명한 재정지출과 전산화를 통해 행정기관이 각 학교의 예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학교별 예산집행 성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은 자신이 맡은 교육사업 예산을 직접 편성하고 재정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는 등 학교자치기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회계 시스템을 선뜻 반가워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교육계가 MB 정부의 온갖 교육개혁사업에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평가 실시 및 그 결과 공개가 눈앞에 있다. 사실은 지난해의 소동에 비추어 ‘엄격한 관리로 착오가 생기지 않으면 만족할 수 있는가?’부터가 문제다. 당연히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학교교육의 방향은 사고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경쟁력의 요인이 되는 학습능력을 신장시키는데 있다는 국가․사회적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고, 그러한 교육방향이 정립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교원평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관련 법 제정 여부를 불문하고 전면 시행하겠다는 교과부장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총은 이미 수용의사를 밝혔고, 전교조도 정부안보다 오히려 더 정교한 대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적으로 인사에는 반영하지 않는다지만 돌연 6개월 장기연수에 들어갈 교원은 그게 바로 인사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평가와 연계하여 ‘수업 전문성 제고방안’도 발표됐다. 교사들은 당장 교장, 동료교사, 학부모가 참관하는 수업공개를 해야 하며, 학교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학교단위 성과급제를 도입해 현행 개인 실적 중심의 차등지급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제 도입도 대학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그만인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학입시가 초․중등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모처럼 우리 교육의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이 제도를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거나 ‘논술만 잘 하면 대학 갈 수 있다’고 한 정책처럼 한때 유행쯤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벌써 논술학원은 시들고 입학사정관제 대비 학원이 뜬다는 소문이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 현실이 이러한 우려를 낳게 한다.
‘학교자율화방안’에 따른 교원 20% 초빙 권한과 교과별 20% 범위의 증감운영 방안도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이 시작된 시기에 다시 ‘미래형 교육과정’(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논의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만 지식주입식 암기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 교육다운 교육을 해보자는 정부의 의지를 그 누구도 외면할 수는 없다. 학생들의 학력을 제대로 신장시키는 것이 교육혁신의 본질이라면 당연히 그 일에 전념하는 것이 교원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에듀파인’의 시행은 회계법과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불가피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취지와 당위성, 과학적 시행체계를 아무리 강조해도,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사들이 잡무에 시달린다는 허다한 비판과 하루빨리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분명한 장점들이 있지만 업무감축은 의심스러운 이 제도를 수업이나 학력신장과 직결되는 다른 혁신사업과 동시에 서둘러 시행하고 정착시키겠다고 나서야 할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예산집행의 효율성 향상은커녕 아직도 투명성 확보를 논의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긴 하지만 훌륭한 제도․정책들이 ‘중구난방’으로 취급되지 않아야 한다는 걱정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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