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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빛이 보이는 입학사정관제 (2009년 7월 23일)

by 답설재 2009. 7. 23.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개척능력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에 중점을 두고, ∘심신이 건강한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고 성숙한 자아의식을 가진다. ∘학문과 생활에 필요한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과 태도를 익힌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능을 익혀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는 능력을 기른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 속에서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가진다. ∘국가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과 태도를 가진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고등학교 교육목표다. 수능준비로 새벽에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는 고교생이나 그 부모에게 이 목표를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또 대입준비를 지도․안내하는 교사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한가하고 꿈같은 목표라고 하거나, 기껏해야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현실적인 목표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분석을 내놓을 게 확실하다. 그러나 이 목표를 입학사정관이나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는 측에 제시하면 다소간 견해차가 있다 하더라도 대체로 공감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정부에서는 학습과 수능의 부담을 줄이고 이로써 사교육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수능 교과목 수를 한두 과목 줄이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과정특별위원회에서는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을 통해 국민공통 10개 교과를 7개 교과군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주요내용의 하나로 삼고 있다. 세계적인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공통교과 수는 과다한 것이 분명하므로 이 방안은 필수적 과제가 돼야 한다. 그러나 교과목 수가 축소된다 하더라도 사교육의 비중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이미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사교육의 비중을 낮추는 데는 전형범위 축소가 필요하다는 논리라면 당연히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전형범위도 축소하자는 제안도 가능하나 이는 실현 불가능한 요청일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캠퍼스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고교 생활기록과 에세이, 주내 거주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표준화된 시험성적, 교과외 활동, 지역사회 자원봉사, 특별한 재능, 성격, 직업경험 등 여러 가지가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가족내 최초 대학진학 여부, 주내 거주지역 등도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습영역의 범위를 축소해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앞으로 보다 발전적인 대입전형 및 그 준비는 결국 기상천외한 요령이나 돈을 퍼붓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바른 교육’ ‘기본에 충실한 교육’ ‘정상적인 교육’이 그 해답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이러한 논리를 실제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교사들이 있다. 지난 13일 서울진학지도협의회 60여 명 교사들은 스스로 비용을 모아 입학사정관제의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학부모설명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자기소개서 작성에 수십만원, 입학사정관제 1회 상담에 수십만원이라는 강남학원가의 현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1200명 학부모들을 모으고 ‘돈으로 쓴 자기소개서, 학원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포트폴리오로는 절대로 안 된다’ ‘학원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맞춰줄 수 있다는 건 사기’라며 올바른 지도방법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사교육에 주눅이라도 들었을 것 같은 교사들이 ‘용감하게’ 일어선 이 설명회야말로 고교 교육목표의 달성, 나아가 교육의 혁신은 바로 교사들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에서는 새 제도나 시책을 내놓기에 앞서 바로 이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지원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교사들은 학원 강사들보다 확실히 유리하다. 그들은 대입이 절실한 ‘학생’과 3년이라는 ‘기간’을 확보하고 있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그들에게 행․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전문성을 가진 대학이나 교수들을 연계해주고, 그들 스스로 이 일에 밝고 적극적인 교사들을 찾고 조직하여 협의회나 연구회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에 나서야 한다.